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낯을 가린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접한 뒤였다. 심지어 "세부로 다 같이 포상휴가를 갔다. 서너 달 함께 한 식구들인데도 변요한으로 돌아오니 또 낯을 가리게 되더라"는 다른 인터뷰를 읽고는 '쉽지 않은 인터뷰가 되겠다'고 나름 단단히 마음까지 먹어 둔 채였다.

그런데 정작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찾은 배우 변요한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과장 좀 보태 '종알종알'이었다. 변요한은 "개인적인 인터뷰에서는 인사말조차도 잘 못할 정도로 버벅거리는 순간이 있지만, <미생> 관련 인터뷰는 그동안의 사랑에 대한 보답과 같다"며 "내 성격이 어떤지를 떠나 '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는 '수다'를 이어갔다. 다음은 이 종잡을 수 없는 배우, 변요한을 A부터 Z까지 '탈탈 털은' 일문일답이다.

"인기 실감? 나보다는 '미생'이 많이 사랑 받았다는 걸 체감한다"

[Alone: 혼자]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 것 같다. 이 열기를 피해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실감하는 순간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나보다는 드라마 <미생>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여행을 가고 싶다. 혼자서. 워낙 여행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가서 편하게 먹고 자고 하고 싶다."

[Behind story: 뒷이야기] <미생>에서 본인이 직접 설정한 것이 있다면.
"'웹툰 속 한석율이 음성지원이 된다면 어떻게 움직일까'를 많이 생각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패션 감각이 2% 부족하다'는 그 설정, 아슬아슬한 경계더라. 2%라는 게 작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또 엄청 큰 숫자라. (웃음) 자칫하다가는 되게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고, 과해 보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 '적절한 한석율만의 멋'을 만들려 했다. 예를 들자면 벨트와 양말을 깔맞춤하는 거. 튀지는 않으면서도 누군가 본다면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의 멋인 거지."

[Character: 캐릭터] <미생>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지만, 그간 다양한 독립영화에서 활약해 왔다. 그간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들개>(2013)의 정구? 연기하며 청춘들의 불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또 실제 그럴 나이기도 했고. (정구가 현실에) 순응하고 사는 모습이 모든 청춘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를 대변하고 싶었다. 다만 폭발시켜야 하는데 '절제하라'는 디렉션이 너무 많았던 건 힘들었다. (웃음)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효민(박정민 분)의 머리를 스패너로 때리는 장면에선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나도 모니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한테 저런 표정이 있었어?'하고."

[Drama: 드라마] <미생>이 첫 드라마였다. 작업하는 동안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있었나.
"감독님(김원석 PD)과 약속했던 게 있는데…감독님은 한석율과 변요한이 반반 섞인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서로가 투영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또 하나는 화술적인 부분. 한석율은 말이 강한 사람이잖나. 다이내믹하면서도 리듬이 있는, 그러면서도 한석율만의 호흡과 뉘앙스를 살리고 싶었다. 그래야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작가님이 써주신 대로 드라마 상의 활력소와 연결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부까지 촬영하며 한 번도 웃어서 NG를 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오정세 선배님이 출연하신 장면에서 웃었다. 그 복잡한 상황에서도 호흡이 다 맞는다는 게 재밌었다. 대사도 정말 웃겨서, 잘 보면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이 스쳐 치나갈 거다.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 이정민


[Everlasting: 변치 않는] '살면서 이것만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변하지 않겠다'는 게 있다면.
"(고개를 갸웃하더니) 와,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답해야 하나? (기자: 찬찬히 생각해 보라. 아니면 숙제처럼 갖고 있는 질문이어도 좋을 것 같다.) 숙제…음, 알겠다.(웃음)"

[Fashion: 패션] 한석율도 한석율이지만 변요한의 사복 센스를 칭찬하는 팬도 많더라.
"옷 잘 입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그렇다고? 그냥 나는 편안하게 입은 것뿐인데. (웃음)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한다. 사실 머리도 안감을 때가 있고. (기자: 그래서 그렇게 모자 쓴 사진이 많았던 건가?) 스냅백 쓰고 있는 사진은 그런 거다. 아, 비니도. 아무래도 한석율의 모습과 (사복 입은 모습이) 대비되니 호기심을 가져 주시는 것 같다. 나는 그냥 평범하다!"

