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속 윤지숙(최명길 분) 법무부 장관과 정국현(김응수)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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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저는 검사입니다. 검사가 들어야 할 명령은 청와대의 하명이 아니라 법의 명령입니다." 어쩌면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추격자>와 <황금의 제국>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가 굳이 식상한 소재라는 비판을 등에 짊어지면서까지 검사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지난 6일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 속 정국현(김응수 분) 차장검사의 한마디는 커다란 울림을 자아냈다.
지금껏 이태준(조재현 분) 검찰총장과 윤지숙(최명길 분) 법무부 장관의 '선vs악' 대결로 흘러가던 드라마는 7회에 이르러 하나의 반전을 선사했다. 정의의 편에 서서 공명정대한 수사를 지시하던 윤지숙 장관의 허물을 밝힌 것이다.
윤 장관은 과거 자신의 안위와 아들을 키기기 위해 병역 비리 사건을 덮은 전력이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비리로 얼룩진 이태준의 검찰 장악을 막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녀는 법과 양심의 명령을 저버렸고,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똑같은 선택을 되풀이했다.
선vs악 아닌,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의 권력다툼이날 이태준 총장이 '병역비리 수사' 카드를 꺼내들어 윤지숙 장관을 압박해오자 결국 윤 장관은 이 총장과 손을 잡고, 그와 오션캐피탈 실소유주인 김상민 회장 사이의 비리를 박정환(김래원 분) 검사 개인에게 덮어씌우기로 결정했다. 이태준 총장과 윤지숙 장관의 힘겨루기는 사실상 부패와 정의의 싸움이 아닌,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의 권력다툼이었던 것이다.
신하경(김아중 분) 검사에게 이태준 총장과 에 대한 수사를 그만하라고 지시한 윤지숙 장관의 핑계는 더욱 가관이다.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한 타협이었음에도 "청와대의 지시"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회장를 무리하게 수사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윤장관에 맞서 신하경 검사는 "한 집안의 가장도 구속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맞불을 놓지만, 결국 수사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많은 시청자가 그렇게 느꼈을 테지만,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중간에 마무리하고, 또 청와대의 명령이니 기소를 중단해야 하는 장면들은 단지 드라마 속 설정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비슷한 사례들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따라야 할 것은 청와대의 하명 아닌 법의 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