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방송된 < MBC 다큐 스페셜 > '함께 쓰는 성공 신화, 협동조합'의 한 장면. 대구의 동네빵집 사장 6명이 함께 만든 서구 맛빵 협동조합.

지난 14일 방송된 < MBC 다큐 스페셜 > '함께 쓰는 성공 신화, 협동조합'의 한 장면. 대구의 동네빵집 사장 6명이 함께 만든 서구 맛빵 협동조합. ⓒ MBC


지난 14일 < MBC 다큐 스페셜 >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에 주목했다. 이름하여, '함께 쓰는 성공 신화, 협동조합'이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이후 5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등지에서 서민 경제의 단단한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협동조합이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방송은 몇몇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운동의 성취를 알아본다.

다큐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것은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라니? 무대 위에서 한 마리의 백조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직업으로서 발레리나들은 고달프다. 국내 민간 발레단 50여 곳 중 월급과 4대 보험을 지급하는 곳은 단 두 곳뿐, 대다수의 발레단이 월급 대신 약간의 공연비만을 지급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그리고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열악한 발레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섯 개의 발레단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연을 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공연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천천히, 하지만 모두 함께 가기 위한 발걸음

왜 협동조합인가? 앞서 발레인들의 협동조합처럼, 열악한 자신들의 처우를 모두 다 힘을 합해 개선해 나가고자 한 것이 대부분 그 첫 번째 취지이다.

완주에서 한우를 키우다 한 달 사료 값조차 감당하기 힘든 열악한 축산 환경에 많은 한우 농가들이 더 이상 소 키우는 것을 포기하려 할 때, 자력 구제의 수단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완주 한우 협동조합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습으로 고사되어 가던 대구의 동네 빵집들이 모여 만든 서구 맛빵 협동조합도 취지가 같다.

조금은 멀리 내다보며 경쟁과 성공이 아니라, 천천히 하지만 모두 함께 가고자 만들어지는 협동조합도 있다. 안산에 사는 주부 6명은 함께 모여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반찬 만드는 일에서 부터 시작한 '찬찬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하루에 네 시간씩, 큰 보수는 아니지만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주부들 50명에게 일자리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이 이 협동조합의 취지이다.

2000여 개가 넘는 제주의 폐가를 소생시켜 갤러리, 펜션 등으로 지역 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주 폐가 살리기 협동조합'도 있다. 또, 중소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협동조합으로 변신한 회사도 있다.

협동조합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완주 한우 협동조합은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까지를 책임진 협동조합 덕분에 소를 파는 과정에서도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스스로 운영하는 한우 직판장에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리 위에서 자살을 고민하던 대구의 빵집 사장님은 이제 밤을 새워 협동조합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서구 맛빵'이라는 각자 몇 십년간의 노하우가 모인 협동조합 브랜드는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이제 협동조합 명의의 직판장까지 열게 되었다.

대기업과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협동조합으로 변신한 중소기업 주주 회의의 풍경은 색다르다. 직원들이 모두 참여한 주주 회의에서 회사 운영을 위한 각종 안건이 공개되어 직원들의 선택을 받는다. 기업주의 '독단적인' 경영에 익숙해진 우리 기업 문화에서 그런 방식이 어쩌면 느리고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소속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감을 배양시키는데 있어 협동조합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고, 이제는 협동조합의 한 일원이 된 전직 기업주와 직원도 자신한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모여 만들어 가는 협동조합은 느리지만 '모두 함께'라는 취지를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완주 한우 협동조합에서 예순이 넘은 농부가 고기를 팔고, 협동조합의 대표가 처음으로 고기를 써는 칼을 잡았다. 소파 귀신이었던 주부는 이제 찬찬찬 협동조합이라는 자신이 갈 곳이 생겨 행복하다.

하지만 모든 협동조합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5000 여개의 협동조합이 생겼지만, 그중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서구 맛빵 협동조합 관계자는 말한다. 협동조합은 철저히 개인의 필요와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고, 각자의 이해관계들이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추진될 때, 그때서야 비로소 협동조합 운동은 자기 추진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몇몇 대표적인 협동조합 사례들을 통해 본 < MBC 다큐 스페셜 >의 '함께 쓰는 성공 신화, 협동조합'은 다양한 사례와 그 배경을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몇몇 사례들의 나열만으로 현재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을 조망하기엔 어쩐지 아쉬운 시간이기도 했다.

더구나 마지막에 상당수의 협동조합이 부침을 겪고 있는 과정을 그저 한 마디의 언급으로 지나가고 있는 점 등은 현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아쉬운 한계를 남긴다. 그저 '성공'에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열풍의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조금 더 천착하는 기획이었으면 좋았을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
MBC다큐 스페셜- 협동조합 서구 맛빵 찬찬찬 중소기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