지난 14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아스널의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 필리페 쿠티뉴의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리버풀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아스널의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 필리페 쿠티뉴의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리버풀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2016 혼돈의 EPL이 개막했습니다.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경기는 아스널과 리버풀의 경기였습니다. EPL의 터줏대감 벵거감독과 EPL 첫 개막전을 갖게 되는 클롭 감독의 지략대결로 더욱 관심이 쏠렸습니다. 모두가 손꼽아온 빅매치답게 경기내용도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서로 치고받는 공방 속에 총 7골이 나왔습니다. 몇 달간 EPL 개막을 기다려온 저와 같은 팬에서 이번 경기는 명불허전의 재미였을 것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저도 겨우 긴장을 풀 수 있었던 박진감 넘치던 경기였습니다.

EPL팬으로서 이번 시즌만큼 기대되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스폰서료를 바탕으로 EPL에 가장 핫한 감독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기 떄문입니다. 어제 경기를 치룬 클롭감독을 시작으로 현존 최고의 감독으로 불리는 펩 과르디올라. 자칭 스폐셜 원 감독 무링요 감독과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는 모예스 감독의 복귀. 첼시 부활의 임명을 받고 넘어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콩테와 디펜딩 챔피온 레스터시티의 감독 라니에니. 거기에 북런던 신구 감독인 아스날 벵거와 토트넘 포체티노까지. 가히 '감독 전쟁가'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EPL의 형국입니다.

클롭 vs. 벵거

어제 경기에서도 역시 그라운드의 선수들만큼 많이 카메라에 잡힌 두 인물은 클롭과 벵거였습니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특유의 몸짓으로 경기 중에서도 선수들과 공감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비해 벵거 감독은 전체적으로 미간의 힘을 주고 정적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많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 두 감독의 차이는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전반 내내 아스널의 강한 압박에 수세로 몰렸던 리버풀은 이른 시간 월콧에게 선제골을 내어주었지만 하프타임 직전 만회 골을 넣고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이어 후반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내리 3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클롭이 과연 어떤 마법을 하프타임때 부렸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에 비해 아스널은 전반전의 강한 압박은 사라진 채 후반을 이어갔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 큐티뉴의 프리킥 골 이후 급격하게 정신적인 부분에서 무너져 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어 재정비해 후반에 임했어야 했지만, 그라운드 안팎으로 그런 구심점이 될 만한 플레이어가 없었습니다.

가장 정신적인 불안전함을 보여준 포지션은 센터백입니다. 롭 홀딩과 칼럼 체임버스로 구성된 중앙진용은 2번째 골 실점 이후 불과 20분 만에 두 골을 내어주면서 패배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특히 3번째 골은 경험 미숙으로 드러난 대인마크 실패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1995년생 동갑내기 센터백 듀오가 리버풀의 공세 속에서 흔들리고 있을 때 벵거는 계속해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요. 클롭이 골을 넣은 마네를 등에 업고 선수들과 교감하는 동안이라 더욱 이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두 센터백의 경험 미숙으로 이러한 상황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졌더라도 어린 선수들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벵거뿐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두 젊은 선수를 이끌어 줄 정신적 지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산체스는 전방에서 열심히 뛰며 선수들에게 강한 압박을 주문하며 진두지휘했지만, 아직 아스널 팀의 정신적 중심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10년 차 선임인 월콧은 초반 좋은 기세를 보여주며 주전 경쟁의 청신호를 켰지만, 언제까지나 막내처럼 그라운드에 서 있었습니다.

가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던 코클랭의 투쟁심 역시 팀 전체를 휘어잡을 만큼의 카리스마는 아니었습니다. 팀의 주장인 메르테사커의 부재가 아쉬운 상황이 후반전 내내 지속하였을 뿐이었습니다. 이후 챔보의 미친 드리블과 챔버스의 헤딩이 희망이 불씨를 살리는 듯했지만, 중심 없는 아스널은 그 불씨를 결국 끝내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아스널의 성과

하지만 아스널에 아쉬움만 남은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이적생 그라니트 샤카의 보여준 모습 때문인데요. 일단 그의 잘생긴 외모 때문에 옆줄에서 교체 사인을 기다릴 때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그라운드에 들어와 경기 내내 강한 카리스마와 투쟁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격렬한 리그인 EPL 데뷔전에서 그는 자신에게 반칙한 선수를 불러 세우고, 옆줄에서 시간을 끌고 있는 리버풀 선수에게 거친 투쟁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넘어져 있는 동료 선수들은 일으켜 세우며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을 보여주었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넘어온 이 선수는 어린 나이지만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이미 주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리더쉽이 있는 선수입니다. 국가대표로서의 경력도 나이에 비하면 상당합니다. 때로는 카드를 너무 많이 수집해 문제가 되기 하지만 이러한 투쟁심이 아스널이 부족했던 점이라 생각하면 그의 영입은 단순히 선수 영입 이상으로 아스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미드필더 후방에 존재하면서 수비와 공격까지 아스널을 정신적으로 잇는 선수로 그라운드에 존재하는 그라니트 샤카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벵거는 침착한 성향의 감독입니다. 2012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뮌헨과의 경기에서 그는 안 좋은 경기력에 화를 내는 대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것은 이적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적이라기보다는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하며 이적시장을 보냅니다. 이러한 벵거의 능력 때문에 아스널은 지금의 경기장과 명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벵거 감독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이성적 판단만으로는 경기에서 최상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어제 클롭이 보여준 모습처럼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하고 멘탈을 관리해줄 수 있는 모습이 감독에게 필요합니다. 과르디올라, 클롭, 모리뉴까지 모두 그러한 모습에 능한 감독입니다. 벵거의 전술과 이적 시장의 행보에는 철학이 있을 수 있지만, 벤치에 앉아 있는 수동적 자세를 철학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10여년간 벵거와 그의 자산인 아스널을 추종했던 팬으로 춘추전국시대인 EPL 감독 전쟁에서 벵거가 크게 한 방 먹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이적시장과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투쟁심. 모두 벵거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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