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Pixar)는 드림웍스와 더불어 소위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주도한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 한 곳이다. 1995년 첫 장편영화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도리를 찾아서> 등 지금까지 총 17편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픽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절반 이상의 픽사 작품 음악을 담당한 인물인 랜디 뉴먼(총 7편)과 토마스 뉴먼(총 3편)이 같은 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 사실 이들은 사촌 형제다. 음악적 성향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월-E> 등 걸작 애니메이션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영화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동생] 토마스 뉴먼(1955~)

 토마스 뉴먼 (https://en.wikipedia.org/wiki/Randy_Newman)

토마스 뉴먼 (https://en.wikipedia.org/wiki/Randy_Newman) ⓒ 위키피디아


<니모를 찾아서>(2003년)와 <월-E>(2008년) 등으로 픽사와 인연을 맺은 토마스 뉴먼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영화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부친 알프레드 뉴먼(1900-1970)은 <신사협정> <이브의 모든 것> <킬리만자로의 눈> <아나스타샤> <7년만의 외출> 등 1930~19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장식했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중 한 명이었다. 

또한 삼촌 라이오넬과 에밀 역시 마찬가지로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얻은 인물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토마스 역시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살 터울의 친형 데이빗 뉴먼 역시 영화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 사운드트랙

영화 `쇼생크 탈출` 사운드트랙 ⓒ 소니뮤직코리아


1980년대부터 영화쪽 일을 시작했던 그는 <여인의 향기> <쇼생크 탈출> <아메리칸 뷰티> <그린 마일> 등의 걸작들을 통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린 연주곡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 무렵 작업을 시작했던 샘 멘데스 감독과는 <아메리칸 뷰티>를 시작으로 <007 스카이폴> <스펙터>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멋진 호흡을 과시한 바 있다.

이후 토마스는 <에린 브로코비치> <신데렐라 맨> <더 헬프> <베스트 엑조틱 매리골드 호텔> <스파이 브릿지>​ 등 드라마 성향의 영화 위주로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왔다. 인기 미드 <식스 피트 언더> <뉴스룸>의 메인타이틀 연주곡 역시 그의 몫이었다.

토마스 뉴먼은 그간의 업적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주요 시상식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래미(6차례 수상)를 제외하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와의 인연은 아쉽게도 맺지 못했다.

과거 픽사에선 앤드류 스탠튼 감독과 협업했던 그는 다음달 7일 개봉하는 최신작 <도리를 찾아서>를 통해 8년 만에 이들과 다시 손을 잡았다. 이번 작품에선 클래식의 웅장함 외에도 바닷 속이라는 배경에 걸맞게 뉴에이지 성향의 몽환적인 느낌을 그린 연주곡, 빅밴드를 차용한 경쾌한 재즈 리듬의 곡 등 다양성을 살려 극중 물고기들의 활기참을 그려내는데 주력했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 사운드트랙

영화 `도리를 찾아서` 사운드트랙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주요 협업 감독들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로드 투 퍼디션><자헤드><레볼루셔너리 로드><스카이폴><스펙터>
앤드류 스탠튼 <니모를 찾아서><월-E><도리를 찾아서>
프랭크 다라본트 <쇼생크 탈출><그린 마일>
스티븐 소더버그 <에린 브로코비치><굿 저먼><사이드 이펙트>
존 메이든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1&2><언피니시드>
존 에브넷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더 워><업 클로즈 앤 퍼스널><레드 코너>

[형] 랜디 뉴먼(1944 ~)

 랜디 뉴먼 (https://twitter.com/randynewman)

랜디 뉴먼 (https://twitter.com/randynewman) ⓒ 랜디 뉴먼 공식트위터


사촌 토마스와 달리, 랜디 뉴먼은 1960년대 후반~1980년대에 걸쳐 팝 음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부친은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얻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평범한 의사였다)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잡지 <롤링스톤>이 '역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100명'을 선정하면서 마이클 잭슨, 제임스 브라운 같은 대스타들보다 상위 순위인 25위로 그의 이름을 올려놓을 만큼 랜디 뉴먼은 음악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지난 2013년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헌액된 바 있다.

비록 자신이 부른 곡으론 1977년 'Short People'(빌보드 Hot 100 차트 2위) 정도만 인기를 얻었지만 'Mama Told Me Not to Come'은 록 그룹 쓰리 독 나이트의 버전으로 1위를 차지했다. 조 카커, 톰 존스의 리메이크로 인기를 얻었던 <나인 하프 위크>의 삽입곡 'You Can Leave Your Hat On'(스트립씬 장면에 사용됨) 역시 랜디의 작품이다.

1980년대 이후 <내추럴> <우리 아빠 야호!> <사랑의 기적> <페이퍼> 등 개인 작품 활동 보단 영화 음악 작업에 치중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된 건 바로 1995년에 개봉된 <토이스토리>였다. 

 영화 `토이 스토리` 사운드트랙

영화 `토이 스토리` 사운드트랙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아카데미상 주제가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노래 'You've Got A Friend In Me' 등 경쾌한 포크 송 분위기의 보컬곡-연주곡 등을 통해 극중 인형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후 픽사를 비롯, <몬스터 주식회사> <카> 등 존 레세터 감독의 주요작에는 어김없이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내년 이후 선보일 <카3> <토이 스토리 4> 역시 음악은 랜디 뉴먼이 맡았다)

사촌 형제 사이지만 토마스와 랜디 두 사람의 음악적 성향 및 작업물은 전혀 다르다. 오케스트라 협업을 통한 연주곡 위주의 작업을 해온 사촌 동생 토마스와는 반대로 랜디는 보컬+피아노 위주의 삽입곡과 포크, 록, 재즈, 블루스 등 일반적인 팝 성향의 곡을 발표해왔다.

덕분에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주요 영화상 음악 부문 외에 주제가 부문의 단골 후보 중 한 명으로 랜디 뉴먼의 이름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아카데미 2회, 그래미 7회 수상)


주요 대표곡
'You've Got A Friend In Me' <토이 스토리 1>
'When She Loved Me' <토이 스토리 2>  사라 맥라클란
'If I Didn't Have You' <몬스터 주식회사> 존 굿맨 & 빌리 크리스탈. 아카데미 주제가 부문 수상
'It's Jungle Out There' <몽크> 에미상 메인타이틀 곡 부문 수상
'Our Town' <카> 제임스 테일러 노래. 그래미 영화/TV 최고의 노래 부문 수상
'We Belong Togethe' <토이 스토리 3>  아카데미 주제가 부문 수상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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