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품화 논란' - 언론에서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는 표현이다. 방송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 산업에서 성을 판매도구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출연자를 희롱하는 표현이나 심한 노출을 입은 가수의 무대가 방송되면 실시간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처럼 날카로운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방송사들은 여성 상품화 논란이 일 것 같은 장면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한다.

문제는 같은 성 상품화임에도 불구 남성상품화에 대해서는 여성의 사례만큼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BS <나를 찾아줘>의 이국주와 조정치

지난 2월 SBS <나를 찾아줘>에서는 개그우먼 이국주가 가수 조정치의 엉덩이를 꼬집는 장면이 나왔다. ⓒ SBS


지난 2월 8일 SBS <나를 찾아줘>에서 개그우먼 이국주가 가수 조정치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제가 만졌어요, 만져 보니까 (엉덩이가) 처지긴 하셨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품위유지에 관한 방송심위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은 방송심의에 올랐다. 심의위원들은 행정지도 권고조치를 내렸다. 실질적 제지는 받지 않은 것이다.

또 3월 17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는 한홍난(오연서 분)이 송이연(이하늬 분)을 괴롭히는 차재국(최원영 분)에게 경고를 하며 한 대사 "고추 잡고 반성하든지, 아니면 한판 붙든 지" 때문에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문제없음'이라고 판단했다.

과연 남녀의 성별이 바뀌었을 때도 이정도의 조치에 그쳤을까. 여자 가수의 엉덩이를 만진 남자 개그맨은 뭇매를 맞으며 방송을 하차했을 수도 있다. 여성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라면 논란이 예상돼 애초에 작가가 대본에 쓰기도 꺼렸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 상품화를 마주할 때보다 덜 분노한 우리 시청자 또한 솜방망이 처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왜 이처럼 방송에서 다뤄지는 남성 성 상품화에 대해서는 관계자든 시청자든 여성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보다 너그러운 것일까. 방송은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기에 이 원인도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남성들은 줄곧 '남자라면 호탕하고, 배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다. 남성다움을 뜻하는 일명 '맨박스(manbox)'라는 개념이 사회 곳곳에 퍼졌고, 이는 방송 산업에도 뿌리를 내렸다. 남성이라면 짓궂은 장난도 웃어넘겨야 된다는 의식이 깔린 것이다. '상남자'나 '짐승남'같은 단어 또한 힘이 세고 적극적인 남성에 대한 선호가 바탕이 된 신조어라 할 수 있다.

물론 방송,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난스럽게 한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심의위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일리 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소재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을 희화화하는 것은 분명 조심해야 할 문제다. 그러한 행위가 방송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성희롱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을 위한 소재는 인간의 성 외에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여행이나 고민 상담 등 '착한 콘텐츠'를 가지고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성 상품화에 대한 제재는 엄격하게 진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 웃음 포인트인가' 혹은 '그 행위를 당한 사람의 성별이 무엇인가'가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방송시장은 제작자만큼이나 시청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론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용자인 시청자가 분명한 생각과 비판적 태도를 지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청자들이여, 우리 좀 더 예민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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