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성호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사진 유성호 기자| 스릴러와 미스터리 영화로 연출력을 증명했던 방은진 감독이 이번엔 가족 드라마를 들고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은 그녀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업계에선 "이제 슬슬 흥행작이 나올 때가 됐다"며 내심 기대하고 있다지만, 방 감독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했다. 

왜 하필 가족에 대한 영화였을까. 그리고 왜 마약 운반범으로 몰려 타국에서 옥살이를 한 주부의 이야기였을까. <추적 60분>과 그 주부가 펴낸 수필이 방은진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각에서는 안 그래도 '범죄자에 대한 영화'라며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방은진 감독은 "보편타당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스스로도 우려하는 부분임을 언급했다. 

"당시(2004년) 우리나라에선 초유의 사건이었어요. 누군가가 해외에서 검거되는 게 처음이었고, 그게 또 평범한 주부라는 게 말이죠.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하필 외국, 그것도 '왜 프랑스에서였을까'라는 점이에요. <추적 60분> 방송 후 안타깝다는 시청자의 반응도 있었지만, '정말 마약인지 몰랐느냐'며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었죠.

제가 만약 그 주부의 상황이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10년 이상을 호형호제하며 지낸 사람들이니 의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두려움은 있었겠지만 나라고 해도 갔을 겁니다. 의심이 있었으면 이 작품을 안 만들었을 거예요. 그때만 해도 모르는 사람의 가방을 들어주는 것에 대해 의심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오히려 친절하게 들어줘야 한다며 계도하는 시기였죠. 지금이야 누가 가방을 맡긴다면 사람들은 안 들어주려고 하겠죠?"

방은진 감독은 소재의 타당성에 대해서 꽤 많은 시간을 얘기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평범한 주부가 지인들의 짐 운반을 거든다는 설정을 통해 방 감독은 그만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성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왜 하필 전도연과 고수였을까? "의외의 조합에 희열 느낀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부부로 등장하는 전도연과 고수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닮아간다. 관객 입장에서는 두 사람을 부부로 떠올리긴 쉽지 않다. 방은진 감독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자. <오로라 공주>의 엄정화, < 용의자X >의 류승범·이요원 역시 의외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둘이 닮지 않았나요? (웃음) 사실 캐스팅은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거 같아요. <집으로 가는 길>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여러 배우를 염두에 둔 건 사실이에요. 저 역시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배우에게 까인 적도 있고, 스케줄 문제로 성사가 안 된 적도 있어요. 전도연씨의 상대 역을 할 만한 남자 배우로 설경구, 하정우, 황정민 등이 있었다고 가정을 해보세요. 따지고 보면 설경구씨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호흡을 맞췄고, 황정민씨도 <너는 내 운명>이라는 작품이 있잖아요.

물론 저도 생각한 캐스팅이 있긴 했지만 배우의 의지도 중요해요. 엄정화씨나 류승범씨 모두 의지와 상황이 맞아 떨어진 거죠. 의외의 조합이 갖고 오는 위험성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관객에게는 새로운 조합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잘 되면 희열을 느끼죠. 강단이 있어 보이는 전도연씨의 상대로 전형적인 남편보다는 철없어 보이는 남편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배우 출신 감독과 두 배우가 만났다. 어떻게 보면 세 배우가 만났다고 볼 수도 있다. 전도연이 앞서 "방은진 감독이 선배 배우이자 여성 감독이어서 처음엔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지만, 방 감독 역시 배우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지 자문하며 촬영에 임했다. 그리고 방은진은 누구보다 배우의 심리를 잘 이해하는 감독이기도 했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감독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어 해요. 게다가 이건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잖아요. 진짜 힘들어요. 잘못하면 감정 과잉일 수도 있죠. 전도연씨가 외적으로 얼마나 인정을 받아왔고 큰 배우인지 의식하진 않았어요. 이 작품에서 송정연을 연기하면서 무슨 얘기를 전할 수 있을지 궁금했죠. 전도연씨 역시 이번 작품 정말 잘하고 싶고 믿어달라고 진심을 보였고요.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제가 유효한 디렉션을 주고 있나 의심을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해요. 전도연과 고수라는 배우가 또 워낙 다른 개성이 있거든요. 고수씨에게도 내가 과연 신뢰를 주고 있는지 의문이었고요. 이 얘길 이창동 감독님에게 하니까 감독님이 '이제 내공이 좀 쌓였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감독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어 해요. 게다가 이건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잖아요. 진짜 힘들어요. 잘못하면 감정 과잉일 수도 있죠. 전도연씨가 외적으로 얼마나 인정을 받아왔고 큰 배우인지 의식하진 않았어요."ⓒ 유성호


"이제 종합적으로 검증받을 시기 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묘사된 정부의 무능함과 안일함에 대해서 방은진 감독은 길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분들 나름으로는 일을 했겠지만 그럼에도 명백한 실책은 있다"며 영화를 통해 해석해주길 원했다. 단지 방은진 감독은 "관객들이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반응하고 생각할 것"이라며, 현실에서는 더욱 잘해주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분명 영화를 보시고 정부에 대해 화난다는 시각도 있을 겁니다. 그걸 몰아가고 싶진 않아요. 저 역시 이민 세대고 해외를 많이 다녀봤지만 외국에서는 언어의 장벽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외국을 처음 가본 사람에게 믿을 곳은 대사관뿐이에요. 대사관은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요. <변호인>이 헌법 1조를 말한다면 우리는 2조를 말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떤 정치적 비판이기보다는 재외 국민도 국민인데 상황이 나아지길 원하는 마음도 있어요. 정부가 앞으로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죠."

운동 경기에 비유하면 방은진 감독은 이제 본격적인 페이스를 유지할 때다. 스스로도 "이젠 검증 받을 시기가 왔다"며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큰 실패도, 성공도 없이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면, 이젠 종합적으로 검증받고 싶다는 게 방은진 감독의 생각이었다.

"이번 작품에 여러 의미를 부여했어요. 숫자적 평가, 흥행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 용의자X >를 준비할 때 오히려 연출자로서 자신에 대해 고민했는데, 이렇게 <집으로 가는 길>을 선보일 수 있게 됐어요. 잘 안되면요? 다른 거 해야죠.(웃음) 세상엔 총기 넘치는 감독이 많은데 능력이 안되는데도 괜히 어기적거릴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그만큼 절박함이 있었고, 전작보다는 공감과 동의를 더 받고 싶은 바람이 큽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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