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싱글>의 포스터.

영화 <굿바이 싱글>의 포스터. ⓒ 쇼박스


'뒤도 안 돌아보고 성공을 향해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영화 <굿바이 싱글>은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어느 정도 삶을 살아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생각이다.

이 애잔한 감정을 영화는 코미디로 풀어낸다. 톱스타 배우 고주연(김혜수 분)의 삶을 빌려서 말이다. 40대가 되어 인기 또한 예전 같지 못함을 실감한 주연 입장에선 열심히 살아 왔는데 뭔가 허무하다. 스타일리스트로, 매니저로 함께 고생한 사람들이 있지만 내 편 같지 않다.

진짜 코미디일까

'진짜 내 편은? 곧 혈육'이라는 결론을 주연이 내린 순간 주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를 갖기로 하면서 미혼모 단지(김현수 분)를 만나고, 연하 애인이었던 동료 배우 지훈(곽시양 분)의 추한 면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닥치는 온갖 위기의 순간들. 특유의 철없는 모습으로 좌충우돌하는 이 40대 싱글 여성의 엉뚱함이 어느새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굿바이 싱글>은 곧 외로움을 동력 삼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두 감정 상태가 등가는 아니지만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이 영리하게 변환을 시도했다. 물론 직접 겪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한 비극은 없겠지만 적절히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몰입할 만한 여러 사건을 제시해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하기 쉽게 만든다.

전체적인 구조나 이야기 자체를 놓고 보면 사실 신선하진 않다. 분위기나 장르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미혼모 문제부터 연예계 생리를 다룬 한국영화들이 그간 쭉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한국 사회 내 특정 문제, 그러니까 미혼모를 바라보는 대중의 편협한 시선과 연예계의 부조리 등이 이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는 게 차이점이다. 영화는 우울해 보일 수 있는 소재에 매몰되지 않고 인물들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비튼다. 특히 그 상황들이 고주연에 대입되는 순간, 이야기는 희한할 만큼 에너지 넘치는 전개로 이어진다.

비법은 김혜수와 김현수?

 영화 <굿바이 싱글>의 한 장면.

영화 <굿바이 싱글>의 한 장면. ⓒ 쇼박스


그 중심엔 김혜수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코미디가 그에게 처음은 아니다. 데뷔 초 <닥터 봉>(1995)이나 <신라의 달밤>(2001) 등에서의 김혜수를 기억한다. 그런데도 그의 연기만큼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의 연기 문법내지는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가 아닐까.

<도둑들>(2012), <차이나 타운>(2015), 드라마 <시그널>에 이르면서 어느 순간부터 당당함의 상징이 된 김혜수는 자신이 왜 연기하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게다가 극 중 고주연이라는 배우가 톱스타 아닌가. 익숙한 옷을 입어 놓고 여유롭게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변주한다. 백치미가 넘치는 고주연을 연기하는 김혜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새롭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지닌 진부함까지 일부 제거하는 데 일조한다. 성공적인 캐스팅 사례 중 하나로 충분히 남을만 하다.

여기에 더해 김혜수와 호흡을 맞추는 김현수 또한 예사롭지 않다. 영화 <도가니> 속에서 가련한 피해자였던 그가 어느새 극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캐릭터로 분했다. 결코 부족하지 않게 또한 과하지 않게 <굿바이 싱글> 속에서 그는 또래의 청소년이자 미혼모의 역할을 해낸다.

본래 제목과 소개 글만 보자면 <굿바이 싱글>은 장르 영화로 즐기고 지나칠 작품일 법한데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사실만으로 두 배우가 얼마나 적절하게 임무를 완수했는지 알 수 있겠다.

이 영화로 웃고 즐기다가도 관객들은 되묻게 될 것이다. 진짜 내 편은 누구였는지, 혹은 내가 진짜 누구의 편이 되어본 적은 있는지. 이 정도면 <굿바이 싱글>이 2016년 초여름에 존재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오마이스타's 한줄평 : 코미디의 탈을 쓴 자아성찰의 영화.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평점 : ★★★☆ (3.5/5)

영화 <굿바이 싱글> 관련 정보
제공/배급 : 쇼박스
제작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 영화사람
감독 : 김태곤
출연 :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김용건, 서현진, 곽시양, 황미현 등
러닝타임 : 119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6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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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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