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장면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게 되는 사회,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대한민국의 미래일지 모른다.
부에나비스타픽쳐스
노동법 전문 변호사인 로버트 클레이튼(윌 스미스)은 우연히 마주친 대학 동창으로부터 얻게 된 정보 때문에 국가안보국의 감시 대상이 된다. 사용하던 신용카드는 정지되고, 집의 전화는 이미 도청이 되고 있으며, 휴대전화는 그의 일상을 국가로 전송한다. 국가는 어느 순간 그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갖게 되고,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니게 된' 정보의 무게에 비례하여 직접적인 위협이 노골적으로 가해진다. 영화일 뿐이라고? 잠시 다음을 상상해보자.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전화기의 알람을 끄고 급하게 세수를 한 후, 출근한다. 회사의 출입문을 통과하는 순간 휴대전화에 깔려진 보안 프로그램이 내 위치를 확인한다. 회사 안에 들어온 후로 휴대전화의 카메라는 동작을 멈추고,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의 시간과 위치 정보를 보안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퇴근하여 사무실을 벗어나니 다시 카메라가 작동한다.
사무실의 컴퓨터를 켠다. 윈도우 하단 작업 표시줄의 오른쪽에 몇 개의 아이콘이 뜨며 '모든 행위가 모니터링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는 사이트가 저장되고, 외부로 메일이 들고 나는 모든 행위가 관리 대상이다. 외부 메일에 파일이라도 첨부하여 보내려고 하면, 사유와 함께 상사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사무실의 전화기도 이미 인터넷 전화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문서 탐색기를 연다. 작성된 모든 문서에 자물쇠가 잠겨져 있다. 보안 프로그램이 깔리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읽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내가 보유한 권한에 따라 자물쇠의 색깔이 달라지고, 자물쇠의 색은 시스템 관리자의 조정에 따라 색이 바뀌기도 한다. 컴퓨터에 USB나 외장 하드를 연결하는 순간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
"외부 저장매체에 파일을 옮길 수 없습니다."컴퓨터도 네트워크도 전화기도, 더는 나의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관리자로부터 "컴퓨터에 비승인 USB를 사용하셨던데, 무슨 자료입니까?", "일과 중에 커피숍에 가셨던데, 누구를 만나셨나요?", "출장지를 벗어나셨던데, 소명이 필요합니다"하는 연락을 받아도 전혀 놀랄 필요가 없다. 휴일이어서 회사를 벗어났어도, 휴대전화의 위치정보 시스템은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다. 엄마도 몰래 1박 2일 여행을 왔는데, 회사는 알고 있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