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

▲ <해를 품은 달> 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 ⓒ 쇼플레이


옥주현이 소녀시대 서현에게, 함께 공연하면 분명히 웃음 폭탄을 맞을 거라고 귀띔한 배우가 있다. 배우 조휘다. 아니나 다를까,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서현은 조휘와 연습하다가 웃음보가 터지는 바람에 십 분 동안이나 연습을 멈춘 적도 있었다. 옥주현의 경고(?)대로 조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뮤지컬 배우들의 배꼽을 도둑질하는 '배꼽 스틸러'였다.

유쾌한 이 배우가 요즘에는 <해를 품은 달>과 <태양왕> 같은 역사 뮤지컬에서 서정적인 모습을 뽐내고 있다. 코미디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를 지난 11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 악역이면 악역, 코미디면 코미디 못하는 분야가 없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뭐가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조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야 맞는 역할을 떠올릴 수 있는데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선이 굵은 얼굴도 아니었다. 실망하던 차에 분장을 해주던 채송화 디자이너가 내 얼굴을 보며 분장하기가 너무 좋은 얼굴이라고 하더라.

분장하기에 따라 악역도 되고, 웃기는 역할도 되고 해서 지금은 어느 배역에나 어울리는 마스크가 되지 않았나 싶다. <몬테 크리스토>를 할 때는 친구를 음모에 빠뜨리고 친구의 여자를 뺏는 악역 몬데고를 연기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집시들의 우두머리 클로팽을 연기했다. 이번 <해를 품은 달>에서는 순정파인 양명을 연기한다. 올 봄에 개막할 <태양왕>에서는 루이 14세를 보좌하는 충신 보포르를 연기할 예정이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역할마다 변화무쌍한 변신, "이게 내 본 모습"

<해를 품은 달> 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

▲ <해를 품은 달> 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 ⓒ 쇼플레이


- 착한 남자 양명을 연기하며 정서가 순화되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공연할 때 캐릭터에 몰입하는 편이다. 악역을 하면 제 안의 나쁜 면이 좀 더 나오고, 착한 역을 하면 제 안의 순한 모습이 나온다. 스스로는 몰랐는데 가족이나 친구들이 알려주었다. 한 여자를 좋아하면 해바라기처럼 사랑하는 면이 제 안에 있는데 양명을 연기하면서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 훤과 양명처럼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만일 양명처럼 친동생이 조휘씨가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한다면 어떡하겠는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느 한 쪽이 더 커도 돌아오는 게 적으면 서운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서로 같이 사랑해야 아름다운 사랑이지 사랑을 강요할 수는 없다. 만일 양명과 훤 같은 상황이 닥치면 사랑하는 여자에게 '동생과 나 중 누구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어볼 거다. 여자가 마음 가는 남자를 택할 수 있도록 존중해줄 거 같다. "

- 양명의 노래에는 사랑해도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절절한 심정이 담겨야 할 듯한데 어떤 심정으로 넘버를 부르는가.
"사랑하고 이별했던 경험을 많이 떠올린다. 감정이 없는 이성에게는 장난도 잘 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양명처럼 된다. 권투에 비유하면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게 아니라 빙빙 돌면서 잽만 날린다. 이런 면에서 양명이 저와 비슷하다. 무대 오를 때에 경험에 덧붙여서 양명과 연우, 훤의 관계를 대입해서 정말로 연우와 사랑하는 것처럼 연기하고 노래한다. 양명은 연우의 사랑을 갖고 싶다. 연우의 마음 하나만 얻고자 했지만 좌절되는 상황을 무대에서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 양명은 2인자다. 살아오면서 2인자인 양명의 심정을 느낀다면.
"지금도 난 2인자다. 대극장에서 주연을 많이 했지만 조연도 그만큼 많이 해왔다. 구름 같은 관중을 몰고 다니는 톱스타도 아니다. 2인자라 역할이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좌절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하면 좋은 역할을 맡을 거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연습과 다양한 경험, "그게 내 경쟁력!"
<해를 품은 달> 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

▲ <해를 품은 달> 에서 양명을 연기하는 조휘 ⓒ 쇼플레이


- <해를 품은 달>에는 잘생긴 배우와 가수 출신, 성악가 출신 배우가 포진해 있다. 이들과 차별되는 조휘씨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무얼까.
"작품을 하면서 노하우를 얻는다. 연습할 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습한다. 다른 배우보다 조금이라도 더 분석하려고 파고든다. 선생님 급 되는 선배님들은 '연습만 하지 말고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충고를 한다. 맞는 말이다 분석은 책만 읽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연기 경험으로 남는다.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배우들과 연출가와 토론하고, 시연을 같이 하면서 연기라는 살이 덧붙어 좋은 캐릭터가 나올 수 있다. 양명을 연습할 때 '선과 점, 동과 정을 함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메모한 적이 있다. 극 후반부에서 양명이 쿠데타를 꿈꾸는 것처럼 보일 때에는 극적으로 치달으면서도, 연우를 생각하며 노래하는 때에는 서정적으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양명이다."

- 경력이 특이하다. 체육교육학과를 전공했는데 뮤지컬에는 어떻게 발을 디뎠나.
"장학생 때 우연히 청소년예술제에 참가했는데 재미있었다. 체육교육학과는 부모님의 권유로 선택한 전공이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연극이 하고 싶었다.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지인의 추천으로 <블루 사이공> 오디션을 보았다. 전쟁의 덧없음과 가족애를 담은 작품이었다. 첫 작품이 연극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 후로 드라마 성향이 강한 작품을 선호했다."

-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다. 어떤 각오로 요즘 무대에 오르는가.
"예전에는 오디션을 자주 떨어져서 일 년에 한 작품만 할 수 있었다. 나머지 기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은 저를 찾아주시는 관객에게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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