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방송 인터뷰 현장에도 홍보마케터가 따라 붙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방송 인터뷰 현장. 소규모의 영화일수록 홍보마케팅 행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 김은 제공


얼마 전 3D로 제작된 단편 <외계인이다>를 보았다. 결혼 10년차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평범한 40대의 가장을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외계인으로 묘사하는 등 재기발랄했다. 남자가 소주를 좋아하고, 배가 나오고, 머리가 빠지는 것들이 모두 외계인임을 보이는 증거라는 것.

이걸 보고 영화홍보 마케터들도 모두 일반인으로 가장한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영화에 미쳐 좀비처럼 일에 빠져드는 외계인 말이다.

최근 배우나 가수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서 엔터테이너로 거듭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업 외에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며 활동 폭을 넓히는 것. 이를 두고 만능 엔터테이너라 칭하기도 한다. 만능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 '모든 일에 다 능통하거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음'.

모든 걸 다 하거나, 아님 안 하거나

 애니메이션 <고녀석 맛나겠다2> 관련 행사 중.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인만큼 마케팅홍보 전략도 그들 눈높이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애니메이션 <고녀석 맛나겠다2> 관련 행사 중.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인만큼 마케팅홍보 전략도 그들 눈높이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 김은 제공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 어찌 들으면 무서운 말이다. 한 사람이 어떻게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단 말인가. 각자 개성이 있고 장단점이 서로 다를텐데 말이다. 슈퍼우먼, 슈퍼맨… 이런 단어들 역시 만능형 인간을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여러모로 부담과 부러움을 모두 갖고 있는 명사다.

영화홍보마케터는 기본적으로 흥행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존재다. 선재물을 만드는 작업에서 마케터는 매의 눈으로 사진과 디자인을 봐야하고, 관련 영상물을 완성해야 한다. 전문용어가 오가는 와중에서도 알아서 일을 진행해 인쇄물이나 완성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일단 홍보 일정을 시작하면 특정 매체 하나만 바라볼 수가 없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TV 방송 프로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고, 그러다 보면 화장실을 갈 때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기도 한다. 모바일 메신저로 쉴 새 없이 업무 내용이 오가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홍보성 야외 행사가 시작되면 이번엔 이벤트 기획자가 돼야 한다. 예전처럼 영화 촬영 현장공개 등이 있었을 땐 연출부 못지않게 제작 공정이나 스태프의 동선을 파악해야 했다. 지금은 행사 참석자들을 독려하며 최대한 부드럽게 진행하는 게 주 업무가 됐다. 행사 장소? 가리지 않는다. 극장은 물론이고 공항, 호텔이 될 수도 있다.

만능인과 전문인 사이

 영화홍보마케터는 이런 야외 행사 때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중간자로서 역할은 생각보다 넓다.

영화홍보마케터는 이런 야외 행사 때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중간자로서 역할은 생각보다 넓다. ⓒ 김은 제공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그 대상이 심지어 어린이다. 성인이 아니기에 대화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소통할 수 있다. 교회 선생님이라도 몇 번 해봤어야 가능할 수도 있겠다. 또 해당 작품의 예산이 없다면 진행자 섭외 없이 마케터가 직접 마이크를 잡기도 한다. 관객과의 대화, 무대인사 등 영화홍보마케터를 기다리는 행사는 무궁무진하다. 말 그대로 만능이 돼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결사. 더 노력하고 배우고 문화적인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에 지금도 많은 마케터들은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만능인이 아닌 전문인이 되기를 원했다. 어느 한 분야는 특별하게 잘하는 전문가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배우고 고민 중이다. 난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이 땅의 영화홍보마케터들은 그저 영화가 좋아 외계인인 척 하는 순진한 지구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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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김은 대표는 한 광고대행사 AE(Account Executive)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상품 광고가 재미없다며 박차고 나왔다. 이후 1997년 단성사를 운영하던 영화사 (주)신도필름 기획실에 입사해 영화홍보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전문 홍보대행사 아담스페이스를 설립했다. 홍보하면서 야근 안 할 궁리, 여직원이 다수인 업계에서 연애하고 결혼할 궁리, 상업영화 말고 재밌는 걸 할 궁리 등을 해왔다. 지금까지 다른 회사가 안 해 본 것들을 직접 또는 소수 정예 직원들과 함께 실험 중이다.
김은 오마이스토리 영화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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