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범죄 영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부분인 지독한 악역이, 이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악역이 악역다웠다면, 영화가 훨씬 살았을 것이다. 주인공만 쓸데없이 너무 고생한 느낌이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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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 빠지지 않았나 싶다. 살인범 권순태가 누명을 썼다는 건 영화 초반에 다 밝혀지니만큼, 진짜 살인범이자 진짜 '나쁜놈'이 어디 있냐, 하는 거 말이다. 다름 아닌 인천의 대재벌인 대해제철일 게 뻔한데, 그닥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영화 초반부가 지나갈 즈음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베테랑>의 조태오나 <내부자들>의 이강희는 말할 것도 없이 <성난 변호사>의 문지훈에도 못 미치는 존재감이었다. 그 바로 아래에서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뻔한 움직임과 반응들, 2년 만 일찍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모르긴 몰라도, 주인공 필재의 직업은 중간에 바뀌었을 것 같다. 극 중에서 필재는 사무장으로 나오는데, 제목이 <특별수사>인 걸 보면 그렇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목이 내용이나 캐릭터와 너무 맞지 않다. <성난 변호사>가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사무장, 예전 동료 검사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것과 비슷한듯 다른듯 <특별수사>는 사무장이 주축이 되어 변호사, 예전 동료 경찰과 함께 사건을 풀어가지 않는가.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 일명 '사이다' 범죄 영화가 한창일 작년 후반기에 개봉하지 않고 지금에 와서야 개봉한 이유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사회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가장 큰 힘 '관심'다만, 영화의 모티브가 2002년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이라는 점이 와 닿는다. 2002년 3월 여대생 하지혜 양을 영남제분 회장 부인이 청부살인한 사건으로, 사위와의 관계를 의심해서 그와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후 무기징역을 받은 그녀는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계속 형집행을 정지했고 병원에서 초호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영화 스토리를 봤을 때 큰 유사점을 느끼진 못했지만, 사건을 재조명하게 되는 계기는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