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일정을 대회 직전까지 짜놓는 바람에 준비 기간이 부족했고 선수들 체력도 떨어진 상태였다. 많았던 골 기회를 선수들이 살리지 못했다. 날씨도 너무 더웠다."

​​일본의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정과 날씨에서 지난 8월 2일 북한전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도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에겐 없었던 정신적인 투지가 북한에게 있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일본은 북한전에서 예상치 못하게 패배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일본은 북한전에서 예상치 못하게 패배했다.ⓒ KFA


오히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러한 부분에서 북한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게 어땠을까? 그리고 일본 선수들을 독려하며, 대회 참여에 있어서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가령 아래의 슈틸리케 감독처럼 말이다.

"한국에 있는 K리그 선수들이 오늘 중국전을 보면서 느꼈으면 합니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8월 2일 한국 대 중국 경기 이후)

승패에 상관없이, ​지난 2일 중국전에서의 경기력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런 말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경기력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슈틸리케 감독이 만들어 낸 '무한 경쟁' 체제에 기인한다. 경쟁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있어서 최고의 자극제가 되며, 이것은 팀에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무한 경쟁 체제에서는 기회를 잡았을 때 활약하지 못하면 바로 다음 선수가 준비돼 있다. 물론 이것이 가져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현재 어느 때보다 한국축구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런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도 전적으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적과 지난 A매치 2연전의 승리, 그리고 이번 동아시안컵 중국전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일본 모두 선발 명단에 큰 변화

<선발 명단>

한국 - 김신욱, 김민우, 이용재, 주세종, 정우영, 장현수, 이주용, 김영권(C), 김기희, 정동호, 김승규(GK)

일본 - 오타 코스케, 마키노 토모아키, 모리시게 마사토(C), 사바사키 가쿠, 후지타 나오유키, 나가이 켄스케, 코로기 신조, 쿠라투 슈, 야마구치 호타루, 엔도 와타루, 니시카와 슈사쿠(GK)

대표팀은 중국전 명단에서 장현수, 김영권, 김승규를 제외하고 대폭 변화를 주었다. 가능한 많은 선수를 실험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소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은 북한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제외했다. 약 5명의 선수가 선발에서 변화가 있었다.

중국전과 동일하게 4-2-3-1 전형으로 나온 대표팀은 중원에 주세종을 중심으로 측면에 지일파 김민우, 이용재를 포진시켰다. 전방에선 김신욱이 공격을 담당했다. 앞선 경기에 비해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반면에 일본은 북한전과 다르게 4-1-4-1 전형으로 포진했다.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를 고려한 중앙 밀집형 포메이션이었다. 일본도 이번 대회 에이스인 우사미까지 빼며 새로운 명단을 들고 나왔다.

선제골 성공시켰지만, 아쉽게 10분 뒤에 동점골 허용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장현수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장현수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대표팀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일본의 실책을 노렸다. 전반 14분에 장현수가 일본의 수비진에서 미드필더진으로 나오는 공을 가로챘다. 전방으로 패스를 넣었지만, 연결이 무마되며 효과적인 공격이 되진 못했다.

대표팀은 약속된 플레이로 공중볼을 김신욱에게 집중했다. 일본은 미리 대비한 듯 파울로 김신욱을 견제했다. 신장으로는 김신욱과 머리 하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4-1-4-1의 포메이션으로 수비 시에 전방압박과 내려 앉아 잠그는 플레이를 병행했다. 그리하여 공간이 잘 나지 않는 대표팀은 측면을 활용했다. 정동호는 주세종과 이용재를 활용하여 간혹 번뜩이는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위협적이진 못했다.

왼쪽의 이주용은 전반 18분에 수비 실책을 했다. 대표팀 첫 경기라 그런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정우영이 다행히 커버하여 일본의 공격을 끊었다. 전반 39분에도 이주용은 패스미스를 범하며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전 홍철에 비하면 소 불안한 경기 운영이었다.

전반 19분엔 김신욱을 활용한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했다. 그리고 27분에도 비슷한 면이 연출되어 크로스까지 연결되었다. 여기서 일본의 주장 모리시게 마사토의 에 공이 닿으며 PK가 선언됬다. 장현수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한전을 한국이 압도하기 시작했다.

기세를 몰아 전반 30분에는 정우영의 환상적인 프리킥이 나왔다. 여자 축구 대표팀 일전에서 나온 전가을의 프리킥을 연상시키는 궤적이었다. 공의 높이, 방향, 속도 두 완벽했지만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더운 날씨에서 강한 전방압박과 빠른 공격을 병행해온 대표팀에게 기가 찾아왔다. 우리의 압박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전반 38분에는 야마구치 호타루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했다. 슛팅은 정확하게 왼쪽 포스트로 향하며 골문을 흔들었다. 이렇게 반전은 서로 장군과 멍군을 외치며 종료했다.

교체 투입된 이재성의 활발한 공격에도 결과는 무승부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본인의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신욱이 본인의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전에 팽팽함은 계속 이어졌다. 후반 4분에 김신욱이 일본 선수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공중볼을 직접 따냈다. 그 후 박스 안에서 트래핑을 한 후 빠르게 슛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심판이 김신욱의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며 기회가 무산됬다.

후반전에서도 주세종은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공수 연결고리의 역할이지만 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또한 김민우는 측면에서 이주용이 함께 공격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주용의 잦은 실수로 인해 공격은 불가능했고, 수비마저 불안해졌다.

이로 인해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8분에 이재성과 홍철을 투입시켰다. 답답한 경기의 흐름을 깨기 위함이었다.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후반 22분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우영이 올린 공이 김기희를 거쳐 이재성에게 왔다. 이재성은 헤딩으로 절묘하게 슛을 했지만 골대를 맞췄다. 나온 공을 이용재가 재차 슛팅했지만 골대를 넘어갔다. 그나마 후반전에서 나온 최고의 찬스였다.

일본도 계속 잠구는 플레이로 일관하며 역습을 준비했다. 그에 비해 대표팀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기회를 만들려 노력했다. 특히 후반 27분 이재성이 박스 안에서 공을 받자마자 돌아서서 슛팅을 했다. 골문을 아쉽게 빗나갔지만 이재성의 투입 뒤에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일본도 후반 33분에 J리그 21경기 15골을 기록하고 있는 우사미를 투입했다. 포메이션 또한 4-3-3으로 바꾸며 공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결코 지지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전 풀타임 출전으로 지쳐있는 장현수를 빼고 공격에 능한 권창훈을 투입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한 대표팀은 1-1로 아쉽게 한일전을 마무리 했다.

마지막 남아있는 북한전, 고민이 많아질 슈틸리케 감독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한일전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 전체를 신뢰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도 말했다.

오는 9일 북한과의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는 한국이다. 결승전과 다름 없는 경기이다. 또한, 대부분의 선수들을 시험해봤기 때문에 최정예 멤버로 포메이션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슈틸리케 감독이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기며 이번 동아시안컵을 잘 마무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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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에 게재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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