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부터 만남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좌완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와 2015년 외국인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3만 달러와 연봉 27만 달러, 옵션 8만 달러로 총액 38만 달러(한화 약 4억 2300만 원)다.

이로써 넥센은 브래드 스나이더, 앤디 밴 헤켄에 이어 피어밴드까지 계약을 체결하면서 2015년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무리했다. 넥센은 10개 구단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외국인 선수 영입을 끝냈다.

2014 승률왕과 '쿨한 이별', 자유의 몸이 된 소사

 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

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 ⓒ 넥센 히어로즈


애초 넥센은 올 시즌 승률왕에 오른 헨리 소사(10승 2패, 평균 자책점 4.61)와 재계약을 할 방침이었다. 지난 5월 브랜든 나이트의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한 소사는 지난 6월 17일 KIA타이거즈 전부터 지난 8월 5일 SK와이번스 전까지 7경기에서 6승을 거두는 등 넥센의 2선발로 맹활약했다.

특히 시즌이 거듭될수록 구위가 살아나면서 9월 2경기 1.65, 10월 3경기 1.8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사는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단 3일을 쉬고 등판해 시속 16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리며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이 스나이더, 밴 헤켄과의 재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소사 역시 무난히 넥센에 잔류할 것 같았다. 하지만 소사 측에서 넥센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의 연봉을 요구하면서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넥센은 2일 오후 한국 야구위원회에 소사에 대한 자유 계약 공시를 하며 소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개인 타이틀까지 따냈던 2선발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포기한 것도 놀랍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자유 계약'이다.

사실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된 외국인 선수는 계약 여부에 관계없이 원소속구단이 2년 동안 해당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가질 수 있다. SK에서 뛰었던 크리스 세든이나 LG 소속이었던 레다메스 리즈가 국내 타구단으로 이적이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넥센은 소사를 조건 없이 풀어주기로 했다. 이제 소사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 다른 팀 어느 곳과도 계약한 수 있는 진정한 '자유 계약' 신분이 됐다. 넥센의 '통 큰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사 보낸 지 하루 만에 좌완 투수 피어밴드와 계약 체결

소사와의 쿨한 이별을 선택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3일 오전, 넥센은 또 다른 소식을 들고 나왔다. 바로 새 외국인 선수 피어밴드와의 계약 소식이다. 소사와의 이별 발표부터 피어밴드와의 계약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았다.

피어밴드는 2006년 빅 리그에 데뷔해 통산 31경기에서 2승 11패, 7.15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1년 동안 257경기에서 81승 73패 4.12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는 텍사스의 AAA팀에서 8승 6패 5.11을 기록했다(KT 위즈의 새 외국인 선수 필 어윈과는 팀 동료였다).

190cm, 102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졌지만 구위로 누르기보다는 제구력과 경기 운영으로 수 싸움을 즐기는 타입의 투수다. 마이너리그 통산 257경기 중 237경기에서 선발로 나왔던 만큼 넥센에서도 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피어밴드의 메이저리그 성적만 보면 크게 기대할 만한 수준의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2014년 리그 최고의 투수 밴 헤켄 역시 넥센 입단 당시엔 메이저리그 경력이 5경기에 불과하던 무명 선수였다. 역시 실적보다는 적응력이 훨씬 중요하다.

과열된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발을 뺀 넥센은 외국인 선수 계약도 가장 먼저 마무리 지으면서 사실상 내년 시즌의 전력 구상을 마쳤다. 조용하지만 알찬 겨울을 보내고 있는 넥센의 내년 시즌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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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라이언 피어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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