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신촌에서 열린 '프레다 켈리 토크&콘서트'에서 밴드 크랜필드의 보컬(이성혁)이 비틀즈의 곡 'norwegian wood'를 부르고 있다.

지난 26일 신촌에서 열린 '프레다 켈리 토크&콘서트'에서 밴드 크랜필드의 보컬(이성혁)이 비틀즈의 곡 'norwegian wood'를 부르고 있다. ⓒ 오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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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비틀즈 마니아들의 거룩한 성지, 영국 리버풀 캐번클럽. 비틀즈가 결성 초기에 실력과 경험을 쌓아올린 곳이다. 비틀즈 멤버들은 이곳을 몹시 덥고, 축축하고, 어둡고, 시끄러운 곳이었다고 묘사했다.

서울 신촌 FB라이브 클럽도 캐번클럽과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둡고 침침한 좁은 지하실, 낡은 골방분위기... 지난 26일 저녁 이곳에 전국의 비틀즈 마니아들이 모였다. 

무대의 앞쪽 몇 줄에 노란 테이프를 붙인 수명을 다한 듯한 의자가 놓여 있다. 그나마 이 의자는 VIP석이다. 뒤쪽에는 포장마차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용 의자가 배치되었다. 20명 정도만 들어와도 꽉 차는 공간에 80여명이 모였다. 사람의 온기가 뿜어내는 열기가 클럽 안을 후덥지근하게 데워 주었다. 이들이 몰려든 이유는 비틀즈 전 비서 프레다 켈리(68)와 비틀즈를 추억하기 위한 것.

비틀즈의 개인비서이자 마지막 공식 팬클럽의 회장이었던 프레다 켈리. 그녀는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영화제에는 그녀가 주연한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즈>(Good Ol' Freda·2013)가 출품됐다. 이날 만남은 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녀와 비틀즈 한국 팬클럽 회원들과 첫 대면이었다. 

긴장감 증폭...가을밤에 어울리는 비틀즈 어쿠스틱 공연

그녀를 환영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멋진 축하공연이 시작됐다. 실력파 뮤지션이자 열렬한 비틀즈 팬으로 알려진 크랜필드(Cranfield)의 보컬 이성혁과 비비드 슬로우(Vivid Slow)의 공연.

크랜필드는 3인조 사이키델릭 록/브릿 팝 밴드이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이성혁은 통기타를 치며 비틀즈 노래 5곡('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norwegian wood',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Please Mr.postman', 'strawberryfields forever')을 불러 감동을 안겨줬다.

비비드 슬로우는 전 윈터그린의 멤버였던 강희찬과 김보람이 새롭게 결성한 듀엣이다. 강희찬은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OST 작곡가이기도 하다. 'It's only love', 'nowhere man', 'The fool on ther hill', 'If I fell', 'being for the benefit of Mr.kite', 'penny lane',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I will', 'In my life' 등 비틀즈 노래를 듀엣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들려줘 잊을 수 없는 무대를 장식했다. 

강희찬은 "20년 동안 음악을 했지만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며 "비틀즈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고, 비틀즈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유일무이한 밴드다. 초대해줘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목을 축이기 위해 준비된 물컵마저 잘 못들 정도였다.

극적 긴장감은 뮤지션들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팬클럽 회원들도 마찬가지. 한국 팬클럽 대표이자 이날 사회를 맡은 서강석은 "모두들 무슨 일 있는 분들 같다"며 "얼굴 근육 좀 푸시고 표현해 달라. 틀린 것이 없는지 평가하시는 분들 같다.(웃음)"고 분위기를 띄웠다. 

"오전엔 링고와, 저녁엔 조지와 사랑에 빠졌다"

 비틀즈 전 비서 프레다 켈리

비틀즈 전 비서 프레다 켈리 ⓒ 오수용


기다리던 프레다 켈리가 드디어 무대에 앉았다. 토크콘서트에는 다큐영화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즈>의 프로듀서인 제시카 로우슨과 촬영감독인 오스틴 하그레이브가 특별히 한국 비틀즈 팬클럽을 위해서 함께했다. 그들이 무대로 오르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곳곳에서 팬들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아래는 팬들과 프레다 켈리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 방문 목적은?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 초대해서 왔고 서울이 보고 싶어 망설임 없이 오게 됐다."

