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이정민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일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과 감사원 감사 등으로 이어지던 과정이 이번에는 영진위 지원금 삭감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영진위가 지난 30일 공지한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이하 영화제 지원 사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14억5천만 원에서 6억5천만 원이 삭감된 8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지원을 받는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모두 6개다. 다른 영화제는 모두 지원 금액이 증가했다.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에 대한 국고 지원 성격을 띤다. 부산영화제는 지금까지 15억 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으나 전체 예산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이 대폭 삭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진위는 이번 영화제 지원 사업 심사결과에 대해 "국제영화제로 도약하려는 영화제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고, 2013~2014년도 국제영화제 평가 결과를 주요한 근거로 참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총 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을 완화하고, 국제 행사에 대한 지원을 세심하게 하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진위는 "심사위원 간의 치열한 논의가 있었으나 부산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에 의해 부분 감액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화계 인사들은 "영진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산영화제 압박의 연장선으로, 명백한 보복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인단체의 대표를 역임했던 중견 영화계 인사는 "윗선에서 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렇지 않고는 상식적으로 나올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영화제는 지난 2월 말 시작된 감사원의 실지감사를 최근까지 계속 받아왔다. 감사원은 감사를 시작하며 "일반적으로 평균 3주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으나 소명 자료 미흡을 이유로 8주 이상 지속했다. 따라서 이번 영진위의 지원 예산 삭감도 전방위적 압박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 대학 영화과 교수는 "예전 조희문 영진위원장 때도 영화제 예산을 줄이려고 했는데 원래 그런 성향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현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면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오히려 더 나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칸이나 베를린은 경쟁력 강화 위해 국가가 적극 지원"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가 부분 삭감했다는데 40%나 삭감한 게 어떻게 부분 삭감이냐"면서 "올해 영화제 준비에 타격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어느 한 부분을 줄이기보다는 여러 부분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영진위의 지적에 "프랑스 칸 영화제나 독일 베를린영화제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이지, 자생력이 없어서 지원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영진위는 부산영화제를 제외한 다른 영화제의 예산을 증액한 것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조직 내홍 문제를 딛고 가장 발전적인 평가를 받았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총예산 규모에 비해 영화발전기금의 지원 규모가 작아서 상향 조정했으며,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발전 가능성이 있어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및 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각각 색깔 있는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증가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영화평론가는 "영진위가 부산영화제 지원을 삭감하고 다른 영화제 지원을 늘린 것은 상대적으로 부산영화제 삭감에 대한 비판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화제 지원 사업' 기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영화제 관계자는 올해 기준이 강화되면서 신청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사업 목적에는 영화제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뜻도 담겨 있는데, 지원 기준을 갑자기 바꾼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제 지원 사업'은 70편 이상 상영되는 영화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올해는 단편 4편을 장편 1편으로 산정한다는 규정이 추가되면서, 지난해 지원 신청을 했던 영화제 중 일부는 신청 자체를 하지 못했다.

○ 편집ㅣ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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