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봄날' 공식 포스터

▲ '내 생애 봄날' 공식 포스터 ⓒ MBC


MBC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을 보며 드는 생각. 이렇게 심심하고 조용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이렇듯 한결같이 조용해서야 어디 사람들의 이목이나 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자극적 소재, 극적인 연출, 지나칠 정도의 강렬한 연기 등에 포위된 요즘 드라마들 사이에서 말이다.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를 조용히 풀어내는 방식 '독특'

<내 생애 봄날>의 인물들은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몸짓 또한 조심스럽기 그지없으며, 배경음악, 풍광 등도 그에 맞춘 듯 아스라한 느낌이다. 드라마들 속, 경악할만한 고성과 몸싸움 등에 마냥 익숙해진 우리에겐 조금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생애 봄날>의 설정이 그저 평범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 드라마에는 자극적인 양념이 적지 않다. 죽은 아내의 심장을 이식 받은 여자, 형에게 자신의 애인을 빼앗긴(?) 동생, 18살 차이의, 그것도 아이가 둘이나 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철없는 딸을 둔 부모 등 극한의 대립이 충분히 나올 법한 상황이라는 것. 

그러나 이 드라마, 그걸 참 조용히도 풀어낸다. 세상에 화낼 일도,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울고불고 소리칠 일도 별로 없다는 듯 말이다. 그래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이 그저 별 일 아니라는 듯, 조곤조곤 귓가에 속삭이는 그 화법은 참으로 독특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얼마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내 생애 봄날> 정도의 설정이라면, 아마도 매 회 서로의 머리끄덩이를 그러잡는 정도는 쉽게 등장했을지도 모르며, 동네가 떠나가라 싸움이 오가는, 아주 시끄러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옅은 수채화 같은 드라마, 마음 열고 바라보면 그 착한 속내 느껴져

'내 생애 봄날' "단 1분이 될지라도 나와 같이 살자". 청혼의 말을 건네는 강동하(감우성 분)의 모습.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 '내 생애 봄날' "단 1분이 될지라도 나와 같이 살자". 청혼의 말을 건네는 강동하(감우성 분)의 모습.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 MBC


<내 생애 봄날>은 강렬한 원색으로 덧칠된 그림들 사이, 아주 연한 물감으로만 그린 한편의 수채화 같다. 만일 그것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그 속 인물들의 사랑에 주목해 보자.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그 귀엽고 예쁜 갖가지 색의 사랑에 대해서 말이다.

이 드라마에는 물 흐르듯 순리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실상 그 어떤 드라마들보다 속 시끄러운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이 드라마가 그저 판타지로만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조용함에 아무런 이유나 속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눈물과 아픔, 희생, 인내 등이 없었다면, 그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생애 봄날>이 보여주는 가장 큰 미덕이자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아채야 하는 것은 온전히 시청자들의 몫이지만 말이다.

<내 생애 봄날>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모두가 한 가지 이상의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그것이 세상의 이목과는 별개의 방향일 때도 있고 또 마음이 허락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온힘을 다해 상대방을 이해해보려는 '착한 마음', 그것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힘이 된다.

<내 생애 봄날>은 때론 매우 통속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또 아주 구식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그 어떤 덧칠도 되어있지 않은 순수한 마음, 한없이 마음 놓이게 만드는 사랑. <내 생애 봄날>에 괜스레 마음이 쓰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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