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첫 방송된 MBC <기황후> 첫 회는 시청률 1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28일 첫 방송된 MBC <기황후> 첫 회는 시청률 1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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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특별기획 <기황후>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던 드라마였다. 역사왜곡이라는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었으며, 이는 드라마를 아예 접어야 하는 위기로까지 몰고 갔다. 제작진은 해명을 해야 했고, 그럼에도 반기를 든 이들은 수그러들지 않았으며, 급기야 대본을 일부 수정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기황후(하지원 분)는 고려시대 때 원나라에 끌려갔던 공녀로 원나라의 제 1황후가 된 실존 인물이다. 그녀는 당시 고려를 핍박하는 데 앞장섰던 자였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좋게만 여겨질 수는 없는 인물인 것이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기황후>는 역사 속 인물 중 원흉에 가까운 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미화하려는 의도가 잘못됐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고려의 왕이었던 충혜왕(주진모 분)을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그는 강간 등의 폐륜 행위로 악명을 떨친 왕이었다. 하지만 <기황후>는 그를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로맨티스트로 묘사하려 했다. 이 부분 역시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작진은 충혜왕을 가상인물인 왕유로 바꿔 시끄러운 논란을 잠재우기에 이른다.

역사왜곡 논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기황후>의 주인공을 맡은 하지원과 왕유 역할을 맡은 주진모를 향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하지원이 <기황후>의 주연을 맡게 된 것은 그녀의 배우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라 평하기도 했고, 제작발표회 때 "역사적 사실로만 만들 거면 다큐를 찍지 왜 드라마를 찍겠나?"라고 발언한 주진모에 대해서는 개념 없는 배우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하지원이 위태로운 결정을 내렸다는 말은 그녀의 절대적이고도 견고한 팬들에게서까지 불거져 나왔다. 그동안 그녀는 여러 작품들 속에서 선보인 판타지적인 연기들을 통해 열혈 여성팬 들을 무수히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녀의 팬들마저도 반신반의 상태에 놓여졌다. 믿고 보는 배우지만, 과연 <기황후> 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질 않았던 것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액션신 소화해 낸 배우 하지원

 <기황후>에서 활 쏘는 연기를 선보인 하지원.

<기황후>에서 활 쏘는 연기를 선보인 하지원. ⓒ MBC


지난 28일 드디어 문제의 <기황후>가 베일을 벗었다. 보통 이런 경우 시청자들의 눈에는 색안경이 겹겹이 끼어질 수밖에 없고, 흠 잡을 것이 없는지 게슴츠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상이 조금은 빗나간 눈치다.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첫 회의 영상미와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여러 곳에서 역사왜곡이라는 논란을 의식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으며, 조심스럽게 역사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대하사극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연출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기황후>의 첫 회는 '이럴 줄 알았다'는 실망이 아니라, '이럴수가!'라는 탄성에 보다 가까웠다.

50부작이면 으레 주인공의 아역 연기가 먼저고, 아역 연기자들이 5~6회, 길게는 10회 정도 끌고 가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기황후>는 기황후와 왕유의 어린 시절을 단 몇 십 분으로 압축시켜버리고 말았다. 아역 연기로 질질 끌지 않겠다는 결단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그만큼 배우 하지원에게 의지를 한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그렇게 하지원은 제작진의 기대치와 팬들의 우려, 언론의 비난을 등에 업고 첫 회부터 나서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겹고 무거운 짐이었을까? 잘하던 사람도 부담을 한껏 안겨주면 안 하던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하지원은 달랐다. 첫 회를 마친 후, 그 다음 회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 오롯이 배우 하지원 때문이다.

하지원은 거친 역할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현란한 검술을 보이고, 와이어에 매달려 붕붕 날아다니며, 덩치 큰 사내들과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오죽하면 스턴트우먼 자격증을 따도 될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그러다 보니 남장연기, 액션연기, 무협연기는 이제 하지원의 고유영역이 됐다. <기황후>에서 남장을 하고, 활을 쏘며, 격투신을 연기하는 하지원의 모습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나 유유히 놀고 있는 모습과도 같다.

하지원이 <기황후>를 통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치명적이고도 결정적인 매력은 바로 그녀만이 뿜어낼 수 있는 눈빛연기다. 뜻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왕유를 올려다 볼 때, 활을 겨눈 채 적에게 시선을 고정시킬 때, 슬픈 과거를 떠올리며 상념에 젖어 눈물을 흘릴 때, 하지원은 그 상황에 맞는 자신의 감정을 눈빛 하나에 모두 실어 담는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우면서도 애달프고, 예리하면서도 서글프다. 목소리 톤에, 화려한 액션에도 하지원의 존재감이 묻어나지만, 그녀를 빛나게 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눈으로 말하는 눈빛연기다. 그녀의 눈빛은 상대역 주진모를 압도하며, 그 누구를 상대하건 기막힌 호흡을 이룬다. 눈으로 말하는 재주를 지닌 배우 하지원, <기황후>가 머리에 이고 있는 논란에 과감하게 활을 쏘아 떨어뜨리는 그녀다.

장엄한 스케일,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 주조연 배우들의 찰진 연기, 게다가 스릴러 형식을 취하는 플롯까지 장착한 <기황후>. 논란을 잠식시킬 만한 것들을 여러모로 갖췄다. 여기에 하지원의 눈빛연기가 성공가도에 방점을 찍는다. 물론 <기황후>에 대한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을 테다. 그러나 하지원의 종횡무진이 이보다 더한 속도로 앞서 나가지 않을까 싶다. 논란의 정중앙에 화살이 완전히 박힐 때까지 그녀의 진품연기는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에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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