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구와 우장훈의 결의에 찬 만남

안상구와 우장훈의 결의에 찬 만남 ⓒ (주)쇼박스


많이 가진 자들이 더 가지기 위해 뒷거래를 한다. 뒷거래의 현장은 추악하고 잔인하다.

여기, 사람 좋은 얼굴로 국민 앞에 나서며 당당함과 여유로움을 앞세워 전폭적인 지지율로 승승장구하는 장필우 의원이 있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인 그가 뒤에서 벌이는 행각들은 실망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국민 앞에 계속 설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만나고 다니는 인물들에 의해 설명된다. 대한민국 여론을 장악하는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가 중심이 되어 말로 그리고 글로 뒷거래 현장의 시나리오를 짠다. 이강희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은 장필우 뿐만이 아니다. 돈이 곧 권력인 사회에서 가진 건 돈뿐이며 그 돈으로 칼날을 휘두르는 재벌 회장도 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핵심인 장필우 의원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지겹도록 오랜 세월 지속하여 온 정경유착에 이어 여론까지 가세하여 전투력을 더 강화한 그들에겐 더는 무서울 게 없다.

가지지 못한 이들의 선택

그런 그들만의 세계에서 버림받은 한 남자가 있다. 그들에게 버림받기 이전, 그는 그들의 목적을 위한 해결사였다. 주먹으로 해결해야 할 일엔 주먹으로 나서게 했고, 그들의 잘못된 쾌락을 위해 다 피었을지 피지 않았을지 모를 청춘들을 갖다 바치기도 했다.

해결사 그는, 그들을 위한 뒷거래의 비자금 파일 확보와 동시에 그들의 세계에서 제거당하고 만다. 비자금 파일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겐 위협대상이었다. 비자금 파일을 가지고 재주를 부리고 여우가 되려 했던 순진한 곰 안상구는 그들에게 할 복수만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그저 연명할 뿐이었다.

'까라면 까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올라가 지지 못하는 승진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한 남자도 있다. 족보도 배경도 없이 가진 건 죽으라 공부해서 검사가 될 만큼의 체력과 깡.

족보도 배경도 없이 집단 내에서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는 노력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비현실적으로 능동적인 대한민국 검사 우장훈.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불법과 비리의 뿌리를 뽑아내 정의를 실현하고, 그 정의에 올라타 자신의 위치 역시 끌어올리려는 자이다. 그런 그가 숨어있는 안상구를 만나고자 열을 올린다. 그들을 속속들이 까내기 위해 도박만큼이나 위험한 선택을 하여 일을 벌인다.

복수의 악과 정의의 깡이 만나다

장필우의 비리를 밝히고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변 인물들 탐색에 들어간 검사 우장훈이 안상구를 발견해 찾아가 만난 건, 수많은 장면 중 가장 극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오죽하면 깡패와 검사가 손잡게 되었을까. 불법을 저지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깡패와 불법과 폭력을 막아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할 검사가 어찌하여 만나게 된 것일까. 복수에 미친 남자와 깡밖에 남지 않은 검사가 만나게 된 건, 이 사회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이다.

정치깡패가 복수를 위해 하루하루 칼날을 갈아 왔듯, 검사는 그들을 세상에 까발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의 깡으로 공부했다. 몸집이 제일 큰 악의 존재인 그들에 맞서기 위해 복수라는 이름의 악을 가진 자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깡을 가진 자가 만난 것이다.

이득 될 게 없으면 가차 없이 죽임을 행하고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 이런 집단에 속한 그들은 더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악이 있는 사회에선 절대로 선(善)이 악(惡)을 이기지 못한다. 악이 악을 물리치게 하되 정의의 깡다구를 이용했다. 어쨌든 참 다행스럽게도 감독은 체념하지 않고 능동적이다. 체념만큼 가라앉는 것도 없다. 전반적으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현 사회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통해 체념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각성이 인다.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영화의 각 축이 되는 인물들

▲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영화의 각 축이 되는 인물들 ⓒ (주)쇼박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순지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rnjstnswl3)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자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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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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