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명량>의 반응이 뜨겁다. 아직 개봉 전임에도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평점에 1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참여했다. <명량>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는 8일 현재 1만6000명을 넘어섰다.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함대의 전설적 승전인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다.

아직 개봉하기 전이지만 <명량>은 유명 배우들의 출연과 남다른 스케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해 우수한 고증을 통한 충실한 역사 재현은 대중적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은 전작 <최종병기 활>에서 '애기살(편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통 무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제작진 역시 충실한 고증을 통한 리얼리티 구축을 강조한다. 공식 영화 소개에 따르면 "다양한 전문가들의 해석과 역사 자료를 활용해 전쟁의 리얼리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김한민 감독도 제작 보고회 현장에서 사극으로서의 영화 완성도를 논하며 "철저히 고증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심 끄는 <명량>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 작품 중 가장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은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다. 명량대첩 역시 <불멸의 이순신>에서 다뤄졌는데, 전투 장면만 한 회가 방영됐다. 전투 전과 후의 사건까지 포함하면 총 3회 분으로, 영화 <명량>의 런닝타임과 비교해도 엇비슷한 분량이다. 이러한 이유로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은 비교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두 작품의 주연 배우를 비교하는 기사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될 정도다.

<명량>의 공개된 예고편 영상과 사진을 보면 <불멸의 이순신>과는 다른 점이 많다. 역사적 사건은 하나지만 두 작품의 복식과 무기, 함선의 외형 등에서 차이가 있다.

<명량>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의 갑옷 양식이 다르다. <명량>은 당대 고증에 맞는 찰갑에 상상력을 덧붙인 경우이며,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갑옷은 조선 후기에 등장하는 두석린갑주다.

▲ <명량>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의 갑옷 양식이 다르다. <명량>은 당대 고증에 맞는 찰갑에 상상력을 덧붙인 경우이며,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갑옷은 조선 후기에 등장하는 두석린갑주다.ⓒ 금준경


우선 눈에 들어오는 차이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다. 똑같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김명민과 최민식 두 배우가 입은 갑옷의 외관은 크게 다르다.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한 장군 갑옷은 당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양식이다. '두석린'이라는 이름의 이 갑옷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졌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쓰이지 않았다. <불멸의 이순신> 제작진은 시대 고증을 벗어난 설정이지만 두석린 갑주가 유독 화려해 사용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렇다면 <명량>의 이순신 장군 갑옷은 고증에 맞을까? 반만 맞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 갑옷은 기본적인 형태가 찰갑(비늘 모양의 작은 쇳조각을 가죽끈으로 엮어서 만든 갑옷)이다. 당시 조선군 상급 무관은 두정갑(천이나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옷 속에 철판을 누빈 뒤 고정시킨 갑옷)이나 찰갑을 입었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틀린 고증은 아니다. 그러나 허리에 둘러찬 갑주의 복식이 중국풍이며 투구는 조선 후기의 두석린(목면을 겹친 뒤 그 안에 비단이나 삼승포를 덧대고 표면에 황동 비늘을 박은 갑옷)과 모양이 비슷하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 갑옷은 당대의 갑옷에 기반을 두되 약간 변형한 양식이다.

임진왜란 당시 고위무관의 복식 좌측은 찰갑, 중간과 우측은 두정갑으로 임진왜란 당시 고위무관의 복식이다. 이순신 장군 역시 이러한 갑옷을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그림은 21세기이순신연구회가 경상남도와 함께 복원한 자료다.

▲ 임진왜란 당시 고위무관의 복식좌측은 찰갑, 중간과 우측은 두정갑으로 임진왜란 당시 고위무관의 복식이다. 이순신 장군 역시 이러한 갑옷을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그림은 21세기이순신연구회가 경상남도와 함께 복원한 자료다.ⓒ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가


조선시대 수군 병사는 갑옷을 입었을까

두 작품에서 보여주는 하급 병사의 갑옷 역시 대조적이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조선수군은 갑옷을 착용하지 않고 전장에 나선다. 반면 <명량>에서는 대부분의 병사가 두정갑을 입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공개됐다. 시시비비가 명확히 갈리는 고위 무관의 갑옷과 달리 수군 병사의 갑옷 고증은 논란이 많다. 당대 하급 병사가 어떠한 모습으로 전장에 나섰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수군의 특성상 배의 무게를 고려해야 하고, 물에 빠질 경우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무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경우 <불멸의 이순신>의 고증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불멸의 이순신>의 조선수군과 <명량>의 조선수군 <불멸의 이순신>의 조선수군은 갑옷을 입지 않고 있다. 반면 <명량>의 조선수군은 두정갑을 걸치고 있다. 조선수군이 갑옷을 입었는지, 또 어떠한 형태의 갑옷을 입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 <불멸의 이순신>의 조선수군과 <명량>의 조선수군<불멸의 이순신>의 조선수군은 갑옷을 입지 않고 있다. 반면 <명량>의 조선수군은 두정갑을 걸치고 있다. 조선수군이 갑옷을 입었는지, 또 어떠한 형태의 갑옷을 입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금준경


