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장커 영화 <산하고인>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지난해 열린 제6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개된 지아장커의 <산하고인>은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타오(자오 타오 분)을 놓고 진셩(장역 분)과 리앙즈(양경동 분)의 삼각관계로 포문을 연 영화는 이어 2014년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2025년 머나먼 호주에서 엄마 타오를 그리워하는 아들 달러(동자건 분)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스틸라이프>(2006)으로 제6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2013년 <천주정>으로 제66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지아장커의 새로운 영화, 그리고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인 만큼, <산하고인>은 국내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산하고인>을 국내 처음으로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는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 고레에다 히로카즈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과 함께 <산하고인>을 동시대 거장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하여, 지아장커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지난 10일 국내 정식 개봉한 <산하고인>은 지아장커 신작에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 영화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2014년 국내에 개봉해 최종 6229명 관객수(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를 기록한 <천주정>이 그랬듯이, 원래 지아장커 영화가 특정 영화팬들만 찾는 작품이라고 해도, 지난 14일까지 총 881명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극단적으로 갈리는 평론가들그래도 평론가들과 영화 기자들의 극찬 세례가 이어졌던 <스틸라이프>, <24시티>(2008), <천주정>과 달리 <산하고인>에게 내리는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정'이다. 특히 <24시티>에 '저개발의 기억, 근대화의 영광과 상처, 초현대의 열망을 관통하는 위대한 카메라(별 9점)', '당신도 잘한 건 없지 않냐고, 영화는 묻는다(<천주정>, 별 8점)' 등 지아장커 전작들에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던 이용철 평론가의 평이 가장 눈에 띈다. '영화는 저열한 야심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별 2점을 부여한다.
<스틸라이프>, <24시티>, <상해전기>(2010), <천주정> 등에 그의 기준으로 다소 후하다는 별 7~8점을 부여한 박평식 평론가도 '미래는 선무당 수준(별 6점)'이라는 다소 박한 평가를 내린다. '서쪽으로 미래로. 중국의 어지러운 고속 장정에 동승한 지아장커(별 7점)'을 매긴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평은 그나마 후한 축이다.
이와 반대로 영화 <카페 느와르>, <천당의 밤과 안개>를 만들기도 했던 정성일 평론가는 <산하고인>을 두고 "올해 볼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 될 것"이라는 극찬과 함께 추천 영상을 남기기도 했다. "지아장커 감독이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는 호평까지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국내 저명한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극단적으로 반응이 엇갈리는 <산하고인>은 그들 각각이 느끼는 온도차만큼 오랫동안 지아장커의 작품을 보아왔던 영화팬들에게도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우선 <산하고인>은 <스틸라이프>, <천주정> 특유의 리얼리티 대신, 픽션의 요소를 대폭 강화한다.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타오, 진셩, 리앙즈는 지아장커의 초기작 <소무>(1997), <플랫폼>(2000), <세계>(2004)에도 등장했던 지아장커의 젊은 시절을 상징한다. 우혜경 평론가가 <산하고인>을 두고 '<소무>-<스틸 라이프>-<세계>의 종합증보판'으로 보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다. 1999년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던 중국 펜양에서 타오는 가난한 광부 리앙즈 대신 돈많은 사업가 진셩을 택한다. 그리고 미국을 동경해오던 진셩은 타오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달러'로 이름 짓는다.
그리고 15년 뒤, 진셩과 이혼한 후 펜양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홀로 살아가던 타오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고, 상하이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던 아들 달러가 펜양에 온다. 철저히 서구식 교육을 받고있는 달러는 중국어가 서툴고, 타오는 그런 아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 사이 타오와 헤어진 후 여기저기 떠돌다가 진폐증을 얻은 리앙즈가 쓸쓸히 고향 펜양으로 돌아온다.
문제의 세 번째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