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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썰전>의 강용석

JTBC <썰전>의 강용석 ⓒ JTBC


방송인 강용석이 이른바 '아나운서 발언'으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 규모와 조직 체계,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 등에 비춰보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직후, 강용석은 "선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인 강용석'을 살린 종합편성채널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강용석은 지난 2010년 18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가 끝난 뒤 연세대학교 소속 20여 명의 남녀 대학생과 식사를 하면서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에 여성 아나운서들은 "수치심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경멸적"이라고 반발했다. 현직 국회의원으로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점과 더불어 대중에 공개되는 아나운서의 명예를 짓밟았다는 점이 문제의 소지가 됐다. 아나운서 협회는 그를 집단 모욕죄로 고소했고, 결국 강용석은 이 사건으로 인해 한나라당에서 제명됐다.

한나라당에서 쫓겨난 이후, 강용석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한편 고소와 고발을 남발해 '문제 정치인'으로 낙인 찍혔다. 특히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을 집단 모욕죄로 고소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용석은 이 시기를 "잊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 것"이라고 회고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후, 수렁에 빠진 그를 구원한 것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었다. <화성인 바이러스> < 슈퍼스타K >에 모습을 드러내며 화제를 일으킨 그는 2011년 종편의 출범과 함께 이미지 세탁에 성공하며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JTBC <썰전>을 시작으로 인기를 높이기 시작한 그는 <유자식 상팔자> <크라임 씬> 등에서 맹활약했다. 아울러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 <건강한 여행-휴> <황금펀치> <강적들>,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더 지니어스:블랙가넷> 등 종편과 케이블을 오가며 웬만한 톱스타급 예능인 못지않게 활약하고 있다. 문제 정치인에서 프로 방송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 강용석이 무죄를 선고받자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 쉰 곳이 종편이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강용석은 오늘날 종편이 가장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이만하면 '종편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왜 강용석은 '종편의 아이콘'이 됐나

종편은 왜 강용석을 이토록 '애지중지'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종편과 강용석의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당시 정부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편이기에 태생적으로 '보수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보수 정권으로부터 받은 특혜가 어마어마한 데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종편은 지난 대선 때,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선 박근혜를 적극적으로 찬양하는 한편 최대 적수였던 문재인과 안철수를 싸잡아 비난했다. 종편은 야권의 단일화에 대해 "표를 구걸하는 보따리장수의 행태"라고 폄하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냄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종편은 보수 논객뿐 아니라 변희재, 정미홍 등으로 대표되는 극우 논객의 과격한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방송사로서 최소한의 품격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급기야 '종편 폐지론'까지 등장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전략적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종편은 정부·여당의 입장과 자신들의 기득권, 더 나아가 이른바 보수우파의 '이념'을 은근하면서도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개체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등장한 사람이 바로 '방송인 강용석'이다. 과격한 과거의 보수 논객과 달리 강용석은 다소 희화화된 친근한 매력과 박학다식함을 함께 자랑하는 신선함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용석의 처세술에 시청자는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고, 그가 대변하는 보수우파의 입장을 훨씬 편하고 쉽게 받아들였다. 강용석은 <썰전> <강적들> 등에서 끈기 있게 보수진영의 논리를 전달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때로는 정부를 비판함으로써 중도층에게까지 어필하는 영리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강용석은 변호사 출신답게 전문 방송인도 못 당할 만큼 말도 잘한다. 중간중간 유머와 자기 비하를 넣어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이는 기존의 보수 논객뿐 아니라 진보 진영의 대변인조차 따라 하기 힘든 장점이다. 종편 입장에서 보자면 이만한 '물건'도 없는 것이다.

이렇듯 종편은 강용석을 발탁함으로써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강용석 또한 종편을 통해 완전히 추락했던 이미지를 세탁하고 꽤 '유명한'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두 편 모두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편과 강용석의 '밀월 관계'에 대한 비판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아나운서 발언이 회자되면서 방송인 강용석에 대한 반감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죄이더라도 벌금형을 선고받은 만큼 방송인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종편이 그의 출연을 강행하는 것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무리 정권의 특혜를 한몸에 받고 태어난 종편이라고 할지라도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방송인을 계속 기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시장 논리든, 현실 논리든 시청자의 반발을 무시하는 것은 방송사의 책임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송인 강용석은 종편의 비호를 받으며 여전히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밀월 관계는 끝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달려가는 '끝'은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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