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우스 예고(케냐)의 남자 창던지기 우승을 발표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IAAF
코치가 없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창던지기를 배운 케냐 청년이 세계 정상에 올라 놀라움을 선사했다.
케냐의 줄리우스 예고(26)는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창던지기에서 92m72cm를 던져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회 최고 기록인 92m80cm(2001년·얀 젤레즈니)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예고의 우승은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으로 떠올랐다. 육상에서 트랙 종목은 순발력이나 지구력이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주름잡고 있는 반면에 포환, 원반, 해머, 창던지기 같은 투척 종목은 여전히 상체 근육이 발달한 백인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창던지기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금메달은커녕 은·동메달조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러나 케냐에서 나타난 무명의 청년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멀리 창을 던지며 기적을 쏘아 올린 것이다.
창던지기 불모지, 유튜브 동영상이 유일한 코치 더 놀라운 것은 예고의 금메달이 코치도, 국가의 지원도 없이 오직 홀로 이뤄낸 기적이라 점이다. 아프리카의 빈국이자 창던지기 불모지나 다름없는 케냐에는 예고를 가르칠 코치가 없었다.
예고는 케냐의 가난한 집안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경찰관이 되려고 했지만, 육상을 향한 열망을 감출 수 없었다. 예고는 고민 끝에 현실보다 꿈을 선택했다.
고등학생이 된 뒤 본격적으로 창던지기를 시작한 예고는 남들보다 출발도 늦었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환경조차 안 되었다. 운동 장비가 필요할 때 개인 비용으로 감당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가 코치로부터 창던지기를 배운 것은 2001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개발도상국 육상 유망주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두 달간 창던지기 강국인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가 유일하다.
당시 예고를 지도했던 핀란드 육상 대표팀의 페테리 피로넨 코치는 "당시 그가 코치 없이 훈련해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회상했다.
짧은 해외 연수를 마치고 케냐로 돌아온 예고는 인터넷을 코치로 삼았다. 그는 유튜브에 있는 창던지기 동영상을 보며 홀로 기술을 익혔다.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은 올림픽 3연패(1992, 1996, 2000)에 빛나는 '창던지기의 전설' 젤레즈니의 투창이었다.
끈질긴 독학으로 창던지기를 연마한 예고는 2012년 런던 올림픽 12위,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4위에 오르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그가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재능 아닌 노력으로 이룬 기적, 다음 목표는 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