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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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상큼한 출발을 보여줬다.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전개 방식은 튼실했고, 작가의 필력은 출중했으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게다가 판타지를 위해 사용된 CG는 웬만한 영화에서 본 것들보다도 우수한 수준인 듯했다.

얼굴 하나만 믿고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천송이(전지현 분)와 400년 전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온 도민준(김수현 분)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은 사실 뻔하고 식상하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여배우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거나, 환생이나 타임머신 등을 소재로 하여 몇 백 년 전부터 결정된 운명적인 사랑을 찾게 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접한 바 있으니까.

그런데도 <별에서 온 그대>는 뻔하거나 식상하다기보다 오히려 새롭고 참신하며 이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들과의 소통이 철저히 차단된 여배우의 고충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사뭇 진지하게 그려나가는 연출과 대본은 그동안 봐왔던 비슷한 상황들에 비해 리얼하고 세련됐다. 허구에 가까운 여배우들의 학교수업, 무분별한 SNS, 보여주기 위한 삶의 면면들을 꼬집는 방식도 꽤나 풍자적이었고, 그러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로맨틱 코미디가 수작이 되느냐 졸작이 되느냐는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제대로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그 표현 방식은 어떠한지에 따라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로코라 하여 무조건 우스꽝스럽기만 하고 두 남녀주인공의 억지스러운 케미(어우러짐) 형성에만 치중을 한다면 반짝 재미는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괜찮은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거만하면서도 외로움 느끼는 여배우 잘 그려낸 전지현

ⓒ sbs


아직 첫 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별에서 온 그대>는 수작으로의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박지은 작가의 메시지 전달 능력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내조의 여왕>에서는 회사 내 상사와 부하 직원들의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나갔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통렬하게 묘사한 바 있다. 이제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스타와 대중들의 이해관계에 나름대로의 섬세한 터치를 입히려는 듯한데, 이것이 사뭇 기대가 된다.

믿음직한 연출과 탄탄한 대본을 백그라운드로 삼아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전지현과 김수현은 어쩌면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공 천송이와 도민준은 전지현과 김수현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고, 캐릭터 자체가 그 두 명의 배우들을 빛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송이 역은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전지현에게는 안성맞춤인 캐릭터다. 천송이는 얼굴만 예뻤지 머릿속은 거의 비어있는 여배우다. 거만하기 짝이 없고, 도도함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대중들 앞에 나섰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미소로 응대를 한다. 가식과 아집, 오만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스타 중의 스타가 바로 천송이인 것이다.

전지현은 이 역할을 소화해 내는 데 전혀 부담이 없어 보였다. 어딘가 모르게 도도함이 일상이 된 듯한 그녀 본연의 이미지를 그저 캐릭터에 덧입히는 작업만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천송이가 지닌 성격과 그동안 전지현이 보여준 이미지가 높은 싱크로를 나타내고 있다는 뜻일 테다.

영화 <도둑들>이나 <베를린>에서 받은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거품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SNS를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소속사 대표 앞에서 그녀의 목소리 톤은 무척이나 낮고 질질 끄는 소리를 낸다.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그러면서도 자존감은 하늘을 찌를 듯한 말투는 건방진 여배우의 표본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모카를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로 착각하는 무식함을 보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지몽매한 톱스타다. 이와는 반대로 그녀의 비주얼은 기가 막히도록 아름답고 화려하다. SNS에 올리기 위해 커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누가 그녀를 결혼한 미시 여배우라고 생각할까? 전지현의 미모는 천송이 역할에 제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배우가 망가지는 것은 이제 또 하나의 필수조건이 됐다. 전지현 역시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코믹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런데 옆집 도민준이 항의하러 왔을 때, 천송이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여배우의 미칠 듯한 고독과 힘겨움을 말해주는 눈물이었다. 이제 전지현은 이렇게 이중적이고도 반전의 감정 상태를 그럴싸하게 묘사할 수 있는 여배우가 됐다.

김수현보다는 1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전지현이 더 많이 걱정됐던 드라마. 그런데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자유로운 유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수려하게 때로는 잠잠하게 원하는 대로 헤엄을 치면서 말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긴 하다. 하지만 사방을 헤엄쳐 다니는 전지현의 유영기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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