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개리가 솔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싸이마저 개리의 타이틀곡인 <조금 있다 샤워해>의 가사가 한 편의 시라고 칭찬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성과만 놓고 본다면 개리의 솔로 앨범은 성공한 셈이다.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발표되자마자 화제가 됐고,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으며 그 관심은 '방송금지', '싸이 극찬' 등으로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리의 음악에 손뼉을 치기 힘들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개리의 기존 이미지와 지금 그의 음악이 융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리는 <런닝맨>출연 훨씬 이전부터 그룹 리쌍의 멤버였고 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활동했다. 음악이 꼭 획일적일 필요도 없다. 오히려 획일적인 음악은 독이다. 그러니 그가 본인의 취향대로 음악을 하는 것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리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대중에게 '리쌍'에서 빠져나와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은 <런닝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개리가 리쌍이 아닌, 솔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런닝맨>으로 쌓은 인기가 큰 힘이 됐다. 뮤지션 개리는 작사가로 활동해왔으며 그동안 대중과 소통에도 성공하고 나름의 음악세계도 구축했다. 리쌍은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으며 타이틀곡을 제외한다면 다소 노골적이고 거친 내용의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리쌍의 노래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리쌍의 음악 세계를 충분히 이해시켰기 때문이고 그에 상응하는 그들만의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개리는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리쌍에서도 보여준 노골적인 가사를 내세운 개리는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선정적인 장면을 반복하며 성적인 뉘앙스를 물씬 풍겼다.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에서도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수정도 없을 것이고 방송 출연도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통해 '개리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경계선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리쌍의 음악을 알고 있는 대중들조차 개리의 솔로 앨범에서 <런닝맨>을 지워버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개리는 솔로 앨범 속에서도 대중을 놀라게 할만한 유려한 랩 실력이나 가창력을 뽐내지 않았다. 개리의 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리쌍의 연장선에 있는 음악도 아닌데다가 엄청나게 획기적이지도 못하다. 그렇다고 개리가 리쌍이 그러했듯, 차근차근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설득시킨 것도 아니다. 개리가 '하고 싶은' 음악은 결국 타이틀곡 <조금있다 샤워해>에서 느껴지듯 노골적인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 대표된다. 개리는 이 타이틀곡으로 음원차트 1위라는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도 역시 그간 쌓아온 인지도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성과임이 분명하다.

 

<런닝맨>은 개리 개인의 인기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런닝맨> 속에서 개리는 송지효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개리는 러브라인 속에서 여성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갖고 싶은 남자'라는 별명을 획득했다. 송지효를 향한 끊임없는 구애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감싸고 배려하며 위하는 모습은 비록 설정이라 할지라도 '리얼 예능'속에서 개리의 실제 성격을 반영한 결과로 비쳤고 개리는 여성 팬층을 확장할 수 있었다.

 



<런닝맨>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상형 투표' 결과에서도 개리는 유재석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전에는 작곡 실력을 갖췄던 길이나 보컬 정인에 비해 개리의 존재감은 약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개리의 시작은 리쌍이었지만 그의 인지도와 대중적인 인기는 예능으로 인해 발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리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런닝맨> 속 개리와는 딴판이다. <런닝맨> 속 개리는 여성에게 관심을 표현하되 집적대지 않는,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행동을 할 줄 아는 남성이지만 개리가 '하고 싶다'던 음악속의 개리는 여성의 육체에 집착하고 음란해 보이기까지 하는 19금 남성이다. <런닝맨>으로 인지도를 쌓은 상황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성과 속에서 이 괴리감을 <런닝맨>으로 솔로 활동의 서막을 올릴 수 있었던 그에게서 떼어내기란 힘들다.

 

뮤지션과 예능인의 경계는 물론 구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리쌍의 개리와 솔로 개리는 다르다. 리쌍이 그동안 구축해 온 음악 속에서 선보인 노래가 아닌, 개리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성과를 내야 하는 솔로 활동 속에서 개리는 '리쌍'의 개리가 아니라 예능의 '갖고 싶은 남자' 개리다. 그 갖고 싶은 남자가 아이스크림 바를 핥는 여성이 등장하고 풍만한 여성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면 <런닝맨> 속 개리로 인식한 대중들의 환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이라면 할말 없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4.01.19 12:47 ⓒ 2014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리쌍 개리 송지효 런닝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