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이러한 사람이 '갖고 싶은 남자다' 혹은 '완벽한 남자다' 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KBS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누군가의 외모나 신체조건, 혹은 능력 등이 가지고 함부로 재단하며 비교를 하는 행위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은 칭송받고 그렇지 못하면 무시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던지는 행위는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에게 쏟아지는 시선 자체에는 문제의식이라도 있지만, 남성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도 사실이다. KBS 2TV 예능 <가지고 싶은 남자>(이하 <가싶남>>는 그런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홍철아 장가가자' 프로젝트처럼 한 개인의 취향을 부각한 것이 아니라, 어떤 객관적인 (사실은 편파적인) 기준을 가지고 남성들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가싶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이를테면 에릭남이나 헨리 등은 여성의 호응도가 높은 멤버들이다. 이들과 함께 외모나 능력 등이 뛰어난 일반인들도 다수 출연한다. 그들은 첫 회부터 여성들이 둘러싼 방에 들어가 그들이 쏟아내는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받는다. 그들이 시키는 일은 춤이든 노래든 해야 하며, 그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최선의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뿐 아니다. 그들은 제작진이 만든 수학문제를 풀며 증명해야 하고, 일상생활 매너를 평가받기 위해 몰래카메라 실험을 '당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측정한다는 명목에 그들은 여성의 구미에 맞는 문자 보내기 테스트를 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하는지를 평가당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들에게 전제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비교다. 다른 출연자보다 더 여성을 만족하게 하는 행동을 해야 하고 적절한 대답을 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는 특권(?)을 주기 때문이다.
TV 속 <가싶남>은 외모는 물론 매너도 좋아야 하고, 여성의 심리를 잘 헤아려야 하며 요리도 잘해야 하고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해야 한다. 이런 완벽한 남자를 찾는 과정이 <가싶남>의 목적이요, 존재 이유인 것이다.
<가싶남> 아닌 <가싶녀>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