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5월 17일 제시카가 첫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의 주제곡 '플라이(Fly)'는 제시카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노래다. 주제곡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 다수의 곡에 제시카가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으로 나서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담았다. ⓒ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지난 13일 제시카의 인터뷰. 질문이 비처럼 내렸다. 인터뷰에 참석한 기자들이 쏟아낸 질문이 한바가지는 됐다. 질문의 수가 많았다는 의미도 되지만, 질문의 소재가 다양했다고나 할까. 처음엔 언제나 그렇듯, 발매를 앞둔 앨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더 솔직한 질문들로 심화단계를 밟는다. 이를테면, 소녀시대 탈퇴 심경과 새롭게 둥지를 튼 소속사에 대해, 동생과 동생의 연애 이야기, 사업 이야기, 그리고 끝으로 본인의 사랑 이야기까지.

일기예보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듯, 제시카 역시 자신에게 강렬한(?) 질문들이 예비돼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인터뷰 초반, 그가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무렴 <라디오스타>만 하겠어요?" 그리고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렇게 말했다. "<라디오스타>보다 약할 줄 알았는데..."

그럼 각설하고, 시원한 일문일답의 빗줄기 속으로 제시카와 함께 걸어가 보는 걸로!

첫 솔로앨범,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만든 것

- 솔로 앨범 부담은 없었나.
"당연히 부담 됐다. 혼자 앨범을 낸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꿈에도 없었다. 그런데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계속 제게 말씀하셨다. 노래는 언제 들려줄 건지, 가수는 이제 안 할 건지. 그게 너무 고마워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앨범명 <위드 러브, 제이(With Love, J)>도 사인할 때 항상 썼던 멘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제 팬이라면 앨범명만 보고 이 앨범의 의미를 알아들으실 거다."

- 앨범작업을 혼자 해보니 어땠나.
"일단 제가 모르는 게 많더라. 가수 10년차면 해볼 것 다 해봤을 것 아닌가? 그런데도 혼자 하는 건 확실히 또 다르더라. 더 많은 디테일을 알게 됐다."

- 솔로 앨범의 좋은 점이 있다면?
"솔로 앨범은 저만의 색깔을 묻힐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손으로 직접 색깔을 칠하는 기분이랄까. 1년 가까이 준비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했다. 팀의 경우는 구성원 사이의 조화를 이뤄야하기 때문에 서로의 개성을 많이 드러내진 않는다. 그룹이 빛나는 것이 중요하니까. 반면 솔로는 제 색깔을 더 뚜렷하게 보여드릴 수 있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점이 있더라."

- 이 앨범을 통해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와, 되게 제시카 같다!' 그냥 이 말을 듣고 싶다. 이 앨범이 그냥 딱 저 같았으면 좋겠다. 음악적 스타일, 자켓 사진들의 느낌, 뮤직비디오 등에서 저만의 색깔이 묻어나게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은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 다 힘든 일을 맞게 된다. 슬럼프에도 빠지고, 무슨 일을 당할 수도 있는데, '괜찮다'고 말해주는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밝다. 사람들은 제가 어두운 노래나 발라드를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반대로 밝은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 어쨌든 이 앨범을 만든 건 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니까, 희망적 메시지를 담았다. 그들의 인생도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이 눈에 띈다.
"특히 '골든스카이(Golden Sky)'는 제 마음이 새카맸을 때 쓴 것이다. 가사와 멜로디를 제가 썼는데,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담은 곡이다. 어두운 밤에 내 마음도 까맸다. 팬미팅을 했을 때 막 울컥울컥 하더라. 금색 봉을 들고 응원해주시는데 그걸 보니, 아직도 나를 이렇게 응원해주는데 뭐라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울컥하는 마음을 담아 쓴 곡이다."

"'와, 되게 제시카 같다!' 그냥 이 말 듣고 싶다"

 제시카

주제곡 '플라이(Fly)'는 꿈을 꾸고 간절히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반복되는 피아노 선율과 "You Can Fly"라는 가사가 중독성 있다. ⓒ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 소녀시대에서 탈퇴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지금도 제게 소녀시대는 소중한 것이다. 데뷔 때부터 그랬고. 소녀 시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테니까."

- 소녀시대를 나온 것은 제시카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생이란 책에서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홀로서기를 하니 오래 하던 일도 다 새롭게 느껴진다. 지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느끼게 되니까,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 그런 시기다. 더 발전적인 것 같다."

- 탈퇴해서 섭섭하지 않았나?
"섭섭하지 않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학교도 다 졸업하지 않나? 학교 다니다가 졸업한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SM에 대해 애정의 마음을 갖고 있다. 나를 만들어준 회사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

- 티파니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솔로앨범을 냈다. 앨범 봤나?
"앨범 다 봤다. 멋있더라. 사람들이 티파니한테 바랐던 게 러블리한 모습인데, 이번 앨범을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아 좋아보였다. 멋있게 활동 했으면 좋겠다."

