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SNS 상에서 천일염과 관련된 논쟁이 뜨거웠다. tvN <수요미식회> 등을 통해 맛 칼럼니스트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황교익이 제기한 천일염 유해성 문제 때문이었다.

천일염은 일정한 공간에 바닷물을 가두어 놓고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는 소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통적 소금 제조 방식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각종 전통 음식의 맛을 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아 왔다. 또한 최근의 건강 열풍과 맞물려 천연 식품으로서의 천일염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우리 전통의 건강식품으로까지 대접받았다.

그러나 황교익은 그동안 천일염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모두 허상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는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천일염은 외국의 위생 기준에선 높은 수치의 세균을 함유했는데, 한국에선 딱히 이를 측정할 기준이 없어 국민들이 이 세균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여러 언론사와 천일염과 관련된 이익 단체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불붙었고, 13일 방영된 SBS < SBS스페셜 >은 그 논쟁의 장을 카메라 앞으로 옮겨 왔다.

천일염의 실체

 13일 방송된 SBS < SBS스페셜 > '소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천일염 논란' 스틸컷

13일 방송된 SBS < SBS스페셜 > '소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천일염 논란' 스틸컷 ⓒ SBS


논쟁을 조명하기에 앞서 < SBS스페셜 >은 천일염의 실체부터 밝히고자 한다. 염전 바닥에 깔린 검은 색 비닐 장판이 등장하면서부터 천일염이 '천연' 혹은 '자연'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환상은 깨지기 시작한다. 간간히 천일염 속에 섞여 있던 검은 입자의 정체는 바로 이 장판 부스러기였다.

'전통 소금 생산법에 장판이!'라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환상은 다시 한 번 깨진다. 사실 우리 전통의 소금 제조 방식이라 알려졌던 천일염 제조법은 일제 강점기 도입된 대만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던 일본은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다량의 공업용 소금을 필요로 했고, 이를 위해 대만의 소금 제조 방식을 도입했고, 그것이 미디어의 윤색을 통해 전통의 소금 제조 방식으로 둔갑했다.

그 와중에 진짜 우리 전통의 소금이었던,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갯벌의 모래를 통해 소금을 얻는 '자염'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대만에서는 비위생적이고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제조된다는 이유로 천일염은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에서도 이는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 방식이다.

과오에 사과한다는 것

 13일 방송된 SBS < SBS스페셜 > '소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천일염 논란' 스틸컷

13일 방송된 SBS < SBS스페셜 > '소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천일염 논란' 스틸컷 ⓒ SBS


마치 한 편의 기막힌 사기극을 보는 듯한 '천일염 신화'. 이 신화는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 SBS스페셜 >에 출연한 이정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천일염뿐만이 아니라 어떤 이슈든 간에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미디어가 묘사하거나 보여주는 것들이 현실과 거리감이 있을지라도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실제로 묘사된 천일염에 대한 것들을 사람들이 좋게 믿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다.

10년 전의 천일염 조사 자료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관련 단체, 그리고 천일염과 관련하여 대규모의 위조된 신화를 창조해낸 관련 업계와 그를 확산시킨 미디어가 이 '신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근거 없는 '천일염 전통 식품론'을 믿고, 외국의 위생 기준에 미치지도 않는 더러운 천일염을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받아들이고 먹고 있다는 것이 < SBS스페셜 >의 결론이다.

< SBS스페셜 >이 다룬 천일염 논쟁은 시의적이다. 천일염 논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토론회에 불러드린 것을 시작하여 천일염의 역사를 다루고, 이를 통해 천일염 신화의 실체를 밝히려 한 시도는 그간 천일염의 진실을 왜곡하는 데 일조했던 미디어의 제대로 된 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천일염의 진실을 제대로 알기 전에 이를 옹호하는 글을 썼으며, 그 글 때문에 천일염에 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 이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황교익의 말로 끝을 맺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교익이든, 사실의 왜곡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미디어든 자신들의 과오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거짓과 외면과 왜곡이 횡행하는 시대 탓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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