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한 GS칼텍스의 시즌 마무리가 썩 매끄럽지 못하다.

이선구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지난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세트스코어 1-3(25-19, 21-25, 23-25, 20-25)으로 패하며 승점을 쌓는 데 실패했다.

최하위 KGC인삼공사와의 승점 차를 벌리지 못한 GS칼텍스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치열한 탈꼴찌 다툼을 벌이게 됐다. 특히 프로 입단 7년, 풀타임 주전 3년 만에 V리그 최고의 수비여왕으로 떠오른 리베로 나현정에게는 더욱 아쉬운 시즌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입단 4년 만에 주전 꿰찬 163cm의 '땅콩 리베로'

'집중해서 리시브' 지난 2013년 2월 11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GS칼텍스 서울 KIXX 배구단의 경기에서 GS칼텍스 나현정이 리시브를 하고 있다.

▲ '집중해서 리시브'지난 2013년 2월 11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GS칼텍스 서울 KIXX 배구단의 경기에서 GS칼텍스 나현정이 리시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여고 출신의 나현정은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당시 중앙여고 3총사였던 나현정(리베로), 시은미(GS칼텍스, 세터), 주예나(흥국생명, 레프트)는 각각 5·6·7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교 동기였던 주예나가 흥국생명에서 일찍 주전 자리를 꿰차는 동안 나현정은 좀처럼 경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GS칼텍스에는 김해란(도로공사)과 함께 리그 넘버원 리베로를 다투는 국가대표 리베로 남지연(기업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에 출전해 꾸준히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가 벤치만 달구는 것은 기량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현정은 대선배인 남지연을 롤 모델로 삼아 백업 역할에 충실했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나현정은 2012년 남지연이 기업은행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드디어 주전의 기회를 얻었다. 나현정은 주전으로 나선 첫 시즌 세트당 4.54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와 38.83%의 서브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주전 첫 해에 거둔 성적으로는 비교적 무난했다.

나현정은 2013-2014 시즌 세트 당 4.80개의 디그와 43.99%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며 세트 당 리시브와 디그 수를 합친 수비 부문에서 3위에 올랐다. 소속팀 GS칼텍스 역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나현정은 프로 입단 후 첫 우승의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리베로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2013-2014 시즌 수비상은 인삼공사의 임명옥 리베로에게 돌아갔고 대표팀에는 경험이 풍부한 김해란과 남지연이 중용됐다. 안타깝게도 우승팀의 주전 리베로라는 프리미엄은 대표팀 선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마다 성장 거듭하며 2014-2015 시즌 수비여왕 등극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데 라 크루즈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주전 센터 정대영(도로공사)마저 이적하며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팀의 전력과는 별개로 풀타임 3년 차를 맞는 나현정의 기량은 완전히 만개했다.

나현정은 이번 시즌 GS칼텍스가 치른 28경기에 모두 출전해 세트당 5.35개의 디그와 리시브 성공률 52.51%를 기록하고 있다. 6개 구단 주전 리베로 중 50%이상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 중인 선수는 나현정이 유일하다.

나현정은 이번 시즌 리시브 2위(세트당 3.33개), 디그 3위에 올라 있다. 배구에서 수비를 나타내는 두 지표인 리시브와 디그 부문에서 모두 3위 안에 올라 있는 선수 역시 나현정 밖에 없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1위(세트당 8.67개)를 달리며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등극한 것이다.

나현정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경험이 쌓이면서 성적도 해마다 좋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현정은 주전 첫 해와 비교해 리시브 성공률이 38.83%에서 52.51%로 올랐고 세트당 디그 역시 4.54개에서 5.35개로 상승했다.

문제는 나현정의 분전이 GS칼텍스의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20승 10패를 기록했던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28경기에서 8승 20패에 그치고 있다. 플레이오프는 일찌감치 탈락했고 이제는 5위 자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현정이 어렵게 수비를 성공시켜도 동료들이 득점으로 연결시켜 주지 못하는 허탈한 상황이 시즌 내내 반복됐다. 그럼에도 나현정은 1라운드부터 꾸준히 수비부문 1위를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리베로는 철저히 음지에서 활약하는 포지션이다. 나현정 역시 이번 시즌 쉴 새 없이 코트를 들락거리지만 득점은 단 1점도 없다. 그럼에도 163cm의 단신 리베로 나현정은 끊임없이 코트에서 공을 향해 몸을 던진다. 그것이 리베로 선수에게 주어진 숙명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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