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안한 외출>의 한 장면. 영등위는 해당 영화가 영비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했으나 결국 '혐의없음' 조치를 받았다.

영화 <불안한 외출>의 한 장면. 영등위는 해당 영화가 영비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했으나 결국 '혐의없음' 조치를 받았다. ⓒ 다큐창작소


영상물등급위원회(아래 영등위, 이경숙 위원장)가 한 독립영화의 개봉 전 상영과 관련해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조치했으나, 기소는커녕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했다. 영등위가 무리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였다며 영화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을 억지로 문제 삼으려한 것과 다름없는 셈이어서, 스스로 망신살을 자초한 모습이다. 공공기관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등위 고발은 정치적 이유?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이번 검찰의 '혐의없음'으로 인해 영등위는 영화계의 비판을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이번 검찰의 '혐의없음'으로 인해 영등위는 영화계의 비판을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 영상물등급위원회


독립영화 <불안한 외출>을 연출한 김철민 감독은 지난 5일 영등위가 고발한 사안이 "오늘 검찰에서 혐의없음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경찰서와 검찰청을 다니며 조사받고 상영회 주최하셨던 분들 진술서 받고 그런 과정들이 은근히 힘들었는데. 이렇게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등위는 지난해 10월 <불안한 외출>을 연출한 김철민 감독을 관련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고발했다. 지난해 12월 영화가 공식 개봉하기 전에 심의를 받지 않고 수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상영했다는 이유였다. (관련 기사 : 서비스 기관이라면서... 독립영화 고발한 영등위)

하지만 영등위의 고발은 이례적이었다. 심의 과정이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내용을 문제 삼은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등급분류를 서비스하는 기관이라던 영등위가 고발기관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불안한 외출>은 1990년대 학생운동을 이유로 15년간 수배와 감옥생활을 했던 윤기진-황선 부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특히 주연으로 나온 황선씨는 보수언론이 종북콘서트로 낙인 찍은 통일 콘서트에 참여했다가 익산에서 사제 폭발물 테러를 당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이런 정치적인 부분이 고발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당시 영등위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상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고발했다"고 밝혔지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은 "영비법 위반을 말하는 영등위 주장에 허점이 많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은 영등위의 고발에 무리가 많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영등위 측은"<불안한 외출>과 관련하여 현재 검찰로부터 불기소처분 통지만 받은 상태"라며 "불기소처분이유고지서를 받아 이를 검토한 뒤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은 할 말이 없다는 자세지만 2014년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제한상영가 최종 판결 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당시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이 무효하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으나 끝내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완성된 지 5년 동안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영등위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고, 재심의에 따른 심의료는 꼬박 챙겼다. 피해를 본 김선 감독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영등위는 회피하려는 모습만을 드러내 빈축을 샀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사후관리란 명목으로 표현의 자유 옥죄

 영상물등급위원회. '서비스 기관'이라는 영등위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옥죈 것은 아닐까.

영상물등급위원회. '서비스 기관'이라는 영등위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옥죈 것은 아닐까. ⓒ 성하훈


영화계는 무리한 고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립영화 정책전문가인 원승한 민간독립영화관 확대를 위한 모임 이사는 "영등위가 사후관리란 명목으로 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원 이사는 "관련 법률의 개정이 영등위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며 "영등위가 영화 상영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법에 그것이 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비법 제29조 제3항에는 '상영등급을 분류 받지 아니한 영화를 상영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명백하게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하지만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원 이사의 문제 제기였다.

또한 "영진위로부터 최근 3년간 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내역을 받아 살펴보니, 규정을 위반한 건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면서 "문제는 면제추천을 내주고 있는 영진위 자체가 규정 위반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법 조항은 내버려두고, 예외조항을 만들고 예외조항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률이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면 예외를 만드는 것 말고 아예 법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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