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또 다시 '일베' 논란에 휘말렸다. 인터넷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 사진을 방송에 사용,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들어 벌써 네 번째.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자주 반복되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SBS 내부에 일베 회원이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도대체 왜 일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우선, 1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부터 살펴보자. 이날 방송에는 가위를 이용해 종이 아트를 펼치는 '만능 가위 손' 송훈씨가 등장했다. 제작진은 송씨의 작품이 원작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비교하기 위해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방송에 내보냈다.

하지만 제작진이 내보낸 '단오풍정'은 어딘가 이상했다.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자승 대신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 이미지였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이미지가 잘못됐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 논란을 야기시켰다.

 1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사용,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사용, 논란이 일고 있다 ⓒ SBS


방송 이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시청자 게시판에는 SBS를 질타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제작진 제정신인가?" 등의 반응은 대부분 항의를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간 일베가 보여 온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를 되짚어 봤을 때, 충분히 이해 가능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논란이 일자 SBS 측은 즉각적인 해명에 나섰다. 핵심은 '명백한 실수'라는 점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에서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아 발생했다는 '책임전가'로 귀결된다. 외주제작사를 관리하고 그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최종 확인하고 방송에 내보내야 하는 SBS 측 내부의 잘못과 반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또 SBS 측은 이런 식의 문제가 재발하는 원인을 구글 검색으로 돌리는 '창조적 해명'까지 내놓았다. SBS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 검색이 위험하다'고 몇 번이고 주의를 시켰는데 외주제작사 PD라서 지침이 잘 내려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런 실수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구글에 문제가 되는 사진이 많아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로 읽힌다. 조금만 따져보고 문제의식을 가진 채 확인 작업을 거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인터넷 검색으로 돌리는 '창조적' 해명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인터넷 검색이 문제라면, 비록 시간이 더 들더라도 직접 자료를 찾거나 방송국 내부의 DB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편의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수집해 놓고선, 문제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인터넷 검색으로 돌리는 것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8월에는 SBS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8시 뉴스>에서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 9월에는 스포츠뉴스가 일베에서 합성한 연세대 로고를 사용해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또 올해 3월에는 <런닝맨>에 일베에서 제작한 고려대 로고가 등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일련의 문제로 SBS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또 다시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어쩌면 SBS 측 말대로 단순한 실수일 수 있다. 그런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고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비하하기 위해 합성 이미지를 퍼트리고 있는 일베 측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도 쌓이면 실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인 SBS의 실력이 고작 이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다는 점을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

책임을 돌리는 건 너무도 쉽지만, 중요한 것은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 하는 것이다.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SBS를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보수 방송'이라고 치켜세우는 일베와의 분명한 선 긋기를 위해서라도, SBS는 또 다시 이런 식의 부끄러운 논란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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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평범한 직장인. 즐겨보는 TV, 영화, 책 등의 리뷰를 통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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