- 제시카에 달리는 악성댓글이 많은데, 속상하지 않나?
"악플(악성댓글)은 원래부터 많았다. 나를 둘러싼 오해와 억측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악플에 대해 예전에는 되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어차피 저는 처음부터 악플이 많이 달리는 아이였고, 이제는 제가 좀 컸는지 괜찮다. 성숙한 느낌이랄까? 요즘은 진짜로 무플(댓글 없음)보다 차라리 악플이 낫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니까."

- 해명하고 싶은 게 있나?
"저는 원래 해명 이런 거 안 좋아한다. 오해는 언젠가 때가 되면 다 풀린다. 그걸 막 내 입장에서 이야기한다고 풀리는 건 아닌 것 같더라. 더 꼬이지. 저는 원래 그러는 편이다."

"난 처음부터 악플 많이 달리는 아이... 이젠 좀 컸는지 괜찮다"

- 새로운 소속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남자친구의 회사인데, 어떻게 된 건가.
"다른 기획사 제안도 받았다. 그래서 부모님과도 상의도 많이 했다. 개인적 이유(연인의 회사)로 이 기획사(코리델 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건 아니다. 저의 음악적 활동을 지지해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서 택했다. 제가 해외 활동도 많이 하는데, 그런 부분과 그밖의 여러 가지를 지원해주고 보살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회사다."

- 연인 타일러권은 처음에 어떻게 만났나?
"친구들이랑 다같이 어떤 모임에 갔다가 자연스럽게 만났다."

- 결혼설은 그냥 설일 뿐인가?
"발표한 게 아니니 설이겠지. 그런데 내 주위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하더라. 부럽기도 하고, 여자라면 생각 안 하진 않으니까.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

- 이번 앨범에 대한 동생(크리스탈)의 반응은?
"동생이 제일 신나했다. 동생이 제 뮤직비디오 디테일 하나하나 다 의견을 내며 엄청 신경을 써줬다."

- 동생은 어떤 존재인가.
"동생은 저와 나이 차이가 5살 6개월이 나는데, 지금은 진짜 친구 같다. 점점 수정이가 성숙해지니까 더 대화도 많이 하고, 그래서 지금은 어릴 때 보다 더 친하다. 사회 나와서 친구 만나기 쉽지 않은데, 수정이는 가족이다 보니까 서로 의지하게 된다."

- 동생의 연애에 대해 알고 있었나?
"당연하다."

- 언니로서 조언한 게 있나?
"언제든지 매체 등에 사진을 찍힐 수 있는데, 그렇게 노출될 때 더 나은 모습을 보이도록 항상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 패션사업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나?
"생각보다 잘 돼서 저도 놀라고 있다. 사실 처음엔 취미의 개념으로, 구멍가게처럼 작게 할 생각이었다. 내 공간에 내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단 마음이었다. 그게 꿈이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행운이다. 사무실 사람들이 열심히 관리해 준다. 제가 한 게 많이 없는 것 같다."

"결혼?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

 제시카

6곡의 수록곡 중 '골든 스카이(Golden Sky)'는 제시카가 팬들에게 보내는 팬 헌정곡이다. '금빛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드러냈으며, 홀로서기를 결심하기까지 긴 시간 사랑을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 ⓒ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 제시카로 사는 기분은?
"재미있다. 스릴 있다. 일단 한 가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걸 하니까 그게 재미있다. 한 가지만 하면 지루할 수 있는데, 이것 저것 하니 재미 없는 날이 없다. 오늘 인터뷰하면 내일은 디자인을 할 수 있고, 그 다음날은 무대를 오를 수도 있다. 재미있다."

- 벌써 데뷔 10년차다. 지난 10년 어땠나?
"2000년부터 연습생을 시작했다. 저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은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보낸 시간이었다."

-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
"이럴 때 꿈이 있다고 답해야겠지? 무슨 말이냐면, 저는 원래 꿈을 확고히 정해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스타일이다. 이번에 앨범을 냈으니 이번 해의 꿈은 이룬 셈이고, 그 다음 꿈은 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꿈을 꾸겠지.

이제부터 음악으로 계속 활동할 거고 다음 앨범도 낼 거다. 엠씨도 하고 있고. 또 중국에서 두 번째로 영화 촬영을 한다. 첫 번째 영화는 오는 8월에 개봉한다. 로맨틱 코미디고, 제목이 아직 가제인 상태라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 아무튼 전 인생이 흘러가도록 두지만, 기회가 있으면 기회는 놓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제시카는 여름비처럼 시원시원했다. 비가 온다고 처마 밑으로 숨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질문)를 시원하게 맞는 그의 모습이 굉장히 자유로워 보였다. 거침없고, 솔직하고, 쿨하고, 당당하고. 그의 겉모습은 예상대로 새침했지만, 가만히 말의 내용을 들어보니 털털한 느낌이 왔다.

 제시카

수록 곡 중 '러브 미 더 세임(Love Me The Same)'은 제시카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작업한 곡이다.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것은 물론, 주제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따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화려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사랑해줄 수 있을까'라는 솔직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 ⓒ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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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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