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예술극장 신영의 휴관을 알리는 글

강릉예술극장 신영의 휴관을 알리는 글 ⓒ 강릉씨네마테크


강원도 지역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관이었던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아래 신영)이 29일을 끝으로 휴관한다. 공식적으로는 임시휴관이지만, 현 장소에서 운영을 중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폐관하는 모양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상황이어서 영화계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신영은 2일 공지사항을 통해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관 지원사업의 중단 이후 건물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열악해져 휴관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대안적인 극장 설립과 운영이 대자본 위주의 독점적 영화시장 안에서는 민간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지난 4년간 극장 운영 경험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신영은 휴관일인 29일이 개관 1383일이 되는 날이라며, 휴관 기간 동안 좀 더 안정적인 공간을 준비해 영화의 집을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운영하고 있는 강릉씨네마테크의 한 관계자는 "공지한대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이라 현재 장소에서는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29일까지만 운영하게 된다"며 "이후 재개관 여부는 시일을 두고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진위 지원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그만큼의 비용이 없어지다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지난 2012년 5월 18일 강원지역 최초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다.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강릉씨네마테크 회원들이 힘을 합쳐 극장을 연 이후 독립예술영화의 저변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012년 5월에 개관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2012년 5월에 개관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 성하훈


독립영화관 폐관이 잇따르면서 영화진흥위원회(김세훈 위원장, 아래 영진위)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거제아트시네마가 문을 닫았고,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북촌의 대표적 독립예술영화관이었던 씨네코드 선재 역시 폐관했다. 이 영화관들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영진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독립영화관을 지원하는 영진위의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 사업이 지난해 프로그램 자율성 침해와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을 일으키며 독립영화관들의 반발을 샀다. 사업 진행 역시 지난 10월에 시작됐으나 독립예술영화를 모르는 사람에게 사업을 위탁하면서 계속적으로 논란만 일으켰다. 사업안에 대한 수정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그 사이 지원이 끊긴 독립영화관들은 고사 지경에 이르렀다.

독립영화 진영의 한 관계자는 "부산영화제가 <다이빙벨> 상영으로 정치적 보복을 받고 있는 것에서 보듯 현 정권의 표현의 자유 억압이 독립영화관의 문을 닫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독립영화관들이 그간 정부가 불편해 했던 사회성 짙은 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의 휴관 소식에 영화계 인사들은 안타까움을 토해내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은 "영화가 개봉 2일째 모든 극장에서 내려갔을 때, 전국에 4개관만 남았었는데, 3개가 서울에 있었고 나머지 하나가 강릉 신영이었다"면서 "다음에 여기 내 영화 들고올 때는 조금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와야지 했는데 속상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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