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에 이어 또 한명의 국가대표 축구스타 구자철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볼프스부르크를 떠난 구자철은 같은 분데스리가의 마인츠 05에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됐다. 마인츠 구단은 18일 오후(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자철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여름까지 4년간이다.

마인츠는 오랫동안 구자철을 간절히 원해왔던 팀이다. 구자철이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되어 맹활약을 펼치던 2012년 후반기부터 마인츠는 구자철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높은 이적료와 원소속팀 볼프스부르크 측의 거부로 바라만봐야 했다. 최근 구자철이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데다 볼프스부르크가 같은 포지션에 잉글랜드 첼시에서 활약하던 벨기에 국가대표 케빈 데 브루잉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며 마인츠의 구자철 영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이적은 구자철과 마인츠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윈-윈 거래라고 할수있다. 구자철은 월드컵 본선을 5개월 앞두고 미래가 불확실한 볼프스부르크를 떠나,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하던 팀에서 충분한 출전시간을 확보할수 있게 되었다. 또, 마인츠는 다재다능한 구자철의 영입으로 공격력과 중원 강화를 동시에 노릴수 있게 되었다.

마인츠는 현재 7승 3무 7패(승점 24)로 리그 9위를 달리고 있는 중위권 팀이다. 볼프스부르크는 9승 3무 5패로 5위지만 현재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려 있는 4위 도르트문트와 2점차밖에 나지않아서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진출도 충분히 노려볼수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무대를 기약할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력상 볼프스부르크가 더 나은 팀이지만, 구자철의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마인츠가 더 나을 수 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클럽인 마인츠에서 아시아선수에게 4년 장기 계약을 제시했다는 자체가 구자철의 재능을 신뢰한다는 의미이다. 20대 중반으로 전성기에 접어드는 구자철을 팀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계산을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구자철, 공격형 미드필더 복귀할까

출전시간 확보와 더불어 마인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자철의 포지션 문제다. 구자철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역할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K리그 제주 시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했지만 2011년 아시안컵 득점왕 이후 구자철은 A대표팀에서도 4-2-3-1의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입지를 굳혔다.

첫 유럽팀이었던 볼프스부르크에서의 실패도 포지션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임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나 디터 해킹 감독 모두 구자철에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구자철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출전기회와 비중이 들쭉날쭉했고 측면 미드필더 등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에 기용한 적도 많았다. 여기에 최근 A대표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며 포지션 적응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구자철의 장점이었던 다재다능함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경우다.

구자철이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이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은 프리롤에 가까운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며 자신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낼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줬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에는 디에구-케빈 데 브루잉 등 같은 포지션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끊이지 않다 보니 구자철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않았다.

새 소속팀 마인츠는 17라운드까지 25골로 분데스리가 1부 18개 구단 중 11위에 그치고 있다. 에이스 니콜라이 뮬러와 일본인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가 각각 8골씩 무려 16골으로 팀득점의 2/3를 합작할 만큼 이들 콤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볼키핑과 탈압박 능력이 빼어나고 패싱력도 뛰어난 구자철의 가세는 마인츠의 득점루트를 다변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선호하는 토마스 투헬 마인츠 감독이 구자철을 적극적으로 원한 이유도 공격력 강화에 있었다.

하지만 구자철이 마인츠에서도 꾸준히 공격형 미드필더에 전념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투헬 감독은 분데스리가에서도 가장 전술적인 변화를 빈번하게 시도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올시즌의 마인츠의 주 포메이션은 4-2-3-1 이지만 실제로는 4-4-2나 3-5-2, 4-5-1 심지어는 5-3-2까지 넘나드는 전술적 시도가 변화무쌍했다. 자연히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도 잦다. 마인츠의 주전 왼쪽 수비수로 활약중인 박주호가 윙어로 기용된 경우도 여러 차례였다. 또한 현재 마인츠의 취약 포지션 중 하나가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이 팀 사정상 또다시 이 자리에 배치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구자철은 소속팀뿐아니라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중인 홍명보호에서도 치열한 주전경쟁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4-2-3-1을 쓰는 홍명보호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구자철이 주전 1순위였으나 김보경을 비롯하여, 손흥민, 이근호 등도 언제든 이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선덜랜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업에 성공한 기성용이나 분데스리가로 완전 이적한 지동원 역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수 있어서 구자철로서는 브라질월드컵까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4개월여간 마인츠에서의 새출발이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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