- 비틀즈 4명의 멤버(존 레논,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링고스타)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좋아하는 멤버가 매번 바뀌었다. 당시 17살 때라 바뀔 수밖에 없었다. 오전에 링고와 있으면 링고와 사랑에 빠졌고, 저녁에 조지가 집에 데려다 주면 조지와 사랑에 빠졌다.(웃음)"

- '조용한 비틀'로 알려진 조지 해리슨은 재미있는 농담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에피소드는?
"영국과 미국은 자동차 운전석이 반대라서 도로가 무척 헷갈린다. 조지 해리슨에게 미국에 어떻게 왔냐고 했더니 '좌회전해서 왔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는 한 단어로 짧게 하는 농담을 잘했다."

- 활동 당시 비틀즈 멤버들과 롤링스톤즈와의 교류는 어땠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비틀즈와 롤링스톤즈의 라이벌 이미지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룹끼리 친분이 있었고, 클럽에서 함께 술 먹으며 잘 지냈다."

- 폴이 죽었다는 루머가 계속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당시 팬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악몽 같았는데 결국엔 더욱 확산되는 바람에 포기했다."

- 당신만이 알고 있는 비틀즈의 단점과 장점을 각각 한 가지씩 공개한다면?
"술, 담배를 정말 많이 했다. (장점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비틀즈 4명 모두 당시 팬클럽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었다."

- 비틀즈에게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핸드백, 슬리퍼, 꽃 등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주기보다는 4명이 합의해서 선물해줬다."

- 영화제작과정을 알려 달라.
"감독의 이모와 친분이 있었고 영화제작 이야기가 오갔다"

 비틀즈 비서 시절, 프레다 켈리의 모습

비틀즈 비서 시절, 프레다 켈리의 모습 ⓒ Good Ol' Freda, 2013


-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당시 심경은?
"존의 죽음은 새벽 농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 들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존을 추억했다. 조지는 존과는 다르다. 암에 걸려있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였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얘기가 다르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으로 가깝고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대단히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 아직 멤버들과 연락을 하나?
"연락을 하고 살지는 않았다. 다만 콘서트 등 공연을 챙겨본다."

- 매니저인 브라이언 웹스타인 사후 비틀즈의 심경변화는 어떠했나?
"처음엔 패닉상태였다. 이후에 폴이 주도해 '매직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를 추진하는 등 스스로 매니저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 영국에 가면 폴 매카트니에게 한국 공연을 해 달라고 말해 달라.
"폴의 동생 마이크 매카트니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친분이 있다. 폴이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마이크에게 압력을 넣어 보겠다.(웃음)"

-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링고스타 인터뷰가 있다. 폴 매카트니는 왜 없나?
"영화팀이 촬영한 것이 아니라 링고가 직접 찍어 보내준 것을 편집한 것이다."

"비틀즈,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 없어"

 프레다 켈리가 한국의 비틀즈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프레다 켈리가 한국의 비틀즈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오수용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의 기획에 대해 "그냥 손자에게 해주는 할머니 이야기가 콘셉트였다"며 "비틀즈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으며 작게 시작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녀는 비틀즈 해체 후 40년 동안 숱한 출판 유혹을 물리치고 침묵을 유지했을 정도로 우직하고 조용한 생활을 해왔다. 그녀의 지인들도 그녀가 비틀즈 비서였다는 것을 잘 모를 정도였다.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 엔딩곡으로 흐르는 'I will'(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다)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공연과 토크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사인회와 기념촬영을 가졌다. 팬들은 직접 가져온 비틀즈 음반이나 기념품, 책자, 포스터 등에 사인을 받았다. 한 팬은 준비해온 쿠키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참 잘 웃는 그녀는 보는 사람까지 편하게 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던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밝은 빛과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졌던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비틀즈 사랑이 담긴 영화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즈>를 보길 바란다.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와 TV 상영을 놓쳤다면 12월 출시되는 DVD를 기대해보시라.

비틀즈 프레다 켈리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즈 비틀마니아 GOOD OL' FR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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