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박해진 분)과 박훈(이종석 분).

지난 8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한재준(박해진 분)과 박훈(이종석 분). ⓒ SBS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마지막 회가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8일 방송된 20회 시청률은 12.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앞선 방송분보다 1.6%P 상승한 수치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트라이앵글>은 8.6%를, KBS2 <트로트의 연인>은 7.2%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닥터 이방인>은 남에서 태어나 북에서 자란 천재의사 박훈(이종석 분)과 한국 최고의 엘리트 의사 한재준(박해진 분)이 각자 삶의 기준과 목표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하는 모습을 그렀다. 이를 통해 병원의 진짜 주인은 환자라고 생각하는 의사 박훈과 그저 자신들의 생계수단으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았든,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남북 최대의 작전을 펼치는 메디컬 첩보 멜로 드라마였다.

<닥터 이방인>은 의료계의 이야기만을 다룬 드라마는 아니었다. '진짜 의사'라는 과제를 통해 우리사회의 이면을 비추어주는 거울과도 같았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 플롯 하나하나가 현 사회의 어두운 줄기를 관통하는 통렬한 자화상과도 같았다.

이 드라마가 비추고 있는 진짜 이방인은 누구?

<닥터 이방인>은 소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연상케 한다. 스토리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이방인'의 존재는 소설과 드라마 모두에 존재한다. 허나 드라마 속 내용은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만 이방인의 존재만 같을 뿐. 까뮈의 소설 <이방인>은 뫼르소의 무감성을 현대인의 모습에 투영시킨 이야기이다. 반대로 <닥터 이방인>은 진짜 감성을 가진 박훈을 이방인의 존재로 등장시켰다.

<닥터 이방인>에도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의 무감성을 닮은 이들이 등장한다. 그저 환자들을 생계수단으로만 보는 무감성의 의사들은 소설과 달리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들일 뿐이다.

무감성의 그들은 소설 속의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 속에서 환자를 병원의 진짜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감성주의자 의사 박훈을 주인공을 만든 것이다. 더불어 '이방인'으로 만들어 내었다.

현실의 우리에게는 '진짜 의사'가 필요하다

이 드라마는 박훈을 통해 진짜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며 존중하고, 가장 중요한 환자의 생명에 집중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어찌 보면 그 의사란 직업은 우리에게 '진짜'를 찾아주기 위한 하나의 소품일 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의사를 넘어선 하나의 굵은 시선이 존재한다. 환자에게 너무나도 절대적인 존재인 의사의 생각 자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무거운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사의 모습에 우리는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 중에서 무감성의 의사들은 서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기득권들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닥터 이방인>이 말하는 진짜 의사는 전혀 영광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그저 고통스러운 형상 자체이다. 자신들의 집단에서 손가락질을 당하고 외면당하는 처절한 외톨이의 모습 자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는 바로 그런 의사가 필요하다.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우리의 현실을 치료해줄 수 있는 진짜 의사 말이다.

병원이사장 오준규(전국환 분) 등 기득권인 무감성의 그들은 항상 선량한 듯 예의를 갖추고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허나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잔인하고 탐욕스런 늑대의 모습일 뿐이다. 주변의 대부분은 그들 무리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익과 안위 등을 위해 모르는 척한다. 아니면 자신들조차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조롱하며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다. 마치 이단의 신앙처럼.

또한 그들의 탑은 공고하다. 서로와 서로를 거미줄처럼 공고히 엮어놓은 이익의 사슬이기 때문이다. 그 거미줄은 상대방들에게 함정이고 위협이다. 그러한 거미줄을 하나씩 걷어낼 때 우리에게 하나의 집중된 순간이 온다. 바로 자신 스스로를 전율케 하는 영광의 순간이다. 바로 진짜가 되어가는 순간이다.

우리 삶에 그 진짜가 되는 영광의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이다. 반면, 그 뒤에 따르는 희생과 고통은 순간이 아니다. 그 영광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군가 나를 인정해 주는 순간일까? 아니면 내가 나 자신의 삶의 기준을 지켜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일까? 기득권층의 거미줄을 걷어내려 했던 박훈은 자신의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는 진짜 의사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이방인'이라는 단어, 현실의 무서움을 깨닫게 해주다

<닥터 이방인>은 어찌 보면 소설 <이방인>과 '이방인'이라는 존재의 위치가 전혀 다르다. 드라마 속에는 무감성의 이방인들이 넘쳐난다. 바로 현실이 이방인들의 천지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현실의 무서움을 직시하게 된다. 무감성의 그들은 '진짜'를 이방인으로 만든다.

1942년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알베르 까뮈의 공포스러운 무감성의 주인공 뫼르소가 우리들의 주변에 널려있다는 것을 이제 인지하여야 하는 순간인가? 뫼르소는 현재에 와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들의 주변인이 되어있는 것이다. 공포스럽고 잔인한 웃음을 뒤로한 채. 과연 우리들의 현실은 이토록 잔인한 것인가?

<닥터 이방인>은 마지막에 '이방인'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한재준은 박훈에게 "처음엔 박선생이 이방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진짜 이방인은 나였습니다"라며 "박선생 때문에 깨달았어요. 진심으로 환자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의사는 이방인이라는 거"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게 만든 드라마 <닥터 이방인>. 그 속에서 '이방인'이란 이 단어를 우리는 무심하지 않게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닥터 이방인 이종석 박해진 강소라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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