[G-rae: 장그래]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가자면, 원작 한석율과는 달리 <미생> 속 한석율은 장그래(임시완 분)와의 묘한 브로맨스도 있었다.
"한석율과 장그래는 처음엔 갈등 관계였다. 치고받고 싸우다가 PT 신 마지막에 결국 장그래를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난 뒤 한석율이 진짜 멋있는 게 장그래를 인정하고 난 다음부터는 그가 입사했다는 걸 가장 기뻐한 게 한석율이고, 계약직인 걸 알고 가장 안타까워한 것도 한석율이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보이는 서로의 돈독한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면 한석율을 찾지 않았나. 단지 한석율이 표현은 더 잘 하는 거였고. (웃음)"

[Habit: 습관] 그간 인터뷰 사진을 보면 양 손에 같은 반지를 끼고 있던데. 일종의 습관인가.
"별 뜻은 없다. 그냥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건데…. 굳이 설명하자면 이 반지들은 내가 나에게 선물한 거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목격자의 밤>(2012)을 만났고, 그 덕분에 항상 가고 싶다던 영화제(세계 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끌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를 지칭함-기자 주)에 가게 됐다. 그 후에, <들개> 촬영에 들어가기 전인데, 내가 번 돈으로 스스로 산 반지다. 나에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반지는 오래 보게 될 거다. (웃음)"

"여러 가지 준비해야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자신감 생겨"

[Independent: 독립의] 30개 이상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는데, 작품을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
"지금으로선 '메시지가 있는 것,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조금 더 진실되게 (연기)할 수 있는 것.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 메시지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다. 그렇게 항상 200% 이상 노력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 한다. 늘 실패하지. (웃음) 그래서 아쉽고, 그게 또 다음 작품의 목표가 되는 것 같다."

[John: 요한] 스스로 생각하기에, 변요한은 어떤 사람인가.
"어…나는 아직 날 잘 모르겠다. 정의하기도 어렵다. 이 질문도 아직 답하지 못할 것 같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도 '변요한에게 <미생>이란 어떤 의미인가?' '<미생>을 하면서 뭘 느꼈을까?' 같은 질문에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해 답하기엔 버겁다. 그냥 정말 고마운…그런 감정이었다." ⓒ 이정민


[Knockdown: 압도적인 것] <미생>에서 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던 장면을 꼽자면.
"4부 PT 신. 굉장히 공들였던 장면이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자랑해야 하는 초반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였던 데다 촬영 초반이었고, 감을 잡아야 했고, 이 인물에 얽힌 숙제를 풀어야 5부부터는 내가 자유로울 수 있겠다 생각했다.

특히 (한석율에 대한) 믿음을 줘야 했던 장면이라 중요했다. 3화까지만 보면 '이상한 애'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던 한석율의 정체를 알려 줘야 하는 장면이었지 않나. 한석율이 단순히 '개벽이'가 아니라는 걸, 자존심과 프로페셔널함에 치열함까지 가진 인물이라는 걸 보였어야 하니까. 한석율의 진정성과 현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 드려야 5부부터는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Lesson: 교훈] <미생> 작업을 통해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정말 매번 많은 감정을 느꼈다. 연기적으로도 그랬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속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본 적도 많다. '지금 이렇게 하는 게 잘 하고 있는 건가?'라고 의심한 적도 많다. 무엇보다 선배 연기자들, 그리고 스태프들이 하나가 되어 작업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감동적이었다. 다 피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하나가 되어 일할 수 있지? 그런데 나도 그렇게 하고 있네? 신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다. 아직도 '변요한에게 <미생>이란 어떤 의미인가?' '<미생>을 하면서 뭘 느꼈을까?' 같은 질문에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해 답하기엔 버겁다. 그냥 정말 고마운…그런 감정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했고, 좋은 것들을 보게 했던 작품이다. 그러면서 영향도 많이 받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됐고."

[Motivation: 동기부여] 배우 변요한이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을 꼽자면.
"평소엔 자기비하를 잘 한다. 매번 괴로워하지. (웃음) 그런데 연기는 다르다.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의 자신감이라는 걸 갖기 위해서는 많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깨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계속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야 하고…. 그렇게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스스로 단단해져서 (카메라 앞에) 딱 서는 순간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변요한 미생 들개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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