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춘학당: 풍기문란 보쌈 야사>에서 목원을 연기하는 배우 이민호.

영화 <청춘학당: 풍기문란 보쌈 야사>에서 목원을 연기하는 배우 이민호. ⓒ 박정환


영화 <청춘학당: 풍기문란 보쌈 야사>(이하 <청춘학당>)는 '전복'된 19금 사극이다. 사극을 보면 아녀자가 보쌈을 당하는 게 대부분이건만 이 영화는 거꾸로 남자가 보쌈을 당하고는 겁탈을 당한다.

한데 이민호가 연기하는 목원이라는 캐릭터가 수사하는 과정이 심상치 않다. '목원을 겁탈한 여성의 키가 몇 척'이라는 대사를 유심히 듣다 보면 '중3 수학의 추억'이 떠오른다. 삼각비의 사인과 코사인, 탄젠트 값을 이용하여 범인의 키를 유추하는 대사 때문이다.

- <청춘학당>은 '19금 사극'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19금'은 언젠가는 배우로서 도전해야 할 장르였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장르라 큰 도전이었다. 캐릭터가 매력 있고 신선했다. 큰 경험이 되겠다 싶어서 참여했다. 영화가 섹스코미디 외에도 추리가 섞인 장르라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영화에서 제가 연기하는 목원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나온다. 제가 추리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추리물이면 추리물, 섹스코미디면 섹스코미디 하나에만 집중하면 좋겠는데 영화 속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야 해서 연기하는 데 애를 먹었다. 목원이 추리할 때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해학적으로 웃기는 부분에서는 재미있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양쪽이 잘 어울려야 관객이 재미있게 볼 거 같다."

"식스팩 만들려고 했는데, 포팩밖에 안 생겼어요"

이민호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크로 스튜디오'라는 운동을 했다. 죽는 줄 알았다. 길게도 안 하고 20분만 운동하는데 헬스장에서 5시간 운동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힘들다. 몸 여기저기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장치를 달고 운동하는데 '죽음의 20분'이다."

▲ 이민호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크로 스튜디오'라는 운동을 했다. 죽는 줄 알았다. 길게도 안 하고 20분만 운동하는데 헬스장에서 5시간 운동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힘들다. 몸 여기저기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장치를 달고 운동하는데 '죽음의 20분'이다." ⓒ 박정환


- 몸 만드느라 고생했을 텐데.
"남성적인 부분을 어필하기 위해 두 달 정도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포팩'밖에 만들지 못했다. 먹지 않고 살을 빼면 안 된다고 하더라. 먹은 걸 근육으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운동에 도전했다.

헬스장을 다니는 대신에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크로 스튜디오'라는 운동을 했다. 죽는 줄 알았다. 길게도 안 하고 20분만 운동하는데 헬스장에서 5시간 운동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힘들다. 몸 여기저기에 전류를 흐르게 하는 장치를 달고 운동하는데 '죽음의 20분'이다."

- 베드신이 등장하는 물레방아 장면이 짧게 나와 아쉽지는 않았는지.
"세트장에서 6~7시간을 찍었다. 세트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너무 긴장해서 단 걸 마구 먹고 싶었다.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걸 많이 찾았다. 좋은 몸을 보여드리기 위해 촬영 바로 직전까지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물레방아 장면은 서거나 앉아있는 장면이 아니라 누워있는 장면이다. 근육이 잘 안 보인다. 아쉽기는 했다.

체력적으로 부담된 장면이 아니라 심적으로 어려웠다. 베드신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젊은 나이에 19금 영화를 찍느냐고 백안시로 바라보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도전해야 할 부분이었고 좋은 기회를 만나 도전했던 거다."

- 영화 출연작 중 첫 키스신 상대가 배슬기 누나다.
"저는 처음이지만 '누나가 리드를 해줄 수 있겠구나' 하고 안심했다. 키스 장면을 찍을 때에도 긴장을 많이 했다. 제가 부담가지 않게 누나가 '편하게 연기해' 하는 식으로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 배슬기씨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누나가 현장에서 유일한 여배우라 처음에는 어렵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여배우가 없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털털하고 남자답고 내숭이 없었다. 활발하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었다. 한 번은 누나 어머니가 촬영장에 오신 적이 있다. 장난으로 '장모님 오셨다'고 인사할 때 슬기 누나는 '엄마, 우리 사위야' 하고 인사시켜 드릴 정도로 누나와 분위기가 좋았다."

이민호 "관객은 제가 진짜 연기를 하는지 가짜 연기를 하는지 다 안다. 가식적인 연기가 팬들의 눈에 보이는 게다. 이런 팬들의 반응을 곱씹으면 '대충 가짜로 연기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싹 가신다."

▲ 이민호 "관객은 제가 진짜 연기를 하는지 가짜 연기를 하는지 다 안다. 가식적인 연기가 팬들의 눈에 보이는 게다. 이런 팬들의 반응을 곱씹으면 '대충 가짜로 연기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싹 가신다." ⓒ 박정환


- 시청자에게는 <해를 품은 달>(양명 어린시절 역)의 이미지가 강하다.
"좋은 이미지라 감사드린다. 하지만 배우는 하나의 이미지에만 안주하면 안 된다. <해를 품은 달>을 극복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버금가는 좋은 배역이나 작품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묵묵히 연기를 위해 달려가고자 노력한다."

- 동명이인인 <상속자들>의 이민호씨가 인기몰이를 해서 오해받은 일은 없었나.
"제 기사가 뉴스에 오르면 이민호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올라온다. 다른 이민호씨 팬 분들이 제 기사로 클릭하다가 '낚였다' 혹은 '기자가 낚시했네' 하는 반응이 많았다. 헷갈리니까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다. 이민호씨와 저 모두 서로 윈윈했으면 한다."

-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되는 작품과 잊지 못할 작품을 손꼽으라고 하면?
"연기가 늘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해를 품은 달>이다. 그 작품으로 인기도 많이 얻었지만 작품이 끝나고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시금 저 자신을 채찍질한 계기가 되었다. 잊지 못할 작품은 신하균 선배님과 공연한 영화 <런닝맨>이다. <런닝맨>은 대형 영화에서 첫 주연작이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연기해야 하는데 큰 작품이라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부담감이 많았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도 컸다.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많이 들었다. 제가 보아도 제 연기 실력을 모두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 <런닝맨>을 곱씹을 때마다 연기를 되새기게 된다."

-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진정성이다. 관객은 제가 진짜 연기를 하는지 가짜 연기를 하는지 다 안다. 가식적인 연기가 팬들의 눈에 보이는 게다. 이런 팬들의 반응을 곱씹으면 '대충 가짜로 연기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싹 가신다. 제 롤 모델이 송강호 선배님이다. 송강호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배우가 가장 첫 번째로 깨야 하는 관문이 내가 이 연기를 하면 관객은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이다'

너무 와닿는 말씀이다. '제가 이렇게 연기하면 시청자는 제 연기를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이 예전에는 있었지만 송강호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는 이 생각을 깼다. '제 자신이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진정성 있게 바라봐 주는 건데' 하고 꾸미는 연기를 버리게 된다. 진실된 연기로 평생을 달려가고 싶다."

이민호 청춘학당 송강호 배슬기 해를 품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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