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회 야당의원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토론회

10일 오전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회 야당의원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토론회 ⓒ 성하훈


"지금 그 어떤 영화제가 <다이빙벨>을 기획전으로 묶어 재상영할 수 있는 곳이 있겠는가. 세월호 얘기를 다룬, 혹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얘기를 다룬 또 다른 다큐멘터리나 극영화가 그 어떤 영화제에서 나 보란 듯이 상영될 수 있겠는가.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오동진 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를 19번 언급했다. 그리고 창조경제,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국정 3대 과제로 제시했다. <18대 대통령 공약자료집>에서 언급했던 각종 문화정책은 인수위원회를 거쳐 오히려 강화된 방향의 국정과제로 재구성되었다. 그리고 2013년 말 '문화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매달 문화의 날이 실행되고 있다. 전혀 문화적이지 못한 정책 집행과 문화 융성이라는 슬로건 간의 극명한 간극! 이것이 현실이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박근혜 정권의 문화정책에 대해 영화계가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는 박근혜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에 대한 영화인들의 성토장이었다.

표현의 자유 억압 수단 된 스크린독과점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영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이 대거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문화정책과 함께 영진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강력히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은 "영진위가 전혀 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메르스로 인해 6월 예정이었던 토론회가 한 달 연기되면서 '영진위(영화진영논리개발위원회)는 해체하고, 본래의 이름대로 영화진흥위원회다운 행보를 보이라'는 발제문을 썼었으나 그 사이 일어난 일들을 볼 때 이제 그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6월 16일 영화단체 대표자들이 영진위를 항의방문했으나 요구사항은 단 한 가지도 이뤄진 것이 없다"면서 "혁신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또한 스크린쿼터 이후 영화 진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발전기금을 영진위 인건비로 전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영진위의 최근 수년간 사업계획안이 아무 변화가 없고, 영진위 발전기금 운영계획안이 문구의 차이만 있지 대동소이하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영진위가 사업이나 계획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오동진 평론가는 위협 당하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거론했다. 먼저 오 평론가는 자신이 제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있었던 당시 "쫓겨났던 상황"을 언급하며 "시장이 시장이 반대한 포스터 문제가 발단이 돼 사퇴압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 월급통장을 압류하고 그것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공개하며 "부산영화제도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 평론가는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300개 스크린에서 최대 1800개 스크린을 차지하는 게 어딨냐?"며 "자본과 권력이 마음에 안 드는 영화에는 스크린 배정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시장을 움직여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통 대신 먹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영진위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영화인들. (우측부터) 사회를 맡은 강성률 광운대 교수,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 원승환 독립영화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김혜준 전 영진위 사무국장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영화인들. (우측부터) 사회를 맡은 강성률 광운대 교수,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 원승환 독립영화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김혜준 전 영진위 사무국장 ⓒ 성하훈


토론자로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과 관련해 "영화제 예산으로 확보된 35억 원 중 6억을 못 쓰게 만들어 놓고도 대안이 없다"며 "영진위 부위원장의 경우 영화제 지원 원칙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삭감을 주도했다"고 김종국 부위원장을 겨냥했다.

아울러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언론 인터뷰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 장관은 지난 5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영화제 예산삭감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도 관객 수, 위상 등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부산영화제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원승환 이사와 씨네코드 선재 김난숙 대표 등은 최근 현안인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했다. 독립영화관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예산이지만 지원 대상이 1곳 줄었고, 가장 평가 성적이 좋았던 인디스페이스가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논란이 큰 상태다.

최근 독립영화예술관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 개정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난숙 대표는 "영진위는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 마디로 지정한 영화 상영하라는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개정안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아마도 <다이빙벨> 관련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독립예술관 모임에서는 아트하우스 모모 최낙용  부사장과 아트나인 정상진 대표 등도 함께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영진위가 소통 대신 먹통으로 일관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최소한의 협의가 됐다고 판단한 사안도 막상 구체적인 사업안에서는 다 빠져 있다"며 영진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고치고 책임 외면 김종국 부위원장, 비전문가 낙하산 사무국장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발언 기회를 얻은 김혜준 전 영진위 사무국장은 거버넌스 문제를 지목했다. 영진위 위원장과 위원의 위촉 과정을 보면 영진위의 분명한 한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단체의 추천이나 자질에 대한 검증 없이 사실상 임명되고 있는 구조에서 위원과 위원장은 힘을 써준 사람을 바라볼 뿐, 영화계의 현실과 목소리에 신경을 쓸 이유가 전혀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영진위 자리에 정치권력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영진위원장이나 부위원장, 사무국장 등 핵심 요직은 영화계의 지지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세훈 위원장은 얕은 연관성으로 인해 취임부터 논란이 많았고, 김종국 부위원장 또한 2010년 영화계 갈등에 책임이 있는 우파 단체 '문화미래포럼' 출신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최근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을 통해 있는 예산마저 불용 처리하는 '대형사고'를 쳤음에도 그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영진위 실세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드러내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박찬문 영진위 사무국장도 영화 관련성이 없는 사람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내려앉은 경우다. 비전문가임에도 사무국장으로서 영진위 사업의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역시 영화계는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 쪽으로는 '부실 인사'들이 영진위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진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연말과 올해 새로 위촉된 5인의 영진위원들 중 영화계의 신망을 받는 인사는 없다시피 하다. 생소한 인물들이 태반인데다 장관과 학연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문화계 신조어인 '괄목홍대'(장관과 같은 홍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생긴 말)의 안착지가 되고 있다. 문화부는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임명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영화계 인사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오는 8월 말 3명의 영진위원이 교체되는 것에 영화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격 미달 인사들이 권력과의 연줄을 이용해 자리를 차지한 후,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따른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정부의 영화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지영 감독 "표현의 자유 억압하면 정부와 계속해서 싸우겠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정지영 감독이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영화계 독립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정지영 감독이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성하훈


이날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정지영 감독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의 한국 영화사를 정리하며 "2010년 이후 한국영화의 미래가 암담해졌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 중단과 <다이빙벨> 상영 시비에 따른 부산영화제 탄압, 용산 참사를 소재로 픽션화했다는 <소수의견>이 2년 동안 창고에 묵혔다가 석연치 않은 배급형태를 보이며 극장수를 점점 줄여 나가고 있는 현실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어 정 감독은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투자사와 영화 <광해>에 투자한 투자사가 당국의 미움을 샀다는 소문을 그냥 루머라고 생각하는 영화인은 이제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영화인들에게서 그동안의 자긍심이 사라져가고 그동안 전 세계 영화인들이 부럽게 바라보던 우리 영화의 발전상에 암운이 깃들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표현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 문제"라며 박근헤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해 이날 토론회를 정리했다. 정권 차원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겠다는 것이었다.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영화인은 문화적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한다면 우리는 문화로 국력을 키우는 대신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처럼 당국과 지리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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