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종합촬영소 전경

남양주종합촬영소 전경 ⓒ 영화진흥위원회


"사실상 불가능해진 남양주 종합촬영소 매각에 더는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영화의 핵심 시설인 남양주 종합촬영소(이하 남양주 촬영소)를 존치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유찰로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영화인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신사옥과 부산 종합촬영소(이하 부산 촬영소) 건립에 드는 비용을 남양주 촬영소를 팔아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남양주 촬영소는 상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해 개발을 통한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쉽지 않고, 정부자산공사마저도 인수를 포기한 상태다.

매각 공고를 냈으나 10차례 이상 유찰됐고, 상업시설로의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1000억 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태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 내부에서는 800억 원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데, 이마저도 워낙 거액이라 매각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김도선 기반조성본부장은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 13차례 유찰됐다"며 "하지만 매각가격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800억 원 대 매각설'을 부인했다. 이어 "지방이전특별법에 따라 이전해야 하는데, 아직은 관망 중이지만 상황이 쉽지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주 촬영소 매각, 산업적·경제적으로도 문제 많다"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 입구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 입구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계는 '남양주 촬영소 매각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약화할 뿐'이라며 매각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보와 보수, 신구세대를 넘어 영화계의 견해가 일치하는 모습이다. 

<후궁 : 제왕의 첩> 제작에 참여한 하원필름 황윤정 대표 프로듀서는 "남양주 촬영소 매각 건을 절대 반대한다. 무조건 계속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을 위한 영진위고, 종합촬영소인지 모르겠다. 굳이 세트장을 왜 부산에 건립하려 하느냐?"며 부산 촬영소 건립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황 프로듀서는 "남양주 촬영소 매각은 산업적,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촬영이 몰릴 때면 세트장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남양주를 그대로 두고 부산에도 새로 세트장을 건립할 게 아니라면 그냥 부산 촬영소를 포기하고 남양주를 지키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에 촬영소가 없어 서울-부산을 오가게 될 경우 스태프의 고통도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허삼관>을 제작한 '두타연' 안동규 대표도 "수도권에 촬영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남양주촬영소가 부산으로 간다면 제작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남양주 촬영소는) 정진우 감독님이나 김지미·신성일 선생님, 김동호 위원장 등의 원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산업적으로 봐도 중국과의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그런 공간이 더 필요하다. 남양주 촬영소는 그대로 놔두고 부산에 새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제작자들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촬영소가 필요하면 부산시 예산으로 만들면 되는 것을 굳이 왜 영화계 자산을 건드리려고 하냐"는 것이 영화인들의 의견이다. 정부가 '문화융성'이니 '문화산업육성'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부산 촬영소가 필요하면 국고를 들여 따로 지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영화인들의 반감을 사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시> <도희야>를 제작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지난 3월 부산영화제 관련 토론회에서 "영진위의 부산 이전에 영화계가 동의했으나, 이런 상태라면 영진위를 서울로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진위를 다시 서울로 이전하라'는 것은 구호성 측면이 있지만 남양주 촬영소와 관련한 공감대는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 제작자는 "부산시는 괜히 부산영화제나 건들지 말고 부산시 예산 들여서 촬영소 건립 방안 등을 신경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영화계 원로도 한 목소리..."영진위 건물 위해 촬영소 매각?"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신사옥 조감도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신사옥 조감도 ⓒ 영화진흥위원회


원로영화인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양주 촬영소를 만들어 놓은 세대들이기에 반대 의견이 더욱 강경하다.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인 정진우 감독은 "영화산업의 중심이 서울이고 종사자들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있는 상태에서 서울에 촬영소가 있어야 한다"며 "힘들게 후배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촬영소인데 이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서병수 부산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며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부산영화제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영화인들을 우습게 보는 것인데, 그런 사람이 시장인 곳으로 촬영소를 이전할 수 없다"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 김갑의 회장은 "연간 1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어 스튜디오 환경이 중요한데, 대책도 없이 잘 활용하고 있는 촬영소를 이전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영진위 건물 신축을 위해 (남양주 촬영소를)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정책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남양주 촬영소 이전에 무조건 반대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에 촬영 공간을 마련해 두고 지방 이전을 하든가 해야 한다"는 말로 사실상 남양주 존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새로운 촬영소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상태에서 남양주 촬영소 유지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은 "지금의 영진위 사옥과 부산 글로벌 스튜디오 건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하면서도 영화계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부산국제영상콘텐츠밸리 조성사업도 폐기하거나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 제도적 대안 마련해 남양주 촬영소 유지해야"

 남양주종합촬영소

남양주종합촬영소 ⓒ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 촬영소 매각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은 "팔리지 않는 것을 억지로 팔려고 하기보다는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남양주 촬영소를 매각해 영진위 사옥 짓는 것에 쓰는 건 말이 안 된다. (건물을) 임대한다 해도 문제없고 꼭 사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영진위 이전까지는 (영화계가) 동의했으나 이후 과정인 부산 종합촬영소나 글로벌 스튜디오 건립 등에는 영화계 논의가 없었다"는 최 소장은 "19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부산 국제영상벨리 사업에도 무리한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최 소장은 지난 3월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영화 문화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언급하며 "부산이 서울만큼 고민을 안 하고 있다. 영진위를 자기 산하기관으로 아는 것 같고, 최근 부산영화제를 향한 압박 등으로 영화계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부산시도 비판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서울시 계획안은 영화단체들과의 의견 조율만 1년이 걸렸을 만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만들어졌다. 이에 비해 부산은 그런 과정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결과물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계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반대 여론이 큰 상태에서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매각을 밀어붙이기도 사실상 어렵다. 영진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국장 등이 비 영화인이거나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했던 탓에 '사실상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영화인들의 불신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인도 아닌 사람들이 영화인들의 재산을 무리하게 팔아먹을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영화인의 표현대로 자칫 무리한 행동을 했다간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매각이 안 될 경우 정부 내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 개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고, 행정 시스템을 통한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법적 제도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