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습니다" 1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승리해 4년 연속 정규경기 우승을 확정 지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와 코치진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우승했습니다" 1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승리해 4년 연속 정규경기 우승을 확정 지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와 코치진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최초로 4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지난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야마이코 나바로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이번 승리로 2위 넥센 히어로즈의 추격을 따돌리고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했다.

2011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프로야구 최초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이 기록을 1년 더 늘렸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왕조'로 불렸던 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2000년대 초반 현대 유니콘스,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도 정규리그 3년 연속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더구나 삼성은 프로야구가 단일리그로 바뀐 1989년 이후 올해까지 총 8차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에서 우승을 확정한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라 기쁨이 남달랐다. 이제 삼성의 다음 목표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앞서 KIA가 해태 시절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바 있지만 1987년은 정규시즌 2위로 시작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차지한 우승이었다. 만약 삼성이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쥔다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대기록을 갖게 된다.

스타 없이도 무너지지 않은 '시스템 야구'

삼성의 우승 원동력은 철저한 '시스템 야구'다. 한때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 등 스타 선수를 자유계약(FA) 시장에서 휩쓸며 "돈으로 우승을 샀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외부 영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마련해 새로운 스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력을 앞세운 야구를 보여줬다. 

특히 올 시즌 우승은 삼성 특유의 시스템 야구가 만든 작품이다. 삼성은 올 시즌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작년보다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번 시즌에는 삼성이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뒷문이 허술해졌다. 공격에서는 1번 타자로 첨병 역할을 하며 안정된 외야 수비까지 갖췄던 배영섭이 군 복무를 위해 2년간 팀을 떠났다. 공수의 핵심 자원을 잃은 삼성은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다행히 마운드에서는 고민이 쉽게 해결됐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그만둔 임창용이 전격 국내로 복귀하면서 오승환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삼성 입장에서는 임창용이 그야말로 천군만마처럼 든든했다. 류중일 감독이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내정했던 안지만이 중간 계투를 맡으며 부담을 던 것도 임창용 복귀가 가져다준 효과였다.

그러나 임창용의 활약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올 시즌 30세이브를 따내며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승리를 날려버린 블론 세이브가 9개나 있었고, 평균자책점 역시 5.89로 마무리 투수로서는 실망스러운 숫자다. 한때 2군으로 내려가 구위를 재정비하기도 했다.

2012년 5개, 2013년 7개에 불과했던 삼성의 블론 세이브는 임창용의 부진 탓에 올 시즌 17개로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철벽 불펜을 앞세워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선발진도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를 빼면 대부분 기대 이하였다. 토종 선발의 '원투 펀치' 윤성환과 장원삼은 12승, 11승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이 둘 다 4점대를 넘어섰다. 선발투수의 기본 요건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한 것도 올 시즌 선발 등판한 경기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쳤다.

38세의 이승엽, 잠자던 사자를 깨우다

마운드의 부진을 덮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방망이의 힘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팀 타율 0.301로 전체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할을 기록하며 '지키는 야구'에서 '때리는 야구'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앞서 팀 타율이 3할을 넘어선 것도 1987년의 삼성이 유일했다.

특히 경기 후반인 7·8·9회 타율은 0.305으로 역시 9개 구단에서 가장 높았다. 이 덕분에 7회 이후 9차례나 역전승에 성공하는 끈질긴 야구를 보여줬고, 삼성과 맞붙는 팀은 이기고 있어도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삼성에서 올 시즌 3할대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최형우, 박한이, 채태인, 박석민, 나바로, 이승엽 등 무려 6명으로 두산과 함께 가장 많다. 20홈런 이상을 터뜨린 타자도 이승엽(32홈런), 최형우(31홈런), 나바로(30홈런), 박석민(27홈런)으로 4명이나 된다. 박병호와 강정호를 앞세워 196개의 홈런을 터뜨린 넥센보다 팀 홈런은 30개 이상 적지만 그만큼 다양한 타자들이 홈런을 터뜨리며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박해민의 깜짝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1군에서 자리 잡은 박해민은 올 시즌 타율 0.291, 31타점, 35도루를 기록했다. 대수비나 대주자에서 벗어나 배영섭이 빠진 외야를 당당히 차지했다.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대 삼성라이온스의 경기, 2회초 1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솔로 홈런을 치자 주루코치가 엄지손가락을 들며 칭찬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초 1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솔로 홈런을 치자 주루코치가 엄지손가락을 들며 칭찬하고 있다. 이승엽 선수는 이번 삼성 우승의 핵심 기둥이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삼성에서 가장 박수받아야 할 타자는 38세의 노장 이승엽이다. 지난 시즌 2할 중반의 타율에 13홈런을 터뜨리는 데 그치며 이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승엽은 노장의 현실에 맞춰 스윙 궤적을 줄이고 힘보다는 정확도를 앞세운 타격을 준비하며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역대 최고령 30홈런-100타점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7개의 결승타를 터뜨리며 '국민 타자'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으로 완벽하게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이승엽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이미 모든 것을 이룬 대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며 박석민, 최형우 등 후배 타자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도 묵묵히 타선을 지키며 삼성의 꾸준한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 활약도 합격... 복 많은 챔피언

삼성의 또 다른 힘은 외국인 선수다. 특히 올 시즌부터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면서 다른 팀들은 장타력을 앞세운 거포형 타자를 앞 다퉈 뽑았다. 그러나 삼성은 장타력이 부족하지만 다양한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나바로를 선택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도 없고 거포도 아닌 나바로는 다른 외국인 타자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곧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배영섭이 빠진 1번 타자 자리에 정형식, 박한이, 김상수 등을 투입해봤지만 만족하지 못한 류중일 감독은 나바로를 선택했다.

나바로는 3할대의 타율에 안정된 수비, 빠른 주루 플레이까지 고루 갖추며 류중일 감독을 만족시켰다. 1번 타자로는 드물게 30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와 함께 올 시즌 가장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꼽힌다. 나바로는 이날도 LG와 3-3으로 팽팽히 맞선 8회말 짜릿한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삼성의 우승 확정에 결정적인 활약까지 펼쳤다.

마운드에서는 밴덴헐크의 활약이 돋보였다. 한국 무대 2년 차가 된 밴덴헐크는 지난해 평범한 활약에 머물렀으나 올 시즌 선발진에서 가장 많은 13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3.18을 기록하며 9개 구단 전체 투수들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J. D. 마틴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기에는 5승 5패로 실망스러웠으나 적응을 마친 후반기 들어 4승 1패를 기록하며 뒤늦게나마 활약을 보여줬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방출은 물론이고 부상, 태업, 욕설 등 유난히 외국인 선수로 인한 논란이 많았던 2014 시즌이었지만, 삼성의 '외국인 3인방'은 성적과 인품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으며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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