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아이시떼루'와 '워 아이 니'(각각 일본어, 중국어로 '사랑합니다'를 뜻함-편집자 주) 정도를 외치며 환호를 받던 1세대 한류스타 시대를 지나 이제 방송 콘텐츠까지 수출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한국 예능에 대한 중국의 폭발적인 반응이 놀랍다. 중국 언론은 이를 '로켓'에 비유하며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 한국판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연일 놀라워하고 있다.

공영방송 CCTV 이외에도 저장위성 TV, 후난위성 TV, 동남위성 TV 등 다양한 지역방송국이 존재하는 중국에서는 각 방송사별로 중국판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의 각 위성TV 채널이 지난해 정식으로 판권을 사들인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12개로 전체 수입 규모의 48%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유쿠-토도우 등의 인터넷 포털에서도 한국 예능 채널을 따로 구비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수억 시청자들을 매혹시킨 한국 예능의 힘은 무엇일까? 중국 언론들은 신선한 포맷과 아이디어, 높은 퀄리티 등을 이유로 꼽으며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방송 경계선이 더욱 빠르게 무너질 것으로 전망했다.

규모와 짜임새 모두 '대륙 스케일'...<런닝맨>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 ⓒ 저장위성 TV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은 저장위성 TV에서 <달려라, 형제>(奔跑吧, 兄弟)로 방송되며 중국판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달려라 형제'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 예능 프로그램의 첫 성공작으로 꼽힌다. 특히 PD를 비롯한 국내 제작진이 참여하면서 국내 <런닝맨>과 아주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달려라 형제'에 출연 중인 중국의 여배우 안젤라 베이비는 '멍지효'로 불리는 송지효의 역할을 유사하게 해내며 신흥 예능강자로 떠오르는가 하면, 로케이션 장소로 등장한 노량진 수산시장은 방송 이후 중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달려라 형제'는 영화 버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지난 1월 개봉한 극장판 <달려라 형제> 역시 박스오피스 수입 4억 위안(약 7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보기 드문 성공 사례를 남기고 있다.

중국까지 전염된 '육아 예능 열풍'...<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스타들의 아이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중국 시청자들도 빠졌다. 이미 시즌 2를 마치고 시즌 3 제작에 접어든 후난위성 TV <아빠! 어디가?>(爸爸去哪儿)는 중국의 모델 장량, 배우 류예, 가수 차오거, 배우 황레이 등과 각자의 개성을 가진 자녀들이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출연자들을 캐릭터화 시켜 모바일 게임과 메신저 스티커 등을 제작하거나, 영화 버젼을 만드는 등 여러 방면으로 예능을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저장위성 TV에서 방송중인 <아빠가 돌아왔다>(爸爸回来了)는 대만 아이돌 출신 오존, 체조선수 리샤오펑, 배우 자나이량, 기획사 화이브라더스 대표 왕중레이가 출연하며 48시간 동안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방송했다.

방송 직후 스타 아빠들의 좌충우돌 미숙한 육아법과 쏟아지는 재밌는 에피소드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이 또한 영화로 제작됐다. 특히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 덕분에 '소황제'라고 불리며 금지옥엽처럼 자라나는 중국의 어린이들과 이들을 끔찍이 아끼는 스타 아빠들의 육아예능은 중국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케이블·종편도 예외 없다...<꽃보다 할배> <비정상회담>

 중국판 <꽃보다 할배> 포스터

중국판 <꽃보다 할배> 포스터 ⓒ 동방위성 TV


지상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 tvN <꽃보다 할배> 역시 중국이 일찌감치 포맷을 가져갔다. 중국판 <꽃보다 할배>(花样爷爷)는 동방위성 TV가 나영석 PD와 손을 잡고 출범시켰다.

평균 연령 76세로 구성된 출연진은 중국과 대만의 원로배우 타이한(68세), 레이커성(78세), 니우번(79세), 쩡지앙(81세) 등이다. 여기에 프랑스 파리편 '짐꾼'을 자청한 젊은 배우 리우예에 여배우가 깜짝 등장하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한국판 <꽃보다 할배>를 닮았다.

세계 각국 청년들의 회담을 담은 <비정상회담>(非首脑会谈)역시 한국에서의 인기가 감지되자마자 중국이 빠른 속도로 수입해 이미 1회 방송을 마쳤다. 장수위성 TV는 중국어가 가능한 각국의 청년들을 섭외해 한국과 동일한 3MC 체제 아래 방송을 시작했다.

특히 중국판 <비정상회담>은 한국판 방송에 출연중인 중국 대표 장위안이 1회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그야말로 '역수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인 출연자로는 북경대 출신의 중국 거주 한국인 한동수씨가 낙점되면서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중국판 한국예능, 어디까지 갈까?

물론 무분별한 '사재기'식의 포맷 수입, 그에 반해 늘어가는 당국의 심의 규제 등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 현지에선 한국 예능프로그램 속 고유한 캐릭터와 리얼한 웃음 포인트마저 '미리 짠 듯 연출하는 것이 아니냐'며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또한 최근 <꽃보다 누나>를 교묘하게 카피한 듯한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등 아이디어와 저작권 문제 또한 민감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예능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MBC <무한도전> 마저도 수출되었고, 이외에도 SBS < K팝스타 >, MBC <일밤-진짜 사나이>, SBS <백년손님-자기야>등의 포맷을 활용한 프로그램과 한국 합작 예능 <패션왕>등이 줄줄이 인기 예능 순위에 발을 들여놓을 준비를 하고 있어 당분간 중국판 한국 예능의 상승세는 계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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