반면 일본인이 남긴 그림인 '조선전역해전도'에는 모든 조선 수군이 상급 군인과 마찬가지로 두정갑을 착용하고 있다. <명량> 역시 하급 병사들이 두정갑을 입었는데, 조선전역해전도를 참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그림은 당대가 아닌 후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즉, 수군 병사의 갑옷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명확한 자료가 없어 어떠한 고증 방식을 취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조선수군 복식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의 복식은 아직까지도 논쟁거 중이다. 좌측은 일본측 기록인 조선전역해전도, 우측은 21세기이순신연구회와 경상남도가 함께 복원한 그림자료다.

▲ 조선수군 복식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의 복식은 아직까지도 논쟁거 중이다. 좌측은 일본측 기록인 조선전역해전도, 우측은 21세기이순신연구회와 경상남도가 함께 복원한 그림자료다.ⓒ 금준경


두 작품은 병사들이 손에 쥔 무기 종류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불멸의 이순신>의 조선 수군은 삼지창처럼 생긴 창인 '당파'가 주력무기다. 당파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사극에서 등장한 무기로 시청자에게 익숙하다. 반면 <명량> 예고편과 스틸컷 속 조선 수군은 칼과 일반적인 창이 주력으로 당파는 보이지 않는다.

<명량>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의 활 파지법 차이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은 양궁식으로 활을 파지하고 있다. 반면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은 고증에 맞는 국궁식 파지를 하고 있다.

▲ <명량>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의 활 파지법 차이<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은 양궁식으로 활을 파지하고 있다. 반면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은 고증에 맞는 국궁식 파지를 하고 있다.ⓒ 금준경


이는 <명량>의 고증이 사실에 가깝다. 당파는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유입된 무기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주력으로 쓰이지 않은 무기다. 특히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임진왜란 전부터 조선군이 당파를 쓴다는 점에서 명백한 고증 오류인 셈이다. 이 외에 활을 파지하는 방법 면에서는 <불멸의 이순신> 초반부에서 양궁 파지를 보인 탓에 논란이 됐다. 이 문제는 극의 후반부에 개선됐다.

<명량> 예고편에서는 고증에 맞는 국궁식 파지를 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등장한다. <명량>은 칼(환도)을 패용하는 방법에서도 고증이 우수한 편이다. 조선의 무관은 허리춤에 칼을 차는 일본 무사와 달리 고리를 통해 칼을 매는 패용법을 취했다. 한 손에 칼집을 들고 서 있는 <불멸의 이순신>과 대조적이다. 조선시대 칼(환도)의 올바른 패용법은 KBS <추노>에서 고증됐다.

<명량>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의 칼 패용법 차이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은 손에 칼집을 들고 있다. 반면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은 고리에 매달려 있다. 조선시대 환도패용법에 따르면 <명량>의 방식이 고증에 맞는 셈이다.

▲ <명량>과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의 칼 패용법 차이<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은 손에 칼집을 들고 있다. 반면 <명량>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은 고리에 매달려 있다. 조선시대 환도패용법에 따르면 <명량>의 방식이 고증에 맞는 셈이다.ⓒ 금준경


조선과 일본의 군함은 어떻게 재현됐을까?

해전을 다룬 작품에서 군함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명량대첩을 다룬 <명량>에서도 군함의 고증 여부는 중요하다. 함선의 고증은 두 작품 모두 우수한 편이다. 특히, 조선 수군의 주력함선인 판옥선 외형은 두 작품 모두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각선도본> 등의 사료에서 판옥선의 설계도가 남아 있는 덕분이다.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판옥선 비교 판옥선의 경우 두 작품 모두 고증이 잘 됐다. 판옥선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문헌자료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고증이 수월하다.

