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석

SBS <피노키오>에 출연한 배우 이종석ⓒ 웰메이드이엔티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요즘 배우 이종석은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속 이 구절에 꽂혔다고 했다. '행복하자'는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 해사한 배우의 모습이 심상찮아 보인다. 분명 딱 마주쳤을 땐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안녕하세용"이라는 5음절을 발음하는 모습에 '듣던 대로 솔직하고 쾌활하겠거니' 싶었는데, 가까이 마주앉아 보니 풍문과는 다른 그의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이종석씨, 요즘 무슨 일 있어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 언제든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어른 남자' 기하명, 사랑할 땐 질투하는 모습이 좋더라"

- '두 달에 한 번씩 엄마에게 명품 백을 사드리려고 한다'는 과거 인터뷰가 있더라. 어떤가, <피노키오> 끝나곤 좀 사 드렸나. (웃음)
"(웃음) 이제 사 드려야 한다. 어느 샌가부터 어머니가 작품을 할 땐 연락을 잘 안하신다. 원래는 매일 하셨는데, 방해될까봐 안 하시겠다고…. 그래서 끝나고 간간이 내가 먼저 연락을 드려서 '전화를 왜 이렇게 안 해'라고 말해야 한다."

- 아버지와 같이 펜션을 운영하신다던데, 바쁘시기도 할 거다.
"거기엔 팬들이 많이 온다더라. 아버지가 오히려 내 팬클럽 운영진과 연락을 더 자주 하신다. 저번엔 운영진 중에 한 명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아버지가 먼저 알고 알려 주시더라. 그래서 화환도 보내고. (웃음)"

- 이제 긴장은 좀 풀린 것 같으니 드라마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 볼까 한다. <피노키오> 촬영 끝나고 뭐 했나.
"잠만 잤다. 드라마 찍을 땐 하루에 두 시간정도밖엔 못 잤는데, 몰아서 자고 나니까 자도 자도 피곤하다. 끝난 것 같지도 않고. 사실…촬영이 끝났을 때 특별한 그런 건(감정) 없는 것 같다. 실감도 잘 안 나고, 별 생각도 안 났다. 그저 '조금만 더 잤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마지막 한 주 동안 3회분을 찍으려니 죽겠더라. 연말 시상식 때문에 한 번 결방돼서 종영이 밀릴 줄 알았더니, 연속 방송을 한다고 해서…감독님이나 작가님이나 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1년 만에 또 한 번 조수원 PD-박혜련 작가와 만났다. 즐거운 일이었겠지만 동시에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다시 한 번 <피노키오>를 택한 이유가 있었나.
"일단은 조수원 감독님-박혜련 작가님 콤비가 있었고,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가 좋았다. 박혜련 작가님의 작품에는 무거운 주제를 갖고 조금은 무겁지 않게 풀어간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피노키오>는 '청춘성장멜로'라고 정의하셨는데, (작가님이) 멜로 코드를…여자들이 설렐 만한 포인트를 귀신같이 쓰신다. 그게 좋았다. 심쿵!(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뜻-기자 주)이런 거 있잖나. (웃음)"

 배우 이종석

ⓒ 웰메이드이엔티


 배우 이종석

"이번에 교복을 또 입었다. 그동안에도 '언제까지 교복을 입을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딱히 교복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있다. 굳이 따지면 직업에 해당되는 것 뿐이지. 캐릭터가 살아온 배경이 다 다른데 무슨 상관이 있나 싶다. <피노키오>에서도 하명이와 인하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 생각한다."ⓒ 웰메이드이엔티


- 그런 점에서 최달포이자 기하명을 연기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 둔 포인트가 있다면.
"하명이를 보면 '어른 남자' 아닌가. 딱 어른스러운 캐릭터인데, 인하(박신혜 분)와 얽히는 부분에선 질투를 한다. 예를 들어 찬수(이주승 분)가 인하를 껴안으려 하면 중간에 끼어든다거나. 유치하고 치졸한 마음이긴 한데, 보통 사랑을 하면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어른스러운 캐릭터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좋더라. (기자: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나?) 내가 덕후의 마음을 잘 아는 편이다."

- 하지만 과거의 사연을 제외하고는 큰 특징이 없어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연기했나.
"전작인 <닥터 이방인>을 준비할 땐 캐릭터를 만화적으로 묘사하고 싶어 몸짓이나 말투에 장난을 좀 치기도 했는데, 이 캐릭터는 뚜렷하게 특징이 없으니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 고민 끝에 일단 작가님이 만들어 놓은 설정대로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됐다. 그러다 보니 감수성이 풍부해졌다고 해야 할까, 이상하게 대본을 봐도 그렇고 다른 드라마를 봐도 되게 감성이 좋아진 것 같은? 풍부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 대체 어느 정도기에….
"얼마 전에도 <펀치>에서 김래원 선배님이 오열하는 장면을, 그것도 사진으로만 봤는데 울컥하더라. 죽음을 앞두고 울음을 참아야만 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정말 슬펐다. <피노키오> 대본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전에는 촬영날 아침만 되면 '감정신이 있는데 어떻게 찍지'라며 긴장하곤 했는데, 어느 샌가 감정을 쓰는 게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모니터를 해 보면 그래도 미흡한 게 사실이지만, 이젠 전처럼 불안해하면서 보진 않는 것 같다."

