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둘밖에 없으면 어떨까' 하는 질문은 '이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었으면 좋았겠다'로 바뀐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의 위대함과 길고긴 여운은 그 지점의 연장선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포스터.

'이 세상에 둘밖에 없으면 어떨까' 하는 질문은 '이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었으면 좋았겠다'로 바뀐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의 위대함과 길고긴 여운은 그 지점의 연장선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약관 20세의 두 청년 잭(제이크 질렌할 분)과 에니스(히스 레져 분).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몬다. 광활한 대지에 두 사람뿐이다.  어느 날 잭은 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자는 에니스에게 텐트에 들어 오라고 한다. 새벽녘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에니스, 받아들이는 잭.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신은 게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그들의 친밀감은 전에 없이 높아져 있었다. 갑작스레 철수하게 되는 그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혼란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들은 헤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남자들의 사랑

 에니스는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가끔 만나서 몰래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에니스는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가끔 만나서 몰래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광활한 대자연에 던져진 두 청년의 혼란에서 시작한다. '이 세상에 둘밖에 없으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 질문은 영화가 끝날 무렵 '이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었으면 좋았겠다'로 바뀐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의 위대함은 그 지점에서 발현되고, 이 영화의 길고긴 여운은 그 지점의 연장선이다.

그렇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와 주제는 남성 간의 로맨스, 즉 동성애다. 그런데 그들은 격정적인 로맨스를 한 차례 겪은 후 이성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기른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헤어진 지 4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각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산 지 한참이 흘렀음에도 말이다. 4년 만에 만난 그들은 그 자리에서 격한 키스를 나누고 가족을 속인 채 사랑도 나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을 재확인 했으니 이제라도 같이 살며 모든 걸 초월한 진정한 사랑의 앞날을 도모할 것인가? 에니스는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가끔 만나서 몰래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절절한 사랑, 잔잔하게

 그들의 삶은 평범하게 흘러간다. 겉으로 보기엔 남과 다르지 않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보니 아내와 가족들에게선 멀리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그들의 삶은 평범하게 흘러간다. 겉으로 보기엔 남과 다르지 않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보니 아내와 가족들에게선 멀리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주 배경은 1960~1970년도다. 더구나 그들은 서부 사나이들이고. 잭은 가장 사나이다운 직업인 로데오 카우보이가 되고자 한다. 에니스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동성애자를 죽여서 버린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태생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성과 결혼을 한 것이다.

그들의 삶은 평범하게 흘러간다. 겉으로 보기엔 남과 다르지 않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보니 아내와 가족들에게선 멀리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 욕을 먹더라도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은 평탄치 않았고 가시밭길이었다.

영화는 어느 사랑보다 절절한 그들의 사랑을 전혀 절절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담담해 지루하다 싶을 만큼 잔잔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니까 가능한 거지, 영화잖아'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의 사랑은 결코 로맨틱하지 못했으니까, 로맨틱한 연출은 그들의 사랑에 방해가 되지 않는가.

상황에 맞는 OST가 거의 깔리지 않는 게 한 몫 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시의적절한 OST가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러지 않았기에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 그들의 감정선을 오롯이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고, 보는 이 또한 그러했다. 그 덕분에 치기 어리고 혼란스러운 첫 경험에서 시작해 20년 간 지속되는 사랑의 절절함이 폭발하는 감정의 선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 터진 울음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참을 간다.

그저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울부짖지 않는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들의 사랑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라는 것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영화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울부짖지 않는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들의 사랑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라는 것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금지된 사랑을 하는 이들은 누구나 '우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잭과 에니스는 이미 그런 곳에서 주기적으로 만난다. 다름 아닌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 그곳, 그들에겐 이상향과도 같은 그곳, 그들의 도피처이자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그곳이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울부짖지 않는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들의 사랑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라는 것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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