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양의후예> 원작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의사회>다.
KBS
지상파로는 드물게 시청률 30%를 돌파하고, 중국 시장에서까지 신드롬을 낳고 있는 <태양의 후예>. 쏟아지는 보도 속에 단연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판타지로맨스 드라마의 원래 설정이다. 원작은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의사회>.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원작에 김은숙 작가가 합류하면서, 의사였던 유시진이 군인으로 탈바꿈됐다고 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군인, 그것도 '해외 파병군인'으로 남주의 직업이 변경되는 순간, '국뽕(국가주의+히로뽕의 합성어)'의 여지도 넓어지고, 스펙타클한 화면들을 잡아낼 기회도 늘어나며, 강모연이 지속해서 유시진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지뢰밭처럼 깔리게 된다. 여전히 전쟁이나 분쟁 지역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여성과 노인, 아동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나 김은숙 작가의 여주인공들 치고 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 평가받는 강모연과 윤명주(김지원 분) 캐릭터 역시 이 설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모연은 현실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의사로 그려진다. 그러나 테러와 분쟁이 난무하는 이국땅은 강모연을 여러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그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유시진의 도움을 받게 한다. 앞서 예로 든 아랍 의장의 치료 장면이 대표적이다.
<태양의 후예>는 이 모든 위기와 상황들을 로맨스로 연결한다. 과장된 설정과 리얼리티에서 한참 벗어나는 상황들로 범벅돼 있지만, 이 로맨스라는 무기는 시청자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강모연의 성격과 정반대에 있는 인물인 윤명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더욱 흥미롭다.
직업 군인이자 의사인 윤명주는 서대영(진구 분)과의 로맨스만이 목표요, 이를 위해 철저하게 복무하는 캐릭터다. 작가가 다소 주체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은 강모연이 차마 하지 못하는 저돌적인 고백을 앞세운 '사랑꾼' 캐릭터인 셈이다. 그러니까 두 여자주인공의 주체성을 거론하는 대목은 철저하게 '김은숙 월드' 안에서만 가능한 평가가 아닐까. 신데렐라가 아니라거나, 유우부단하지 않다거나 등등.
어쨌건, 김은숙 작가의 장기인 로맨스가 우르크라는 판타지 공간 안에서 만개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극 중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성 군인들의 구보 장면을 본 여성 캐릭터들이 감탄하는 모습은 수차례 반복된다. 이는 그러한 로맨스를 향유하는 여성 시청자들을 위한 김은숙 작가의 서비스인 셈이다.
강력한 판타지와 결합한 국가주의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