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밀어야만 움직이는 버스는 영화에서 훌륭한 오브제로 기능한다. 버스의 색깔도 희망의 노란색 아닌가? 폭스바겐 사의 앙증맞은 저 미니버스, 왠지 탐난다.
빅비치
여느 로드무비가 그렇듯이 이들 역시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상처를 보듬어준다. 온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밀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버스도 그래서 이들을 목적지까지 온전히 날라다 줄 수 있다.
사실 애초에 이 가족들은 이루지 못할 꿈을 꿨다. 올리브와 그 가족들이 대회장에 도착해 어리고 섹시한(!) 꼬맹이들을 보며 기죽은 것처럼 애당초 미인과는 거리가 먼 이 뚱뚱한 아이는 어불성설 당치도 않은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게다가 9단계 성공전략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은 가난에 허덕이고 가족들로부터는 신뢰도 받지 못하는 가장에, 요양원에서 할렘을 꿈꾸는 오늘 내일하는 골골대는 할아버지에, 색맹 때문에 결코 되지 못할 파일럿을 꿈꾸는 드웨인, 그리고 자칭 프로스트 연구의 일인자라고 자위하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동성애)에 가슴 아파하는 프랭크 등 이 가족은 어찌 보면 모두 허황한 꿈만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본인이 그것을 인식하면서도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애써 부정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발버둥 치는 이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을 넘어 연민이 절로 생긴다. 유일하게 현실적인 캐릭터는 올리브의 엄마인 쉐릴(토니 콜렛 분) 이다. 하긴 가족 중 하나라도 중심을 잡는 인물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