- 그렇다면 <피노키오>는 자신의 연기적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 택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
"<닥터 이방인>이 되레 그랬다. <피노키오>는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던 마음, 마냥 재밌었던 그 때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 선택했던 작품이다. 다른 것은 다 배제하고 좋은 사람들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 그래서 그런가, 현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들었다. 얼마 전에 만난 박신혜씨도 '애교로 남자 배우에게 져 본 건 처음'이라고 하던데.
"아니다. 그동안 나도 어떤 배우랑 작품을 하든지 '애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혜는 엄청난 상대였다. 걔가 더하면 더 했지. 박신혜는…아찔한 사람이다. (웃음) 생각해 보면 또래들이랑 촬영하니 정말 재밌었다. 좀 더 풀어지게 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참, 그러고 보니 남자 배우랑 붙는 장면에서 (상대방을) 올려다봐야 하는 작품도 처음이었다. 영광이 형(서범조 역)도 그렇고, 이필모 선배님(황교동 역)도 키가…. 처음으로 여배우들이 쓰는 받침대 위에 올라가 봤다니까."

"대중이 한 사람 한 사람 나를 알아갈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배우 이종석

"극중 딸기빙수를 먹는 장면에선…내가 좀 많이 먹긴 했는데, 소금을 뿌린 빙수를 가져다 놓을 줄은 몰랐다. PPL 장면을 촬영할 때면 항상 오는 누나가 있는데, 진짜 섭섭했다. 배신감도 느꼈다. (기자: 이제 '누나'라는 표현을 안 쓴다고 했다면서) 엇, 그러게. 친근감의 표현이긴 했지만, 이젠 안 그러기로 했는데…. (웃음)"ⓒ 웰메이드이엔티


- 데뷔 6년차라는 경력에 비해 필모그래피가 꽤 쌓였다. 쉼 없이 달려왔다는 느낌이다.
"한 번도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한 번은 '나는 왜 계속해 일을 하는가'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그런 것 같다. 이종석으로 사는 이 현실이 싫은 거지. 그냥 특별히 즐기며 사는 것도 없고,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저 주인공 멋있다'며 감정이입이나 하고. 가상의 세계를 살 때 내가 더 의미 있는 사람인 것 같고…. 며칠씩 씻지도 않고 집 안에서 드라마만 보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드라마 속의 내가 비로소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 그렇게 말하니 계속해서 작품을 촬영하는 건 이종석에게 일종의 '도피'인 건가 싶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거지. 일하는 게 또 정말 재밌기도 하고. 좋잖나. 예쁘게 분장해 주면 분장하고, 예쁜 옷 입혀주면 입고. 그렇게 극중 인물로 만들어진다는 게…."

- 음, 적당한 때엔 쉬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연기할 수 있을 테고.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 동료 배우들이나 기자님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 '쉴 때 뭐해요'인데, 진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무능력자지. (웃음) 신혜에게 물어보니 정말 멋있게 살더라.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고 하는 건 집에서 리모컨을 쥐고 있는 것밖에 없다. 뭔가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사실 쉴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작품을 선택하는 건 100% 내 의지다. 회사(소속사) 입장에선 좋기도 하겠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이르는 인터넷 용어-기자 주) 짱'일 테니까."

- 아예 연기적으로 쉰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힘이 좀 덜 들어간 인물을 맡아 본다든지.
"그런 작품이 있다면야. (웃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게 되는 캐릭터를 보면 꼭 사연이 있고 트라우마가 있다. 내가 그런 캐릭터를 재밌어하는 것 같다. 그 과거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인물에 감정 변화가 생기고…. 생각해 보니까 (극중 캐릭터에) 부모님이 다 있었을 때가 한 번도 없다. 한 번쯤은 편안하게 재벌 역할도 해 보고 싶고, 다복하게 사랑받는 집안의 아들 역할도 해 보고 싶은데. 그래도 뭐, 아직 젊으니까 할 기회가 많겠지?"

 배우 이종석

"처음엔 외롭다는 감정이 조금 괴롭기도 했는데, 또 혼자 살다 보니 그게 좋더라. 자정에서 오전 2시 사이가 되면 감정이 폭발해서 노래 가사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고, 그때 대본을 보면 몰입하게 된다."ⓒ 웰메이드이엔티


- …듣다 보니 매체에서 접했던 이종석의 모습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움츠러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무슨 일 있나.
"그냥…예전엔 인터뷰를 하면서 카운슬링 받는 기분도 들었고 연기적인 고민도 이야기하고 했는데 점점 말을 조심하게 된다. 대중이 한 사람 한 사람 나를 알아갈수록, 내가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학교 2013> 때만 해도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솔직함이 이종석의 최대 매력이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오히려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
"사실 이러다 보니 '여느 연예인처럼 뻔해졌다'는 말도 들었다. (웃음)"

- 그러게, 그게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종석을 오해하는 대중을 의식하기보단 이종석을 좋아해 주는 대중을 보고 활동하는 게 스스로에겐 더 좋지 않을까.
"나를 오해하는 대중을 의식한다기보단,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인 거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생길 거, 굳이 왜 한 사람에게라도 오해를 받나'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리면 속상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나는 연기만 할 테야'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이젠 댓글도 잘 안 본다. 작품에 대한 리뷰 기사, 블로그 같은 곳에 있는 리뷰 같은 걸 보는 건 좋아한다. 나는 이렇게 연기를 했는데 보는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은 걸 느꼈다는 게 재밌다."

* 이종석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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