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펑고에 무릎 꿇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이창열이 지난 2월 28일 오후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현 야에세의 고친다구장 보조 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의 펑고 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김 감독이 직접 펑고를 친 것은 2차 스프링 캠프지인 오키나와에서 이날이 처음이다.

▲ '야신' 펑고에 무릎 꿇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이창열이 지난 2월 28일 오후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현 야에세의 고친다구장 보조 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의 펑고 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김 감독이 직접 펑고를 친 것은 2차 스프링 캠프지인 오키나와에서 이날이 처음이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의 다사다난했던 2015시즌이 막을 내렸다. 최종성적은 68승 72패, 승률 4할 7푼 2리. SK에 2게임 차로 밀려 가을야구 막차 티켓은 끝내 놓쳤다. 한화는 2008년부터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갔다.

2015년의 한화는 그야말로 김성근으로 시작하여 김성근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겨울 김응용 감독의 후임으로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면서 한화는 일약 화제의 팀으로 급부상했다. 만년 꼴찌를 전전하던 한화는 강도 높은 지옥훈련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하여 새로운 팀으로 변모했고 올 시즌 내내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올 시즌 한화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마리한화'다. 한화의 야구가 마약처럼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한화는 전반기 44승 40패 승률 5할 2푼 4리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저력과 잦은 역전승은 지난해까지 한화 야구에서는 분명 찾아보기 힘든 장면들이었다. 그 중심에 김성근 감독 특유의 벌떼 야구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총력전이 있었다.

영광에서 불명예로... 수직 추락한 독수리

불만스러운 김성근 지난 9월 2일 오후 청주시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대 기아의 경기에서 7회 말 기아 박찬호가 공을 놓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불만스러운 김성근 지난 9월 2일 오후 청주시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대 기아의 경기에서 7회 말 기아 박찬호가 공을 놓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후반기에는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후반기 한화의 성적은 24승 36패로 수직 추락했다. 5위였던 순위는 한때 8위까지 떨어졌고 막판 경쟁 팀들의 동반 부진을 틈타 다시 5강 회복의 희망을 이어갔지만 8~9월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뒷심이 모자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화 돌풍의 중심에 김성근 감독이 있었듯이, 추락의 빌미도 김 감독에게서 비롯됐다. 유독 한화 야구를 논할 때 잘해도 감독 탓, 못해도 감독 탓 일색이었던 분위기는 그만큼 김 감독이 한화의 팀 운영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벌떼 야구와 변칙적인 선수기용은 시즌 후반기에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권혁-박정진-윤규진 등 전반기에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은 끊임없이 혹사 논란에 시달렸고 실제로 후반기 들어 구위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달콤한 중독의 대가를 요구하는 마약처럼, '마리화나'라는 표현이 한화의 반짝 돌풍에 이은 몰락까지 암시하는 복선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묘하게 다가온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인생 내내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야구에 관한 뚜렷한 철학과 소신은, 그를 가는 팀마다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성공한 지도자로 장수하게 만든 비결이다.

그러나 김 감독 본인의 방식과 판단만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적인 리더십은 무수한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한화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이로 인하여 김성근 감독은 언제나 팬과 안티가 극명하게 나뉘는 극과 극의 행보를 이어갔다. 선수 기용과 잦은 구설수 등은 '한화 고등학교', '북한화'같은 비아냥을 자아내며 김성근 감독에게 독선적이고 '불통'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미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 여부로 김성근식 야구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그만큼 김 감독이 남긴 공과가 너무 극명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올 시즌 한화가 일단 몇 년간 계속되었던 패배의식에서는 확실히 벗어났다는 점이다. 잠시였지만 상위권 판도를 위협할 정도의 돌풍을 보여줬고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는 끈끈한 모습은 한화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한화의 전반기 성적은 몇몇 주력 선수들에 대한 쥐어짜내기식 혹사와 과도한 변칙으로 이루어진 모래성이었다. 7위에 그친 성적과 후반기 대추락은 결코 높이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의사로 비유하자면 상처에 대한 근본적이고 꾸준한 치료보다 강력한 진통제로 잠시 고통을 멎게 해서 회복했다는 착각을 안긴 것에 가깝다.

한화가 올 시즌 역대 최고급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FA로 권혁-배영수-송은범 등을 영입했고 시즌 후반기에는 메이저리그 경력의 괴물투수 에스밀 로저스까지 영입했다. 역대 한화 감독 중 단기간에 김성근 감독만큼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은 경우도 없다. 그러나 배영수와 송은범은 실패로 끝났고, 권혁도 전반기의 무리한 등판의 영향으로 후반기에는 부진했다. 로저스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지만 뒤늦게 합류한 로저스만으로 선발진의 열세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했다.

'얇은 선수층'이 원인? 내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경기 지켜보는 '야신' 지난 4월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야신' 지난 4월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 감독은 한화가 가을야구에서 멀어지자 "얇은 선수층"의 한계를 원인으로 거론했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불과 1년 전까지 숱한 인터뷰와 자서전 등을 통하여 "감독은 선수가 없다고 탓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본인의 발언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물론 김 감독이 실패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로 승패의 '결과'만이거나 일부 전술적인 대목에 한정될 뿐, 과도한 선수혹사 등 자신의 야구철학이나 지도스타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정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김성근 감독이 자신만의 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김성근 감독이 모든 것을 혼자 좌우하려는 '1인자 야구'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야구도 사회도 리더 한 명이 혼자서 전지전능함을 과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투수진의 분업화,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프로의식, 선수단과 프런트의 적절한 협업과 견제 체제 등은 오늘날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현대야구의 합리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감독 1인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전체 조직을 자신의 입맛대로 끌고 가려는 '1980년대식 리더십'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그동안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는 팀들이 대부분 바닥에서 일어서야 하는 상황에 놓인 약체팀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수년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한화 같은 팀들은 "꼴찌가 쉴 시간이 어디 있나?" 같은 주장에서 보듯,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이라도 성공에 대한 갈증으로 모든 것이 미화되기 좋은 환경이었다.

결국 김성근 야구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한화가 '과연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 되었느냐다. 현재로써 이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올 시즌 한화는 주전 라인업에 30대 이상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 그나마 한대화-김응용 감독 시절처럼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리빌딩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고, 제대로 된 토종 선발투수를 꾸준히 육성하지도 못했다. 벌써 올 시즌 혹사당한 주전들이 다음 시즌에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를 두고 우려의 시각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올 시즌 고생한 한화 선수 중 내년에도 건재한 선수들은 몇 명이나 될까. 내년의 한화는 올해보다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까. 올겨울에도 김성근 야구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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