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한국 대 일본 경기. 세트스코어 4-1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한국 대 일본 경기. 세트스코어 4-1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4년 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리우 올림픽 예선 첫 경기에서 또다시 숙적 일본과 맞대결을 펼쳤다. 4년 전 마지막 경기의 아쉬움을 과연 갚을 수 있을지 지켜보기 위해, 유난히 더웠던 토요일 밤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리우 올림픽 예선 여자배구 예선 한일전에서 대한민국은 3-1로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늘 큰 경기에서 발목을 잡았던 일본의 끈끈함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고, 그런 우려는 1세트부터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좀처럼 리시브가 살아나지 못하자 대한민국은 별다른 반격을 펼치지도 못한 채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레프트의 박정아를 향해 일본은 의도적인 목적 서브로 대한민국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2세트부터 반격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서브 리시브가 살아나자 특유의 빠른 공격이 일본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고비 때마다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로 일본 진영은 멘붕 모드에 접어들었다. 결과는 통쾌한 3-1 완승. 토요일 밤 대한민국의 뜨거운 여름 더위에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안겨 준 짜릿한 승리였다. 통쾌한 승리의 주역들은 과연 어떤 선수들이었을까?

막내의 반란, 이재영

1세트 내내 대한민국은 서브 리시브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일본에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주었다. 가장 취약점은 박정아가 선발로 나섰던 레프트 포지션. 일본의 의도적인 목적 서브에 박정아는 좀처럼 본인의 감을 살리지 못하고 흐름을 내주었다. 이정철 감독은 1세트 후반부터 막내 이재영을 대신 투입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이재영의 투입은 이날 경기의 흐름에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된 '신의 한 수'였다.

일본의 의도적인 목적타 서브를 꿋꿋하게 받아 내면서 서서히 경기 흐름의 반전을 마련한 이재영은 공격에서도 과감한 정면 돌파로 팀의 사기를 올렸을 뿐 아니라 결정적인 고비에서는 연타와 페인트로 일본 수비진을 뒤흔들어 놓았다. 마치 소속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의 현역시절 모습이 빙의된 듯한 모습이었다.

막내 이재영의 투혼은 대한민국 선수단에 신바람을 불어 넣었다. 막내가 미쳐주면서 대한민국은 2세트부터 일본을 완벽하게 압도할 수 있었다. 올림픽 예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심지어는 대표팀 선발을 두고 논란까지 일으키는 바람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날 경기에서 이재영은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양효진, 높이의 우위 확실히 증명

 2016 리우올림픽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양효진이 3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에어포스클럽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양효진이 3일 오후(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에어포스클럽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양효진은 V리그 MVP다운 명품 플레이로 V리그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 특히 3세트에서 고비마다 터진 그의 블로킹은 상대 공격수들의 기를 확실히 제압했다. 또한 세터 이효희의 빠른 토스에 맞춰 상대 수비진이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공격을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공격옵션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었다.

양효진의 확률 높은 공격은 상대 수비진으로 하여금 김연경을 경계하는 것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안겨다 주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보다 훨씬 더 노련미가 더해지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맹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명품 토스 이효희

4년 전 런던 올림픽 주전 세터였던 김사니의 토스워크는 불안 요소였다. 교체 투입된 이숙자의 맹활약 덕분에 결국 4강까지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주전 세터로 나선 이효희는 공격수들에 입맛에 맞는 볼배급으로 대한민국 공격의 활로를 터 줬다.

아무래도 주 공격수 김연경에 최적화된 볼배급을 하다 보면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어긋날 수도 있는데, 이효희는 영리한 볼 배분을 통해 상대 수비진의 초점을 흩트려 놓았다.

위에 언급된 4명의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주전 선수들, 교체 멤버, 심지어는 벤치에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까지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이상적인 '원 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라 여겨진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출발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가장 정신적인 압박감이 높았던 경기 뒤에 찾아오는 심리적인 해이만 경계한다면 충분히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늘 깨어있는 포스 김연경

 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한국 대 일본 경기. 한국대표팀이 공격 성공 뒤 환호하고 있다.

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한국 대 일본 경기. 한국대표팀이 공격 성공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연경은 역시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웠다. 상대 블로커보다 한 수 위의 높이뿐만 아니라 빠른 스피드로 상대의 장점까지 무력화시키는 공격은 명품 그 자체였다. 그가 뜨면 일단 안심이 된다. 축구로 따지면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시절 보여준 안정감 그 이상이었다. 완급을 조절한 그의 공격은 세 명의 블로커가 붙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포스였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보다 한층 진화된 그의 플레이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배구단의 메달 획득에 청신호를 던져 주었다. 어렵게 해외에 진출해서 현재 터키 리그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데, 만약 4년 전 해외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큰물을 괜히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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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이재영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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