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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의과 대학의 토마스 홈즈(Thomas Holmes) 박사팀이 개발한 '생활변화 지표척도 검사'에서는 개인에게 일어나는 사건들로 인한 스트레스에 점수를 매기고 있다. 상사와의 마찰, 학업의 중단, 개인적 성공 등 많은 것들이 중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항목들 중 배우자의 죽음, 이혼, 배우자와의 별거, 결혼, 부부의 재결합 등이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결혼으로 얽힌 일들이 개인들의 삶에서 얼마만큼 중차대한 일인가를 말해준다. 도대체 '결혼', 그리고 '사랑'이 무엇이관대! 바로 그것에 관한 보고서가 시작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다.

통속적 내용, 그런데 무언가 강하게 끌리는 것이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유재학(지진희 분)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돌아서는 나은진(한혜진 분).

▲ '따뜻한 말 한마디' 유재학(지진희 분)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돌아서는 나은진(한혜진 분). ⓒ SBS


드라마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딸의 이혼을 막기 위해 거짓으로 사위에게 화를 내는 친정어머니, 입으로는 식욕이 없다지만 며느리에게 각종 음식과 영양제를 요구하는 아들바라기 시어머니, 그들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를 충실히 실천해내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데다, 그간의 드라마들에서 숱하게 봐왔던 모습이다.

그러면 주인공들의 면면은 조금 다를까? 그 또한 아니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상대 여자를 찾아가 응징(?)하는 아내, 그 후 달라진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남편, 그리고 또 다른 한 부부는 외도 사실을 눈치 채고 있는 아내와 은밀하게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토록 통속적이며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내용이라니! 왠지 싱겁기 짝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얘기만 듣고도 신물이 난다고 불평을 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도대체 이런 내용의 드라마 그만 만들 수는 없을까? 배우자의 불륜과 그에 대한 상대의 분노, 그리고 양쪽 집안의 실랑이, 주변인들의 입방아 등에 관한 돌림노래, 혹은 한참 유행 지난 옛 노래 같은 드라마들을 언제까지 봐야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 드라마,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드라마의 전체적 색감은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었고, 나른하지만 세련된 음악들 또한 적재적소에 사용되고 있어 분위기를 돋운다. 거기에 어우러지는 각 인물들의 사연들은 가지런히 나열되어(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첫 회부터 그들의 입장이 고루 이해되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의 제목마따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쉬운 등장인물들의 아우성이 시청자들의 강한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따뜻한 말 한마디',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되길

'따뜻한 말 한마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송미경(김지수 분)의 모습.

▲ '따뜻한 말 한마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송미경(김지수 분)의 모습. ⓒ SBS


'사랑이 깨졌을 때의 충격은 마약복용을 끊은 뒤의 허탈감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것은 그 후폭풍, 말하자면 그 충격에 대응하는 방법도 그에 못지않게 강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랑이 만개할 때에는 정신과 육체를 고양시키기도 하지만, 자칫 깨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감히 예측하기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유들은 무엇일까? 커다란 고통을 만들게 되는 원인도 보나마나 엄청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심코 던진 작은 한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화살이 되어 박힐 수도 있고, 또는 미처 건네지 못한 따스한 말 한마디가 아쉬움의 눈물을 만들 수도 있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듯 우리의 문화권에서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많은 부분 '태도'에 국한되고, 특히 부부나 가족 간에는 그것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인격적인 인간으로 존중받을 필요성을 느끼지만, 부부관계에서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인간관계가 사실은 단순한, 그러나 한껏 온기, 혹은 냉기가 실린 말 한마디로 시작되고 자라나며 파탄에 이를 수도 완성될 수도 있다는 것.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말 한마디'가 만들어가는 인간관계에 관한 작은 보고서라 할 수 있겠다.

드라마 내, 인간의 행복이 무엇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 해답은 등장인물들의 거친 행동을 통해 드러날 수도 있고, 혹은 우아한 몸짓 뒤의 위선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이제 시청자들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었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누군가에게 건네게 될 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에게 그런 드라마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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