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net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에서 보컬 트레이너 김성은, 안무가 배윤정, 래퍼 치타, 대표 프로듀서 장근석, 가수 가희, 가수 제아가 101명의 연습생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은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국민 프로듀서가 된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발탁된 최종 멤버 11명이 유닛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net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에서 보컬 트레이너 김성은, 안무가 배윤정, 래퍼 치타, 대표 프로듀서 장근석, 가수 가희, 가수 제아가 101명의 연습생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은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국민 프로듀서가 된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발탁된 최종 멤버 11명이 유닛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 이정민


'당신의 한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거창한 문장은 100% 국민 투표로 이루어지는 tvN <프로듀스 101>이 내세운 카피다. 국민들이 직접 보고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에 공정하게 선택이 이뤄진다는 달콤한 이야기는 일단 성공적이다. 아예 기획사 연습생들을 데려다가 프로그램을 기획한 점 역시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 일반인을 심사하느라 진을 빼야하는 수고를 더는 동시에 기획사의 이름까지 프로그램 홍보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 <프로듀스 101>은 확실히 색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 프로그램이다. 묘하게 중독적인 주제가와 더불어 참가자들에 대한 기대감은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으로 이어지며 3.8%(닐슨코리아 케이블 유가구 기준 )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과 어린 나이대가 주 시청자 층임을 생각해 볼 때 매우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공정성 문제

그러나 국민투표가 정말 공정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참가자들의 인지도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 <식스틴>이라는 JYP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리고 팬클럽까지 있는 전소미는 방송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위권이다. 엄청난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한, 전소미의 데뷔는 확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권은빈, 정채연, 기희현 등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 이력이 있거나 데뷔 예정인 멤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물론 그들이 속한 걸그룹이 인지도를 따질 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이미 데뷔 기회를 부여받은 이들이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100% 국민 투표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일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걸그룹 데뷔는 곧 프로의 세계로 발을 딛는 일이다. 데뷔 전후로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오디션이라는 이름아래 과연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느냐 하는 지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101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녀들은 전무후무했다. 그 중 누군가는 굉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공정한 기회에 대한 의문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몇 초에 불과한 출연 분량을 얻었고, 누군가는 집중 조명을 받으며 프로그램의 한 구성을 책임진다. 이런 분량의 차이부터 그들의 승패는 어느 정도 결정된다.

또 다른 논란의 인물은 김소혜. 사실상 이 참가자는 노래와 춤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가수가 아닌 연기자 연습생이다. 그런데 출연 분량은 다른 참가자에 비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그가 다른 참가자들처럼 몇 초밖에 안 되는 분량을 받았다면 지금의 투표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프로그램의 모순들

 프로듀스 101의 한장면

프로듀스 101의 한장면 ⓒ cj e&m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 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를 보아도 이 프로가 소녀들의 꿈을 이뤄주는 기회의 장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연료는 심지어 0원. TV에 나오는 1초가 아쉬운 연습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이고 범용적인 계약서"라는 프로그램 측의 해명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마성이 부각될수록 콘텐츠 파워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은 <무한도전> <복면가왕> 등을 꺾고 콘텐츠 파워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계속 터졌다. 부정투표 의혹엔 때늦은 대응을 했고 일본그룹 AKB48의 총선거 시스템을 표절했다는 비판도 유야무야 넘어갔다. 상위 11명은 CJ E&M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과연 타 방송사에도 출연이 가능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여러 문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지만 프로그램은 승승장구중이다. 이런 모순을 극복했다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소녀들의 꿈이 <프로듀스 101>에서 과연 빛나고 있을까. 씁쓸한 기분이 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 김세정 전소미 김소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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