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사람들> 재생 스크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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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삭제 완전판으로 일반에 공개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2004). 이 영화는 박정희 암살 사건을 소재로 삼았는데, 개봉 당시 그 아들인 박지만으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다. 결국 영화는 당시 사법부에 의해 박정희의 생전과 사후에 대한 몇몇 다큐멘터리 장면들을 검은색 화면으로 암전(삭제) 처리한 상태로 개봉됐다.
하지만 제작사의 항소로 3년여의 재판 끝에 영화는 "역사의 한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고, 대부분의 세부사항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모두 픽션"인 것을 밝히는 조건 아래 무삭제 완전판으로 상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미 개봉한지 십여년이 흐름 작품이라 극장 재상영보다는 2차 판권 시장에서 무삭제판이 공개된 실정이다. 그에 따라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는 기존에 삭제됐던 장면들이 공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렇게 완전판으로 공개된 이 영화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18년의 세월 동안 공포정치를 펼치며 밤의 황제로 군림하던 한 인간의 모습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로운 것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과 여자를 이용하고 폭력과 고문을 일삼는 이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흡사 조직 폭력단과 비슷한 인상을 받게 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하는 장면은 유흥업소를 습격하며 권력이동을 꿈꾸는 조폭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김재규와 그 부하들은 박정희를 비롯한 경호원들을 사살한 후, 전쟁을 통해 우두머리를 제거했으니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며 잠시나마 안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정희를 따르던 비서실장과 육군참모총장 등 나머지 인물들은 기존의 체제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던 사람들이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유흥을 즐기다 갑작스럽게 암살된 밤중에 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상당히 급박하게 전개되는데, 무력을 확보하며 상황을 풀어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조폭의 그것과도 흡사하다. 김재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긴박했던 하룻밤은, 권력은 폭력을 수반한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