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배경 없이 실력 하나만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복면가왕> 출연자 은가은.
MBC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었던 MBC <복면가왕>의 인기가 높다. 지금처럼 <복면가왕>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어떤 요구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복면가왕>이라는 무대는 과거가 무엇이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겨루고, 또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무명의 가수였던 은가은이 지난 25일 방송에서 가왕 결정전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복면가왕>에서는 그 어떤 '대물림'과 '금수저'도 통하지 않기에 가능했다. 비록 가왕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8명의 도전자 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 가왕에 도전장을 내밀만큼 남다른 매력과 실력을 보여줬다.
'꼬마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의 복면을 쓴 그녀가 자그마한 체구로 무대에 올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아이돌 멤버 중 하나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간 수많은 아이돌 멤버가 <복면가왕> 무대를 통해 '재발견' 되었듯,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준 은가은 역시 퍼포먼스형 그룹의 숨겨진 보컬이라고 추측됐다.
그녀가 복면을 벗었을 때, 시청자는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패널 모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이돌도 아니었을뿐더러,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가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가은이라는 이름이 공개됐을 때조차 그녀가 누구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MC 김성주가 "영화 <겨울왕국>의 OST인 'Let it go'(렛잇고)를 부른 영상으로 화제를 낳았던 SNS 스타"라고 부연 설명을 붙였다. 그제야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내는 정도였다.
은가은을 향한 관심, 사회 개선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방송 후 일각에서는 "복면을 벗어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출연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금수저' 논리와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얼굴이 알려진 가수만 출연한다거나, 이름 있는 연예인만 무대만 오를 수 있다면 이는 <복면가왕>의 취지에 오히려 어긋난다. 무명인 가수와 연예인 등을 차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완전 무명에 가까웠던 은가은의 이날 선전은 '금수저' 사회에 날린 통쾌한 반전이었다. 과거, 이름값, 인기 등 그 어떤 '배경'도 등에 업지 않고,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가왕 결정전까지 오른 은가은. 그녀를 통해 우리는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공정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실력자'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본, 권력, 인기의 대물림이 당연시되는 '금수저' 사회에서 은가은은 통쾌한 반전을 선사해줬다. 속이 다 후련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방송 이후 은가은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높은 관심이 부디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작은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