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파이럿츠

로열 파이럿츠 ⓒ ㈜애플오브디아이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8월 데뷔했지만, 이들은 이미 국외 활동을 통해 잔뼈가 굵었다. 미국에서 클럽을 돌며 공연하기도 했고, 싱가포르 패션 위크 무대에도 섰다. 데뷔 직전에는 조용필, 펫 샵 보이즈,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등이 함께한 뮤직 패스티벌 <슈퍼소닉 2013> 무대에도 올랐다.

줄여서 'RP', 또는 '로파'라고도 불린다는 로열 파이럿츠(Royal Pirates). 이들은 처음부터 데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밴드가 아니다. 중학교 때 교회에서 처음 만난 후 12년 가까이 함께였던 문(본명 김문철, 27)과 수윤(본명 김수윤, 26)에 4년 전, 제임스(본명 이주현, 27)가 합류하면서 결성됐다.

"워낙 잘 맞아서 (수윤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게임을 참 좋아했는데 교회에서 기타를 치던 형이 '게임 많이 하면 안 좋다. 게임기 팔아라'고 했다. 그 형이 팔아준다면서 가져갔는데 위조지폐를 받아왔다. 미안했는지 통기타를 주더라. 그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게 됐다." (문)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문과 수윤에 "친화력이 좋은" 제임스가 더해져 로열 파이럿츠가 완성됐다. 이들은 배우 조니 뎁이 운영하는 클럽 바이퍼룸 등 미국의 유명한 클럽을 돌며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기 시작했다. 조니 뎁을 본 적은 없지만,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분위기를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소한 한국 활동..."카메라 '빨간 불'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로열 파이럿츠

"한국에서는 밴드가 인지도를 얻기 위해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야 한다. 한 악기만 파는 게 아니라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 배울 게 참 많았다. 그 개념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처음엔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것도 해볼 수 있지'라고 마음을 열었다." ⓒ ㈜애플오브디아이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공연 영상이 올라오면서 누리꾼들에게 서서히 눈도장을 찍게 된 로열 파이럿츠는 이후 한국행을 택했다. 미국에서 자유롭게 클럽 공연을 하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나날이 펼쳐졌다. 연예인이 아니라, 음악인으로 살고 싶었던 로열 파이럿츠는 자연스럽게 성장통을 겪게 됐다.

"한국에서는 밴드가 인지도를 얻기 위해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야 한다. 한 악기만 파는 게 아니라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 배울 게 참 많았다. 그 개념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처음엔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것도 해볼 수 있지'라고 마음을 열었다." (수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빨간 불'이 들어오는, 즉 지금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찾는 것도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방송에서는 실제 연주가 아닌 핸드 싱크(음원을 틀어놓고 악기를 연주하는 척 하는 행위)를 해야 했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가수가 무대를 선보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밴드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음악 프로그램을 위해 연습을 하느라 2주 동안 핸드싱크만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이민호의 단독 콘서트에서 진짜로 드럼 연주를 했다. 손이 적응이 안됐는지 힘 조절이 안돼서 손가락이 터져서 피가 났다.(웃음) 아프지만 그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 얼마 전에 김종서 선배님이 '핸드싱크인데도 잘한다'고 하시더라. 핸드싱크도 기본 바탕이 있어야 한다고. 기분이 좋았다." (수윤)

밴드 시장 열악하지만..."그래도 살아남겠다" 

 로열 파이럿츠

"활동하면서 한국에 밴드가 많이 없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라이브 시스템도 부족하고, 시간상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면 자부심이 생길 것 같다." ⓒ ㈜애플오브디아이


로열 파이럿츠는 지난 15일 발표한 EP < Drawing The Line(드로잉 더 라인) >에 담긴 대부분의 곡을 직접 만들었다. 수록곡 'You(유)'는 멤버들이 작사까지 한 곡이다. "언제나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싶다"는 세 남자는 "누구보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전부터 밴드 음악은 대중가요의 '뿌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넘쳐나는 아이돌 그룹에 치이고, 댄스 음악에 밀려 한동안 푸대접을 받다가, 최근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로열 파이럿츠는 "아직은 (밴드 음악 시장이) 열악해서 불리할 수 있지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활동하면서 한국에 밴드가 많이 없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라이브 시스템도 부족하고, 시간상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면 자부심이 생길 것 같다. '이렇게 열악한데도 살아남았다' 이런 거? 대중이 밴드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가 리드해야지."

"2014년에는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대중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로열 파이럿츠. 이들은 오는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POP에서 어쿠스틱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가까이는 국내의 경기장급 공연장에서부터 멀게는 유럽과 남미 투어까지 꿈꾸는 로열 파이럿츠의 빛나는 행보를 기대해 본다.

로열 파이럿츠 DRAWING THE LINE 수윤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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