▲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판옥선 비교판옥선의 경우 두 작품 모두 고증이 잘 됐다. 판옥선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문헌자료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고증이 수월하다.ⓒ 금준경


그러나 엄밀히 따졌을 때 두 작품의 판옥선은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명량>의 판옥선이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한 함선에 비해 규모가 더 크다. 실물이 아닌 탓에 높이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상으로 보이는 갑판의 면적은 <명량>이 넓다. 임진왜란 당시 판옥선의 일반적인 승선 인원이 130명 선이었다는 점에서 <불멸의 이순신>의 판옥선이 실제보다 작은 셈이다.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아타케부네(대장선 급) 비교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아카테부네(대장선 급) 모습이다. 아타케부네의 누각 모양이 다양하다는 점에서<불멸의 이순신>의 고증 역시 틀리지는 않았으나, <명량>의 아타케부네 고증이 더 면밀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아타케부네(대장선 급) 비교<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아카테부네(대장선 급) 모습이다. 아타케부네의 누각 모양이 다양하다는 점에서<불멸의 이순신>의 고증 역시 틀리지는 않았으나, <명량>의 아타케부네 고증이 더 면밀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금준경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일본 함선은 외형이 다르다. 일본군의 대장선 격인 '아타케부네'(安宅船)의 모양이 다르다. <명량>의 아타케부네는 갑판 위로 화려한 복층 누각이 지어져 있는 형태다. 나고야 박물관에 있는 아타케부네 모형과 유사한 모습이다. 물론, 아타케부네의 누각은 다양한 개량형이 존재하기에 <불멸의 이순신>의 아타케부네 고증이 틀렸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불멸의 이순신>의 일본 함선은 규모면에서 명백한 오류가 있다. 극 중에서 일본군의 대장선 격인 아타케부네와 주력선인 '세키부네'(関船)의 크기 차이는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아타케부네가 판옥선과 비슷한 규모인 반면, 세키부네는 판옥선보다 크기는 작고 높이는 낮아야 한다.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아타케부네(대장선 급) 및 세키부네(주력선) 비교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아타케부네(대장선 급) 및 세키부네(주력선)의 크기가 동일하다. 반면 <명량>에서는 아타케부네의 크기가 크다. <명량>의 고증이 사실에 가깝다.

▲ <불멸의 이순신>과 <명량>의 아타케부네(대장선 급) 및 세키부네(주력선) 비교<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아타케부네(대장선 급) 및 세키부네(주력선)의 크기가 동일하다. 반면 <명량>에서는 아타케부네의 크기가 크다. <명량>의 고증이 사실에 가깝다.ⓒ 금준경


자칫 중요해 보이지 않는 요소지만 임진왜란 당시 해전 구현에서 배의 크기 고증은 중요하다. 조선군 판옥선의 크기가 일본군 주력 군함인 세키부네보다 높기 때문에 일본군은 판옥선에 함부로 올라타지 못했다. 이 탓에 상대편 배에 올라 탄 후 백병전을 구사하는 일본군의 주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즉, 함선 높이 차이가 실제 조선수군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된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의 판옥선 갑판과 <명량>의 판옥선 갑판 <명량>의 판옥선이 <불멸의 이순신>의 판옥선보다 갑판의 면접이 크다. 임진왜란 당시 판옥선은 130명 가량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 군함이었다는 점에서 <명량>의 판옥선이 실재에 가깝다.

▲ <불멸의 이순신>의 판옥선 갑판과 <명량>의 판옥선 갑판<명량>의 판옥선이 <불멸의 이순신>의 판옥선보다 갑판의 면접이 크다. 임진왜란 당시 판옥선은 130명 가량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 군함이었다는 점에서 <명량>의 판옥선이 실재에 가깝다.ⓒ 금준경


면밀한 고증이 일상화되기를 바라며

한국에서는 사극이 고증에 충실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최근 종영된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경우, 등장인물 정몽주가 당대에 걸맞은 갓을 쓰고 나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는 고려 말 시대를 다룬 이전의 여러 사극들이 기초적인 복식조차 고증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사극을 만들 때 면밀한 역사 고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점에서 <명량>의 고증 수준은 고무적이다. 물론 <명량>의 고증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부 상상력이 발휘된 복식 고증 사례도 있으며, 기사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전투장면 역시 과장된 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명량>의 고증은 역사적 토대 위에 재해석이라는 살을 덧붙인 식이어서 긍정적이다. 관련 문헌을 연구한 제작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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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경입니다. 현재 <미디어오늘>에서 일 합니다. 제보는 teenkjk@mediatoday.co.kr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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